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조지 로버츠 회장이 소비재 업종 투자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비해 자동차와 철강 등 경기에 영항을 받는 업종에 대해서는 투자시기에 따라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로버츠 회장(사진)은 17일 서울 남산 하야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중국이나 인도도 다른 지역보다 성장세라 높지만 기대한 수준은 아니다”며 “최근 상황에선 소비재 투자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중국 및 신흥아시아 시장과 연동돼 있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소비재 투자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블랙스톤·칼라일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인 KKR은 1976년 제롬 콜버그 주니어와 헨리 크래비스, 조지 로버츠가 함께 설립했다. 전 세계 15개국에서 21개의 사무실을 운영하며 사모펀드와 부동산, 에너지, 인프라, 채권, 헤지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회사로 직원은 1200명에 달한다.

실제로 KKR은 국내에서도 소비재 기업 투자에 집중했다. 2009년 어피니티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5년 만에 매각해 4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앵커에퀴티파트너스, 티켓몬스터의 창업자 신현성 대표와 그루폰으로부터 소셜커머스 기업 티켓몬스터의 경영권과 지분 59%를 인수했다. 현재도 이랜드가 매각에 나선 킴스클럽의 우선협상대상자로서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선 이랜드가 KKR이 최초로 제안한 3500억원의 가격을 수용, 이달 안으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킴스클럽 인수합병(M&A) 전망에 대해 로버츠 회장은 농담으로 “변호인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투자 전략에 대해 로버츠 회장은 “대기업이 비핵심사업을 매각할 때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비핵심사업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과 관련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고, 필요한 경우 자금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비핵심부문이 떨어져 나왔을 때 이는 좋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관심과 집중을 받지 못한 경우가 다수”라며 “회사의 운영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익 신장, 인력 충원 등으로 더 많은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국의 조선이나 해운 업종 기업 중 눈여겨보는 게 있냐는 질문에는 “해운·철강·자동차 등 산업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자 한창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경기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잘못 진입하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어 현재로선 눈여겨보고 있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한국인이 론스타 사태 등으로 외국계 사모펀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는 “현재는 사모펀드 시장뿐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 규제 등이 상당히 발전했다”며 “투명성이 높아지고 참여자가 늘어 경쟁은 강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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