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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근로자이사제, 공공개혁은 물 건너갔다
노조권력만 키워주는 꼴…서울시 공기업 무책임 방만경영 조장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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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6-05-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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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15개 산하기관에 근로자 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근로자 대표가 예산과 사업계획 등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 할 수 있게 된다. 박원순 시장은 근로자 이사제 도입을 통해 최대 246조에 달하는 (노사)갈등 손실 비용을 줄이고, 협치를 통한 투명한 경영환경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선, 근로자 이사와 경영진의 의견 대립으로 인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근로자 이사제를 최초에 도입했던 독일 또한 경영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근로자 이사제를 재고하고 있다. 둘째,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공부문 개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여온 국내 노조의 관행으로 보아 박원순 시장이 주장하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근로자 이사제의 도입배경과 문제점을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보는 자리를 19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바른사회가 주최한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문제와 파장’ 토론회에 패널로 나선 박주희 바른사회 사회실장은 “근로자이사제 대상기관인 서울시 산하 지방공사 출연기관은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주희 실장은 “해당 기관의 노조가입율은 매우 높으며 강성노조인 민노총이 상급단체고 경영진은 박원순 시장 측근인사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이사제 도입으로 협치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노조의 권력만 키워주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박 실장은 “근로자이사제라는 노사환경 하에서는 재정위기에 처하더라도 노조와의 고통분담 차원의 개혁은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박주희 바른사회 사회실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노조권력 키우는 근로자이사제, 이제 공공개혁은 물 건너갔다

서울시가 산하기관에 비상임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메트로, 세종문화회관 등 지방공사와 출연기관 총 15곳에 비상임 근로자이사를 둔다는 계획이다. 기관별로 1~2명의 선임된 비상임 근로자이사는 사업계획과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이상적인 노사관계 구조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노사관계는 박원순 시장의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다. 우리 노조관행은 구조조정과 개혁정책 앞에 타협보다는 항상 투쟁과 파업으로 점철되어 왔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두 지하철 공사의 통합을 시도하면서 통합지하철 공사가 출범하면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시장이 야심차게 꺼내 든 ‘친노조 카드’가 노조의 통합 반대로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자 이번엔 산하기관 지방공사와 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그 공공기관들이 서울시민의 혈세로 운영되고 몇 년째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울시 행정수장이다. 그럼에도 근로자이사제를 기어이 시행하려는 것은 결국 천 만명의 서울시민은 등진 채 노조에게만 ‘착한 시장’ 이미지를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 도입으로 기업경영에 이해당사자인 근로자가 직접 참여해 경영자와 ‘협치’를 실현할 것이라 했지만, 긍정적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근로자이사제 모델이 된 유럽에서의 협력적 노사관계와는 달리 한국의 노사관계는 아직 성숙하지 않으며, 우리 노조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머리띠부터 두르며 파업권력으로 어름장을 놓는 등 매우 강성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기업에서는 신속한 경영판단이 생명과도 같은데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이사가 노조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그 만큼 의사결정이 더디게 진행된다. 물론 고통분담 차원의 개혁에는 노조의 동의를 받기 힘들어 공기업의 경영악화가 더욱 우려된다.

방만 경영과 높은 부채, 성과급 잔치 등 지방공공기관에 대한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인데,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공공개혁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임금피크제나 성과연봉제 도입 등 시급한 임금체계 개편 과제도 근로자이사제에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근로자이사제가 공공기관에 도입되면 민간의 대기업 노조들도 근로자이사 자리를 요구하게 돼 민간기업의 노사관계에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생성될 우려도 엿보인다.

   
▲ 근로자이사제 대상기관인 서울시 산하 지방공사 출연기관은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당 기관들의 노조가입율은 매우 높으며 강성노조인 민노총이 상급단체고 경영진은 박원순 시장 측근인사로 채워져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1. 근로자이사제 도입기관의 재무현황

지방공기업의 막대한 부채규모와 영업손실 등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 문제가 최근 몇 년간 논란이 되어왔다. 지방부채의 상당부분을 지방공공기관이 차지하고, 많은 빚을 떠안으면서도 무리하게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해온 것에 대해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개혁 대상이 지방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2014년 초, 부채비율 200%가 넘는 해당 공기업에 대해 부채감축계획을 제출토록 했고, 2015년 말에는 지방공사가 신규 투자사업1)을 할 때 그 타당성을 검토받고 의회 의결을 받도록 했으며 부채비율과 자본잠식율이 기준2)을 초과한 경우에는 지방공기업 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이 해산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지방공기업법을 개정했다.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될 서울시 산하 지방공사와 출연기관들의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심각한 자본잠식과 영업손실, 부채규모, 이자비용 등 재정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최근 5년간 수 천억 원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기준 두 지하철 공사의 영업손실을 합하면 3400억 원, 부채규모는 4조 3000억 원에 이르며, 자본잠식규모는 11조 원이다. 특히 두 곳 모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빚잔치 속에서도 임직원 성과급은 총 874억 원이 지급됐다.

