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건 위험한 일반화…갈등사회 내몰아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고찰

1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강남역을 중심으로 살인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추모 움직임이 SNS 등을 중심으로 하여 확산되고 있다. 일면식도 없었던 피해 여성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김모씨(34)가 “사회생활에서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동기를 밝힌 데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여성혐오 살인”을 주장했다.

이번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남성 혐오와 여자 혐오의 대결 구도이다. "여자라서 당했습니다" "너는 남자라서 살았다"라는 문구로 성대결을 선동하고 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결과 자체로만 보면 한 남성이 여성에게 무시를 당해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게 맞지만, 이 한 사건을 계기로 남성과 여성 간 대립 구조가 형성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건 아주 위험한 일반화이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박할 것이다. 좋다. 그럼 같은 논리로 여자가 남자를 충동적으로 죽인 사건이나 한 때 이슈가 되었었던 '매 맞는 남편' 사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피해자는 남성이 120만 551명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했고 여성은 62만 9276명으로써 오히려 여성이 살인을 당하는 피해는 남자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렇듯 남성도 악질 범죄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다. 그만큼 그에 대한 두려움도 높을 터. 여자만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니다.

   
▲ 1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강남역을 중심으로 살인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추모 움직임이 SNS 등을 중심으로 하여 확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나는 이번 살인 사건을 단순하게 바라본다. 그냥 정신병자가 살인을 저지른 거다. “여성혐오 살인, 사회가 답해라”라는 문구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유사 범죄를 예방하여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만들기이다.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자들에 대한 감시와 관리뿐만 아니라 건강한 범죄 예방 캠페인 같은 거 말이다. 이러한 남녀갈등은 지극히 소모적인 일이다. 

경찰도 "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밟히지 않았나. 경찰은 김씨가 정신질환으로 4차례 입원한 사실도 확인 했고 올해 1월초 퇴원 당시 주치의로부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3월 말 가출한 이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가슴 아픈 얘기지만 나는 우리 사회를 비관적으로 본다. ‘남녀갈등’, ‘빈부격차’, ‘갑과 을’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소설가 복거일과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주장한 대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너그러움(tolerance)’이다. 서로에 대한 인정과 배려 말이다. 

이대로라면 한 사건 한 사건 터질 때마다 국가적 분열이 야기될 거다. 외세로부터의 침략보다 더 무서운 게 내부 분열이다.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직한 소나무처럼 세상을 객관적으로 따뜻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희망 자유기고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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