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렬한 혁명선동의 독성 지녀 …5·18 기념식 국가 지정국 안될 말
   
▲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오자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가 거행하는 5·18기념식에서 제창하도록 하자는 주장들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 거행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인가를 놓고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사회적 논쟁이 전개되었다. 이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일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가요가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 메시지가 국가적 기념식에서 제창되기에 적합한 것이면 제창하는 것이고, 적합하지 않으면 제창하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세상 올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의 메시지가 무엇인가는 우선 그 가사를 분석해보면 안다. 그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 가사의 핵심 어구는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와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이다.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투쟁하자’라는 뜻이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새로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다가 사망한 선배 운동가가 살아 있는 후배들에게 ‘투쟁을 하다가 나 먼저 죽었으니 너희도 나를 따라 투쟁하다 죽으라(또는 목숨 걸고 투쟁하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요컨대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라’는 것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메시지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목숨 걸고 투쟁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가요는 전형적인 반체제 혁명가요로 인정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처럼 전형적인 혁명가요이기 때문에 1980년대 이후 이 나라의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 운동세력은 그 노래를 애창·열창해왔던 것이다. 지금도 혁명세력은 이 노래에 집착하여 그들의 단체행사 때는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혁명세력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회복 운동을 전개한 사람들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자주 불렀다. 그들은 그 노래의 메시지나 유래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혁명세력과 연대 투쟁을 하면서 그 노래를 덩달아 불렀다. 지금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 거행 5·18기념식에서 제창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부는 그 노래의 메시지와 유래를 정확히 알면서 그런 주장을 하고 있고, 일부는 그 노래의 메시지와 유래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덩달아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덩달이들 가운데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새 날’의 의미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반드시 체제가 바뀐 세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노래를 개인적으로 혼자 부를 때는 그런 억지가 통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적 기념식에서 단체로 제창할 경우에는 그런 억지는 통할 수 없다. 단체로 제창할 경우의 새 날은 기존의 상황 및 실현방법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미국·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실현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목숨 걸고 투쟁해야만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은 자유민주주의체제와는 양립할 수 없는 세상일 수밖에 없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극렬한 혁명시에서 떼어온, 그리고 자체만으로도 반체제 혁명투쟁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런 맹독성 반체제 혁명가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5·18기념식의 기념곡으로 제창할 것을 전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들의 임무의 하나인 국가의 정당성과 체제를 수호하는 입법적 지원활동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행태이다. /사진=연합뉴스

극렬 혁명시 「묏비나리」에서 따온 가사

「임을 위한 행진곡」이 반체제 혁명가요라는 사실은 그 노래의 가사를 발췌해온 모시(母詩) 백기완의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이라는 시를 분석해보면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다. 남한의 젊은 혁명운동가들에게 처음부터 목숨 걸고 투쟁할 것을 선동하는 시 「묏비나리」는 매우 긴 시이디. 독자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그 시의 중요한 부분들만 발췌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몽창 들어 엎어라
 
이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시라
 
쩡,쩡, 그대 등때기 가른 소리 있을지니
 
그 소리는 천상
죽은 자에게도 다시 치는
주인놈의 모진 매질소리라
 
천추에 맺힌 원한이여
그것은 자네의 마지막 한의 언저리마저
죽이려는 가진 자들의 모진 채쭉소리라
그 소리 장단에 꿈틀대며
일어나시라
 
치켜뜬 눈매엔 군바리가 꼬꾸라지고
힘껏 쥔 아귀엔 코배기들이 으스러지고
썽난 뿔은 벌겋게 방망이로 달아올라
민중의 배짱에 불을 질러라
 
북은 쌔려쳐 저 분단의 벽
제국의 불야성, 왕창 쓸어안고 무너져라
 
무너져 피에 젖은 대지 위엔
먼저 간 투사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
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릴지니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구비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

 
노래 소리 한번 드높지만
다시 폭풍은 몰아쳐
이런 악다구니가 대체 이 세상
어느 놈의 짓인줄 아나
 
바로 늑대라는 놈의 짓이지
사람 먹는 범 호랑이는 그래도
사람을 죽여서 잡아먹는데
사람을 산채로 키워서 신경과 경락까지 뜯어먹는 건
바로 이 세상 남은 마지막 짐승 가진 자들의 짓이라
 
싸우는 현장의 장단소리에 맞추어
벗이여, 알통이 벌떡이는
노동자의 팔뚝에 신부처럼 안기시라
바로 거기선 자기를 놓아야 한다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의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 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한 춤꾼은 비로소 구비치는 자기 춤을 얻나니
 
벗이여
거대한 도리깨처럼
저 가진 자들의 거짓된 껍줄을 털어라
이 세상 껍줄을 털면서 자기를 털고
빠듯이 익어가는 알맹이, 해방의 세상 그렇지 바로 그것을
빚어내야 한다네
 
이 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남한의 사회구조는 살인마의 구조이고 남한 사회는 썩은 세상이니 그것을 완전히 뒤엎고 세상을 바꾸라. 투쟁하다 죽으면 다시 부활하여 군부정권과 미국을 박살내고 민중과 함께 봉기하여 분단의 벽과 미제국주의를 무너뜨리라. 봉기에 실패하여 늑대-자본가들에 잡혀서 고문을 당할 때는 죽음의 고통을 두려워 말고 죽을 각오로 민중과 함께 다시 맞서라. 민중혁명이 일어나면 해방세상이 이루어질 것이며 투사들은 노동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안식을 취하라.”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 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격렬하다.

毒 나무의 毒 가지

이처럼 극렬한 반체제 혁명 선동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백기완의 혁명시의 일부분(위의 인용문 중 밑줄 친 부분)을 떼 온 것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이다. 「묏비나리」 중에서 대한민국을 ‘몽창 들어 엎는’ 혁명투쟁을 하다가 먼저 죽은 선배 투사가 살아 있는 후배 투사에게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싸우라’고 호소하는 대목이다.

毒 나무에서 잘라온 가지에는 독이 있기 마련이다. 극렬한 혁명선동 시 「묏비나리」라는 나무에서 잘라온 가지 「임을 위한 행진곡」이 혁명선동의 독을 품고 있을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얼핏 들으면 서정적이고 애상(哀傷)적인 느낌의 노래 같지만 그 속에는 모시에 들어 잇는 혁명선동의 독성이 그대로 전이되어 있는 것이다.

극렬한 혁명시에서 떼어온, 그리고 자체만으로도 반체제 혁명투쟁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런 맹독성 반체제 혁명가요를 지금 이 나라의 제1당과 제3당은 국가적 기념식의 기념곡으로 제창할 것을 전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집권 새누리당의 일부 실력자들도 그에 동조하고 있다. 민주공화국 국회의원들의 임무의 하나가 국가의 정당성과 체제를 수호하는 입법적 지원활동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행태이다. 도대체,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무슨 귀신에 홀려서  이런 정신 나간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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