6차 당대회 '80년대 사회주의 경제건설 10대 전망' 떠올리며 탄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7차 당대회를 예고하면서 주장한 ‘휘황한 설계도’에 대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조롱 섞인 탄식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11일 “당대회를 지켜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목표로 제시된 수치가 없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특히 이번 당대회 결정서에 담긴 경제발전전략에 실망이 컸다는 것으로 실제 결정서의 경제 부문 발표 내용을 보면 ‘생산을 늘리고’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최상의 수준에서 최대의 속도로’ 등의 마치 뜬구름 잡는 듯한 어휘만 나열돼 있다. 

사실 ‘5개년 계획’을 내세워 국가경제전략을 발표하면서 전혀 구체적이지 못한 결정서로 보인다. 이에 반해 지난 김일성 시대 마지막으로 열린 1980년 10월 6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80년대 사회주의 경제건설 10대 전망’에서는 “한해에 전력 1000억㎾h, 석탄 1억2000만톤, 강철 1500만톤, 비철금속 150만톤, 시멘트 2000만톤, 화학비료 700만톤, 직물 15억m, 수산물 500만톤, 곡물 1500만톤을 생산한다”는 항목이 명확히 제시돼 있다. 또 “10년동안 30만 정보의 간석지를 개간한다”라는 문구도 있다. 

이는 과거 추진해온 경제계획에 비추어 앞으로 달성해야 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당국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현황을 파악케 하고 미래를 예측케 해준 것이다.

   
▲ 북한 노동당대회에서 당 위원장에 취임한 김정은이 9일 대회 출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7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결정서의 경제전략을 들여다보면,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조한 것 외 구체적인 제시가 없다. ‘에너지 문제 해결’ ‘기초공업 부문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농업과 경공업 생산을 늘여’ 등의 막연한 주장이 나열돼 있다.

전력공업을 언급하면서 “국가적인 통합전력관리체계를 구성하고, 송배전망 개건보수를 해야한다”는 등 초기단계 수준의 목표가 제시됐다. 석탄공업에서도 “능률적인 채탄 방법을 받아들이고, 탐사와 굴진을 앞세워 확보탄량을 더 많이 조성하고” 식이다.

기계공업에서도 “생산공정을 현대화하며 측정설비와 공구문제를 해결한다”로 그쳤다. 건설에서는 “주체적 건축미학사상을 지침으로 하여 선 편리, 선 미학성의 원칙이 구현된 만년대계의 기념비적 건축물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최대의 속도로 일떠세울 것이다”라고 했다. 

농업에서는 “우량 품종들을 더 많이 육종하며, 지대적 특성과 자연기후 조건에 맞게 작물과 품종 배치를 바로해야 한다”고 했다. 경공업 부문에서는 “공장들을 지식경제시대의 본보기 공장으로 꾸리고, 원료·자재의 국산화를 실현하며, 생산을 활성화하여 소비품에 대한 인민들의 수요를 보장해야 한다. 새 제품 개발과 질 제고에 힘을 넣어 세계적 수준의 다양한 경공업 제품들을 더 많이 생산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5개년 경제계획에 제시된 명확한 달성 수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에 나왔던 주장을 정리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경제발전계획에 구체적인 의지가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과 동시에 오로지 핵·미사일 개발로 내부결속을 도모하고 롤러코스트식 간부인사로 장기집권을 노리는 속내가 이번 당대회에서도 고스란히 표출됐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찾아 볼 수 없는 가운데 대회 3일째 당대회 주석단에 앉은 간부들의 토론은 충성 맹세의 장이었다.       

대북소식통은 “그동안 북한 주민들은 그저 당대회만 끝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숨죽이며 살아왔다”면서 “7차 당대회를 끝낸 주민들은 ‘어쩔수 없이 복종하고 산다’며 탄식할 정도로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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