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는 기가 막히게 성과보상, 열심히 한만큼 보상돌아와

   
▲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새누리당 의원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제가 언젠가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언급하면서 말씀을 드린 것 같기도 한데요. 구성의 오류란 개념도 가물가물하다고요? 나한테는 좋지만(나쁘지만) 집단에게는 나쁜(좋은) 것, 특정집단에는 좋지만(나쁘지만) 전체를 고려하면 나쁜(좋은) 것 ... 이런 상황을 구성의 오류라고 하죠. 성과에 대한 보상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지만 막상 그러한 성과보상을 위해 측정과 평가를 하려면 작든 크든 저항이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어디선가 읽은 글인데요... 저도 학기말이면 항상 고민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학점문제입니다. 미국의 한 교수가 자신의 클래스에서 기발한 실험을 했답니다.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습니다. <옵션1> 개별 학생의 성취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는 전통적인 방법 <옵션2> 클래스 전체의 성적을 평균해서 모두에게 같은 학점을 부여하는 방법. <옵션1>을 선택한 학생들은 다른 교수의 같은 과목으로 클래스를 옮기게 하고 <옵션2>를 선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지금부터 흥미진진한데요. 어떻게 됐을까요?

시험을 네 번 봤다고 합니다. 첫 번째 시험, 학생들의 평균성적이 80점이 나왔습니다. 모두 B를 맞았죠. 두 번째 시험, 평균 65점으로 D. 세 번째 시험 평균 50점, F. 네 번째 시험 평균 30점, 또 F. 결과적으로 학기말 모든 학생이 F를 받았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던 걸까요? 이건 어떻게 보면 이론적으로도(game이론?) 명백한 결과입니다. 가령 클래스가 100명이라고 합시다. 나 하나 열심히 해서 10점을 올려봤자. 클래스 전체의 평균은 0.1점 오릅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적죠. 그렇지만 내가 놀아서 10점이 내려간다고 해도 클래스 전체의 평균은 0.1점 밖에 내리지 않습니다. 게으름이나 태만에 대한 벌이 또 턱없이 적습니다. 나라면 열심히 공부하느니 놀겠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집단이 크면 클수록 성과에 대한 보상과 태만에 대한 징벌이 점점 더 적어집니다. 수백만, 수천만의 공동체라면 모든 구성원들이 다 "나는 차라리 놀고 말겠다"는 생각을 가질 겁니다.

공산주의가 성과 보상이 실패하면서 망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독일이 통일된 후, 서구경제학자들의 관심 중의 하나가 왜 공산주의가 망했는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서구의 학자들이 구동독의 공장들을 방문해 꼼꼼히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희한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가령 목재가구산업을 보면 ‘통나무 - 목재 - 가구’의 순으로 생산단계를 거칩니다. 생산단계를 거치면 거칠수록 그 가치가 올라가는게 상식이지 않습니까? 근데 서구전문가들이 조사해보니 '통나무의 가치 > 목재의 가치 > 가구의 가치', 생산단계를 거치면서 오히려 가치가 줄어드는 겁니다.

   
▲ 공산주의는 성과보상을 제대로 못해줘 망했다. 열심히 일한만큼 , 노력한 만큼 성과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산주의는 몰락한 것이다. 시장경제는 기가 막히게 성과보상을 잘해준다. 내게 좋은 일이 집단전체에도 좋은 것이다. 구성의 오류를 최소화해준다. 성과보상이 안되는 조직이나 사회, 국가는 썩어가고 도덕적 해이도 극심해진다. 북한이 잔악한 독재자 김정은 찬양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부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겁니다. 나왕, 미송 등 비싼 통나무를 수입합니다. 내 것이 아니고 관리도 제대로 안 하니 방치합니다. 상하든 썩든 상관할 바 없습니다. 통나무 잘라 목재로 만들 때도 대충합니다. 아껴봤자 내게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목재를 가공해 가구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아구가 맞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상부에는 의자 몇 개, 책상 몇 개, 침대 몇 개 생산량만 맞추면 되니까요. 만든 의자는 앉자마자 삐걱대고, 약간 몸이라도 기대면 비틀어지고 부서집니다. 직접 소비자가 고쳐도 보지만 디자인부터 잘못된 의자가 수리한다고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결국은 그 값비싼 나왕, 미송이 잡목처럼 땔감으로나 쓰이게 됩니다. 공산․사회주의 하에서 어떻게 귀한 자원이 낭비되는지 그 과정을 아시겠죠?

성과와 보상이 안 되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시장경제제도라는 ‘자생적인 질서’는 기가 막히게 성과를 보상합니다. 열심히 한 만큼, 아낀 만큼 자신에게 보상이 돌아옵니다. 희소한 자원을 최대한 아낍니다. 그 결과 내게 좋은 일이 집단 전체에도 좋습니다. 구성의 오류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최소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성과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교육계입니다. 아래로 학생에 대한 학업성취도 평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위로는 교원평가, 학교평가도 되지 않습니다. 평가 좋아하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교사들은 떼 지어 반대합니다. 머리에 빨간띠까지 두르고 ... 반대이유도 일견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교육 효과는 20년 30년 장기적으로 나타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랍니다. 여기서 긴 말은 않겠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그냥 있는게 아니라 많습니다.

제가 사회과학자로서 세상을 볼 때, 경쟁이 적거나 성과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분야부터 사회가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더군요. 벌어들이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고, 낭비 심하고, ... 그런 분야일수록 남의 돈, 국민 혈세 공짜로 먹겠다는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 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박근혜 표 개혁이 성공하려면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성과와 보상 체계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새누리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