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현대상선과 채권단이 18일 해외 선주들과 벌인 용선료 인하 마라톤 협상이 최종결론을 내는데 실패했다.

현대상선은 이날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배를 리스해 준 주요 선주 관계자를 초청해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가량 용선료 인하를 위한 최종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현대상선 측에선 최고재무책임자인 김충현 상무와 협상을 자문한 미국 법률사무소 밀스타인의 마크 워커 변호사가 참석했고, 채권단을 대표해서는 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부행장이 참석했다.

선주 측에서는 그리스 선박운영사 다나오스와 나비오스, 캐피털십매니지먼트 등 컨테이너선 보유 선주사 3곳의 관련 업무 최고 책임자급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싱가포르 선박운영사 EPS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 선주사에 지급하는 컨테이너선 용선료 비중이 전체 용선료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날 협상 결과가 전체 용선료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이들 선주사에 향후 남은 계약 기간의 용선료를 평균 28.4% 깎는 대신 인하분의 절반가량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정상화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선주들로서는 현대상선 용선료를 깎아줄 경우 다른 선사들까지 잇따라 인하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점과 투자자 및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하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를 거부하면 현대상선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협상단은 극심한 해운경기 침체로 용선 수요가 없다 보니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선주 입장에서는 배를 빈 채로 놀리거나 고철로 팔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용선료 인하를 거부하면 깎아주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선주들은 구조조정 진행으로 현대상선의 실질적 주인이 될 채권단의 확고한 지원 의사를 확인하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 자리에서 해외 선주들에게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전하고, 지금까지 확인한 현대상선의 재무상황과 정상화 가능성 등을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용선료 조정에 실패하면 채권단이 진행할 수 있는 옵션이 극히 제한적임을 설명했다"며 "용선주들이 적극 참여해 채무재조정이 성사되면 채권단도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주들과 현대상선 측은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이날 자리를 마무리했다. 향후 추가 논의 일정도 결정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선주사들과 용선료 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추가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 거칠(터프)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선주사들이 용선료 인하의 반대급부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만한 합리적인 보상안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도 "협상이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인 건 맞다"라고 전했다.

워커 변호사는 이날 협상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시작 단계다.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인 김충현 상무도 협상이 마무리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장 이날 협상에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선주 관계자들이 회사에 협상 결과를 보고한 뒤 이른 시간에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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