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MBC KBS지배구조도 여야간 안배, 정치싸움 판박이

 

   
▲ 황근 선문대 교수
최근 평범한 국민들에게는 생소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 프로그램과 통신 내용들을 사후에 심의하는 독립규제위원회이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뿐 아니라 프로그램 선정성 등을 판정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통신서비스의 프라이버시 침해, 음란물규제 등도 이 기구에서 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심의·제재 수준이 별로 높지 않아 일반 시청자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가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솜방망이 규제’라고 하는 빈정거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벌어진 두 사건은 이 기구의 존재를 알려주는 바람직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관련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 객관성 위반 결정이다. 다른 하나는 야당에서 추천한 한 심의위원이 대통령을 비하하는(아닌 욕설이나 저주에 가까운) 내용을 트위터 등 SNS에 올린 사건이다.
 

우선 JTBC 보도관련 심의와 관련된 내용은 이렇다. 지난 11월 5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저녁 종합뉴스에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사건을 보도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만 주로 인터뷰하였고, 여론조사 결과 보도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 심의결과에 대해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과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보다 더 편파적인 다른 종합 편성채널들의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JTBC 보도만 문제 삼은 것은 정치적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면서 이는 JTBC가 다른 종편채널들과 달리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성향을 보인 것에 대한 보복성 제재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건은 야당에서 추천한 한 심의위원이 시위현장에 있던 피켓하나를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피켓 내용을 보면, 솔직히 ‘철천지 원수(?)’가 아니라면 입에 답을 수 없는 저주성 욕지거리에 가깝다. 얼마 전 야당 최고위원이 말했던 ‘아버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했던 것보다 훨씬 천박하고 원색적인 욕설이다.하긴 몇 년 전에는 또 다른 야당 추천 심의위원 이 자신의 블로그에 ‘성기사진’을 올려서 문제가 되었던 것도 있으니 이들 수준을 알만도 하다.
 

손석희 논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가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모심의위원 파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자체가 매우 정치적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두 사건은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심의제도 자체가 정치적으로 크게 영향받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줬다. 일부 사람들은 도대체 방송을 심의한다는 이 기구가 왜 이렇게 정치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여야의 나눠먹기에 따라 임명되면서 당리당략에 따라 갈등을 보이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최근 손석희의 jtbc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보도의 편파성을 문제삼을 때, 어느당에서 임명됐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 박근혜대통령을 저주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파문을 일으킨 임순혜 보도특위위원도 야당몫으로 추천돼 야당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방통위원, KBS MBC이사진도 여야간 정치적 안배로 결정되면서 정치싸움이 그대로 재연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부대변인이 박대통령을 저주한 글을 올린 방통심의위 임순혜 보도특위위원의 트위터글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원회가 정치적으로 여야가 안배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 9명중에 6명은 여당추천, 3명은 야당추천이다.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원은 상급기구라 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5명 위원을 3대 2로 여야가 나누어 먹고 있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치적 안배 구조가 하급기구라 할 수 있는(법적으로는 절대 하급기구가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그대로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뿐만 아니라 우리 방송판의 주요 의사결정기구들이 거의 대부분 이같은 정치적 안배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공영방송인 KBS이사회, MBC 방송문화진흥회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있다. 그 결과 여야가 각각 7:4, 6:3으로 나누어 먹고 있다. 때문에 이들 기구들의 의사결정 특히 이번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항상 치열한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작년 말에 있었던 KBS이사회의 KBS수신료 인상 역시 여당추천 위원들끼리 의결하였고, MBC 방송문화진흥회 역시 항상 정치적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JTBC 보도 심의결과에 대해서도 야당추천 심의위원들의 강한 저항이 있었고, 아직까지도 야당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처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결과 역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원안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KBS 수신료 인상안 역시 같은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여당추천 방송통신위원은 찬성하고 야당추천 위원은 반대할 것이 뻔하다. 그것도 더욱 강하게.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치고 난 후 국회 논의과정 역시 또 같은 정치적 갈등이 재연될 것이다. 여당의원들은 찬성하고 야당의원들은 반대하는. 아니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찬성, 반대하는 정치적 투쟁수위는 위로 올라갈수록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에 당론과 다른 입장을 취하거나 미온적 자세를 보이면, 그것은 곧바로 당에 대한 충성도가 약하다고 평가되거나(건성건성 박수치는 것 같은)  아니면 ‘배신자’로 낙인찍혀 버리기 때문이다.
 

정치적 안배구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야가 추천하도록 되어있는 ‘00 위원회’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에는 거의 대부분 정치적 갈등 구조가 재연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기구들이 문화, 예술, 언론 등 정말 정치로부터 독립되어야 할 영역들이라는 것이다. 진정 사회각계를 대표하는 인물 혹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영역에서 ‘여·야 나누어먹기’를 통해 ‘정파적 인물’들로 채우는 잘못된 관행이 별 문제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정치적 안배가 구조화된 것은 과거 독재 혹은 권위주의 정권시절 이른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에서 정권에 유착된 인물들로 채우는 ‘무늬만 다양한 구성’ 행태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문화, 예술, 언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캠프에 줄을 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원했던 후보의 당선여부에 따라 ‘대박’과 ‘쪽박’이 교차되는 모습도 매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몇 번의 대통령선거를 치르다보니 한국 사회 전체가 정치에 흡수되어 버린 듯하다. 그러다보니 이들 기구들의 의사결정은 항상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또 구성원들은 추천정당에 더욱 열렬히 충성하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나 심의위원의 본분을 벗어난 작태는 이런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KBS 지배구조 개선’ 논의 역시, “KBS 공정성확보라는 미명아래 야당은 이사 한자리 더 달라는 것이고, 여당은 절대 줄 수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우리도 이제 정치적 안배라는 수준 낮은 관행에서 벗어나야만 할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이 곧 언론수준’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언론수준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이 다양성, 전문성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자기에게 충성스러운 인물들로 도배하는 일도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다.영국의 BBC처럼, 여당이 BBC 트러스트 이사들을 전원 지명하더라도, 정치·사회적 다양성을 안배해주는 성숙한 정치문화가 우리는 언제쯤 가능할까?  /황근 선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