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시장경쟁 활성화" VS KT "시장 지배력 전이"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정부의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외 사례를 두고 SK텔레콤과 KT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1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케이블 TV·통신 중계업체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와 ‘타임워너 케이블(TWC)·브라이트 하우스 네트워크(BHN)’ 간 M&A가 확정됐다. 약 710억 달러(약 82조8000억원)의 규모다.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정부의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외 사례를 두고 SK텔레콤과 KT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주 공익사업위원회의는 만장일치로 양측의 인수합병을 의결했다. 차터 측이 인수합병 시 제시한 지원 대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터 측은 케이블이 없어 인터넷을 할 수 없는 지역, 저소득 가정 어린이, 노인들을 위한 인터넷 지원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차터는 지난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조건부 승인에 이어 주 정부의 의결까지 받아내면서 사실상 인수합병을 마무리했다. FCC는 향후 7년간 고객들의 월간 데이터 사용량에 제한을 두지 말고 넷플릭스 등 트래픽을 많이 차지하는 업체에 상호 접속 수수료를 물리지 말 것 등의 부대조건을 달아 인수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SK텔레콤은 “2위와 3위 간 M&A를 통해 1위 컴캐스트를 견제할 2위 업체가 탄생했다”며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 판단했다.

차터가 2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2720만명을 보유한 1위 업체 컴캐스트에 이어 강력한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또한 SK텔레콤은 미국이 경쟁력 있는 2위 사업자 등장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CJ헬로비전과의 M&A와 관련해 국내 규제기관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하더라도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 사업자는 KT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2위 사업자에 불과하다”면서 “성장 절벽에 갇힌 미디어 산업을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M&A가 성사되면 기존 KT가 독주하던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이 정당하다는 근거로 미국의 차터 사례를 내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FCC가 차터의 M&A를 승인한 이유는 SK텔레콤의 주장처럼 “1위 사업자와 경쟁할 2위 사업자를 만들기 위해서”가 케이블 사업자간의 합병으로 케이블 산업 자체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적극적 투자와 혁신에 나서기 위한 목적이라고 KT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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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거대 이통사에 의한 케이블 흡수합병과 성격 자체가 다르다. 차터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M/S)가 18%로 3위, 초고속인터넷은 20%로 2위가 된다”며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합병하더라도 시장 2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단 3%포인트 오를 뿐 강력한 2위 사업자가 등장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M&A의 중요 논점은 무선통신의 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으로 전이된다는 점인데, TWC와 차터 모두 케이블 사업자로 모바일 사업이 없으며 이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으로 SK텔레콤의 독점적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KT는 “지난해 5월 차터의 TWC·BNH 인수합병 발표 이후 미 법무부와 FCC는 1년 가까이 심사했고 특히 FCC는 조건부 인수합병 허가의사를 밝힌 지난 4월 26일까지 213일 동안 검토했다”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는 충분한 시일을 두고 엄정한 기준에 의거해 공익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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