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부 희생양찾기, 언론은 최악사정 가정 불안감 부채질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카드사들의 고객정보 유출사건으로 온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박근혜대통령과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지도층 인사를 비롯해 수천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들은 주민번호, 계좌번호, 휴대폰 번호, 전화, 주소, 신용등급, 카드 발급만료일 등 10여가지 이상 된다. 이들 고객정보를 범죄세력들이 악용해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하고, 계좌 돈을 빼가는 등 2차 범죄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사태의 진원인 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차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들은 못내 이를 불신하고, 점포를 찾아가 카드를 재발급 받으려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나서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자 심재오 국민카드사장 등 카드 3사 최고경영자들이 머리숙여 사죄하고, 줄줄이 사표를 냈다. 심지어 KB금융지주는 이건호 KB은행장과 지주사 경영진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금융사들이 엄중하게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 총리가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고, 사고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한 징벌적 배상금과 마케팅 규제 등을 지시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세일즈외교로 분주한 박근혜대통령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저녁에 전화를 걸어 책임자엄벌과 사고재발 방지대책을 주문했다. 청와대는 이번 카드 고객정보 유출 대란이 자칫 설민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일부 각료의 개각설도 나돌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수습 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에게 피해를 준 카드사 등 금융회사 관계자와 최고경영자를 엄벌하고 2차 피해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흥분부터 한다. 지금 국민들이 성나 있다고 청와대, 국무총리, 감독당국수장까지 나서 최고경영자의 사표부터 종용하는 것은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너무 정무적인 판단을 하는 것같아 걱정스럽다.

지금은 누감 뭐라해도 대형사고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다. 문제는 정부나 청와대, 언론등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경고하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언론이 앞장서서 재발급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최고경영자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청와대 정부 언론등이 경영자 사표부터 제기하는 등 너무 정무적 판단과 민심수습용 희생양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책임자들이 먼저 수습부터 하고 사후에 책임을 묻는 게 바람직하다. 카드3사 사장들이 고개숙여 사죄한 후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수백만명이 한꺼번에 재발급을 받을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 그 거대한 혼란을 상상이나 해봤는가? 한꺼번에 점포나 지점에 고객들이 몰려들면 어떻게 될지 생각을 해봤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언론이 부추기니 다들 점포에 몰려와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 됐다. 이대로 가면 카드를 다시 발급받는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카드사나 은행의 콜센터가 마비되고, 불통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책임자를 문책한다고 사표부터 받으면 사고수습이 안된다. 오히려 수습만 지연된다. 신속한 수습에 차질을 빚을 뿐이다.

대검 형사부장이 이번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서 2차 피해는 없다고 매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나 언론은 이런 발표는 주목하지 않고 오로지 최악의 상황만 가정해서 국민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 일부 언론은 책임자 문책, 심지어 금융지주사 회장과 금융위원장의 목부터 내놓으라고 한참 앞서가고 있다.

언론들의 호들갑이 오히려 사태를 더욱 키우는 부작용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도 정치권도 청와대도 면피만 생각하고 있다. 정무적 판단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
설 민심을 생각해서 민심이 이반될 까만 걱정하고 있다. 희생양 찾기만 골몰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을 보면 정보를 빼돌린 혐의자가 데이터는 유출했지만, 대부업체등 제3자나 범죄집단에게 넘겨지기전에 검거됐다. 천만다행이다.

카드사 사장이나 금융지주사 회장, 심지어 금융위원장까지 사표를 종용하는듯한 현재의 섣부른 책임론 등은 너무 원사이드하다. 3개 카드사장이나 이건호 은행장,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도 심각한 피해자들이다. 가해자들이 결코 아니다.

물론 카드사 최고경영자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거나, 사건을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면 당장 옷을 벗겨야 한다. 하지만 이들 경영진은 범죄자도 아니고, 현재의 위기를 수습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지금은 둑이 터진 댐을 막고,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위한 컨트롤타워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가동돼야 하는중차대한 시기다. 최고경영자가 사표를 내면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 돼 버린다.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항공사 사장부터 자르는 것과 같다. 항공사 사장을 해임부터 하면 추락후 사고수습은 누가 하겠는가?