SH공사는 5년 내내 부채율이 200%를 넘기고,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5년 사이에 1200억 원 부채가 증가했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년 중 최저를 기록했다. 또한 서울시 4개 공사 모두 2015년 5단계의 경영평가등급에서 ‘다’ 등급을 받았다.

   
▲ 표. 서울시 지방공사 재무현황(단위: 원). 자본잠식은 자본보다 자본금이 적어진 현상을 말하며, 자본잠식률이 100%이면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다.


서울시 출연기관 11곳의 재정상황도 우려할 수준이다. 2014년 기준 9곳이 영업적자를 봤는데 적자규모는 총 1006억 원 정도로 심각하며, 출연기관들의 부채규모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기관장 연봉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 표. 2014년 서울시 출연기관 재무현황(단위: 원).


2. 산하기관 노조가입 현황

근로자이사제 도입 이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 제도가 자칫 ‘노조 권력’만 키우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직내 노조의 힘이 강할수록 근로자이사가 노조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데, 실제로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될 서울시 산하기관들의 노조가입율은 매우 높으며 노조도 대부분 강성노조인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 15곳의 노조가입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관 11곳에 총 17개 노조가 결성되어 있으며 그 중 10개는 민주노총, 3개는 한국노총에 가입되어 있다. 각 기관내 노조가입율도 매우 높은데 7곳이 90%를 넘는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2011.10) 이후 신규로 9개 노조가 결성되었는데 그 중 6개는 민주노총, 2개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다.

   
▲ 표. 근로자이사제 도입 해당기관 노조현황.


3. 산하기관 기관장 인사

공공기관의 부채감축과 재무건전성 향상, 경영효율화 등 개혁여부는 기관장의 의지와 능력에 달려있다. 하지만 지자체장이 측근들을 챙기는 관행으로 산하 기관장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기관장은 지자체장의 의중을 반영해 경영적자 상황에서도 무리한 사업을 벌이기도 하고, 자리보전에 연연함으로써 지자체장의 눈치를 살피며 기관장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잠시 거치는 자리라는 생각에 노조와 마찰을 빚을 사안을 꺼리게 되는데, 지자체장이 노조와 원만한 관계상에 있다면 기관장은 더욱 노조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서울시 지방공사와 출연기관 등 15곳을 들여다본 결과, 기관장이나 이사진 등 주요요직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연이 있거나 이념적으로 맥이 닿는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명한 기관장이나 이사진 중 다수가 2011년, 2014년 선거캠프에서 박시장을 돕거나 공개 지지선언을 했던 인물들이다. 또한 박 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이던 시절에 함께 활동했던 인사도 있다.

박 시장과 직접 드러난 연결고리는 없더라도, 박 시장과 이념성향을 함께하거나 문재인, 안철수 대선캠프에 참여하는 등 야당정치권에 깊숙이 개입한 인사들도 박 시장의 임명을 받았다.

   

   

   
▲ 표. 박원순 시장 측근 또는 좌파성향의 인사.


4.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노조권력 강화, 방만경영 초래

서울시가 10월부터 도입하겠다는 대상기관 15곳(지방공사 4곳, 출연기관 11곳)을 분석한 결과, 재무건전성은 위기에 접어들었고, 기관들 노조가입률은 매우 높으며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등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고, 기관장과 경영진은 박원순 시장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박 시장이 말한 취지처럼 근로자이사가 경영에 대한 공동 책임의식을 갖고 합리적인 입장으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민주노총처럼 막강한 노동단체가 그림자처럼 붙어있다면 근로자이사는 기관 내 노조나 상급단체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즉, 직원들의 노조가입율이 높고 강성 노조를 상급단체로 두는 이들 서울시 산하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경영자-근로자 간의 ‘협치’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노조의 권력만 키워주게 된다.

서울시 산하기관처럼 기관장 또는 경영진이 낙하산 인사이거나 이념적으로 친노조 성향일 경우에는, 합리적인 경영판단이나 경영개선의 의지보다는 노조에 끌려다니기 쉽다. 특히 공공기관의 특성상 보신주의를 택하며 노조의 이해관계를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

결국 그런 노사환경 하에서는 재정위기에 처하더라도 노조와의 고통분담 차원의 개혁은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되는 서울시 산하기관들은 매년 영업손실과 부채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공개혁이라는 여론의 요구도 외면한 채 방만경영과 도덕적해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서울시가 산하기관 공공개혁에 진심으로 의지가 있다면 이대로 노조권력만 키워주는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려 할까. 수 천명의 노조원이 아닌 천 만 서울시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1) 지방공기업법 제65조의3(신규 투자사업의 타당성 검토)과 시행령 제58조의2(신규 투자사업의 타당성 검토)에 따라, 신규 투자사업의 총사업비가 광역시도는 200억원, 기초단체는 100억원 이상인 경우, 필요성과 타당성을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사전검토를 받아야 한다.

2) 지방공기업법 제78조의3(부실지방공기업에 대한 해산 요구)과 시행령 제71조의2(부실 지방공기업에 대한 해산 요구 요건)에 따라, 부채비율이 400%이상이거나 자본금 전액이 잠식된 경우 또는 2회계연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지방공기업 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자부 장관이 해산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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