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금융감독 당국이 100조원 규모를 훌쩍 넘긴 파생결합증권 시장에 위험 요인이 없는지 현장 점검에 나선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2일 "검사 계획안이 마련돼 내부 보고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에는 현장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을 적절하게 설계·운용·관리하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의 운용 과정 전반을 '해부' 수준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 말 기준으로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2조4400억원이다. 이 중 재테크용으로 인기를 끄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잔액이 70조7195억원으로 70%가량을 차지한다.

파생결합증권은 2003년부터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가 허용됐는데 올해 발행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애초 기관 등 전문 투자가들을 위한 상품으로 개발된 파생결합증권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대량 판매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금감원은 파생결합증권 시장 규모가 커져 세계 증시 급등락 등 위기가 왔을 때 증권사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일종의 무보증 사채다.

따라서 증권사가 지급 여력을 의심받아 중도 상환 요구가 몰리면 지급 불능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작년 3분기 증권사들은 세계 증시가 요동치면서 헤지(위험 회피) 과정에서 1조3187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낸 바 있다.

증권사는 ELS를 발행해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그러고 나서 고객에게 약정한 수익을 내기 위해 해외지수 선물 등을 사고파는 헤지 거래를 한다.

과거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파생결합증권 운영에 수반되는 헤지 거래를 글로벌 투자은행(IB)에 주로 맡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자체 헤지 비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외국계 IB로 가는 비용이 줄지만 헤지 거래를 잘못할 경우 큰 손실을 떠안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LS 자체 헤지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한화투자증권이 '0순위' 검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로 지난해 16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는데 ELS 운용 실패가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ELS 발행 잔액 비율이 200% 이상으로 높은 증권사는 신영증권, KB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다. 이 밖에 파생결합증권 절대 발행 규모가 큰 증권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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