정부와 청와대의 해법은 마치 자장면 배달행정이다. 빨리빨리만 외치고 있다. 자장면 배달식의 빨리빨리만 채근하고 있다. 언론도 너무 앞서가면서 마녀사냥식으로 최고경영자 문책부터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수일이 지나면 국민들은 다시금 잠잠해질 것이다. 2차 피해가 나오지 않으면 유야무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냄비행정이요, 호떡집 언론이기 십상이다.

일부 언론은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수습의 최고책임자인 임회장도 심재오 카드 사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처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논리다. 도쿄 지점 부당대출사건이나 국민주택채권 위조 사건 등은 임회장이 지주사 사장시절 벌어졌으므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회장은 당시 어윤대 회장의 무리한 인수합병(M&A)등을 견제하다가 인사권이나 결재권등을 상실한 상태였다. 어 전회장의 논란많은 경영행위등을 수습하느라 분투했다. ING생명의 경우 어 전 회장이 시장가격보다 수천억원을 더 주고 사려는 것을 임회장이 막은 케이스다.  지주사 박동창 부사장은 어 전회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 ING생명을 인수하지 못한  것과 관련한 내부정보를  주총분석 전문회사인 ISS에 제공해서 파문이 일었다. 임회장은 당시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태가 벌어진 후에야 임회장은 해외 주주들에게 일일이 국제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해서 원만하게 수습했다. 그는 어 전회장의 견제가 하도 심해 대상포진에 걸리는 등 마음고생을 했다.

박 부사장은 이와관련, ING생명은 연간 2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건실한 생보사였으며, 이를 인수했을 경우 KB금융지주가 생보부문에서 업계 4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 때 인수합병을 하지않아서 오히려 지주사 주가하락과 주주가치  훼손의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게 박부사장의 주장이다. 이같은 박부사장의 해명에 대해 임회장측은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어쨌든 언 전회장은 MB정부시절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과 함께 금융계 4대천황이었다. 금융계의 실세로 통했다. 막강 파워를 자랑했다. 이런 기세를 타고 MB정권 말기 우리은행을 인수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임회장은 이것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는 대선레이스 말기여서 박근혜 대선켐프등에서 우리은행 등 공기업 매각은 차기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임회장은 이같은 문제점을 어 전회장에게 설명했다. 어 전회장은 이에 아랑곳없이 인수를 강행하려다 끝내 중도하차했다. 임회장이 어 전회장의 무리한 경영에 제동을 걸지 않았으면 지금 KB금융지주의 재무상태는 악화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임회장은 사장의 권한이 막힌 상태에 있었던 어전회장의 사고 뒷수습에 부심했다. 이를 모르고 임회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일부언론은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뭔가 편향성을 갖고 쓰는 것이다.

더구나 임회장은 취임한지 6개월도 안됐다. 이제 업무를 익힐 만하고, 어전회장 시절의 각종 폐단과 부실을 털어내고, 재무구조 개선, 수익성 제고, 글로벌 금융역량 강화, 증권 및 보험 인수 등 덩치키우기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단계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금융사건 등이 났을 때 최고경영자 등 책임자부터 자르지 않는다. 정부나 의회, 언론등은 해당 금융사 책임자들이 사고부터 수습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국은 9-11테러가 난후 사고원인과 대응책등 보고서를 만드는 데 무려 1년이 걸렸다. 우리정부나 정치권, 청와대, 언론은 하룻밤사이에 백서를 만들라며 다그치고 있다. 그럼 해당 최고경영자는 수습과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감독당국은 금융회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청와대는 감독당국 수장을 경질해서 민심을 다독거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발등의 불부터 끄도록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사고수습을 맡은 책임자들을 너무 몰아댄다. 희생양을 만들기에 바쁜 모습이다. 전형적인 후진적 방식이다. 지금은 컨트롤타워를 구성해서 신속히 수습하고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때이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