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적 근거도 없어…유럽 선진국 축소·폐지 시대 흐름 역행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15개 산하기관에 근로자 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근로자 대표가 예산과 사업계획 등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 할 수 있게 된다. 박원순 시장은 근로자 이사제 도입을 통해 최대 246조에 달하는 (노사)갈등 손실 비용을 줄이고, 협치를 통한 투명한 경영환경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선, 근로자 이사와 경영진의 의견 대립으로 인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근로자 이사제를 최초에 도입했던 독일 또한 경영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근로자 이사제를 재고하고 있다. 둘째,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공부문 개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여온 국내 노조의 관행으로 보아 박원순 시장이 주장하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근로자 이사제의 도입배경과 문제점을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보는 자리를 19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바른사회가 주최한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문제와 파장’ 토론회에 패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의 대표로서의 이사회 참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처럼 정관변경으로는 곤란하고, 반드시 상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는 근로자이사제에 법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근로자이사제의 근간인 코포러티즘 및 노사정합의에 대해 “노동과 자본이 조직적인 방법으로 서로 대화하자는 것이지만, 그러한 시스템에서는 공장 폐쇄는 불가능하고, 직원들의 대량해고도 불가능하며, 대신 파업은 줄어들 것이지만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근로자이사제가 서울시 공기업의 경쟁을 저하시키고 혁신을 위축시킨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근로자이사제가 축소폐지되어 가는 유럽의 경향과 근로자이사제에 대해 부정적인 계량경제학 연구결과를 언급하면서 “박원순 시장의 근로자이사제가 지방자치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최준선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문제와 파장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사회 구성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부분으로 지배구조 중 기본적인 사항은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 노조의 대표로서의 이사회 참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처럼 정관변경으로는 곤란하고, 반드시 상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근로자 의 경영참여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으나, 모두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의사결정구조의 합리화로 기업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강행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 기금(IMF)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은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긴급금융조건으로 제시하였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여 주식회사 사외이사 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 등이 도입된 바 있다. 근로자도 당연히 이사가 되거나 사장이 될 자격이 있다. 그러나 개별 근로자와 노조의 대표라는 지위를 가진 근로자는 다르다. 노조의 대표 또는 노조가 선출한 노동이사는 근로자 자신의 의사가 아닌 노조의 의사를 대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이사는 근로조건에 관한 중요한 문제로서, 상위법이 있어야 시행할 수 있다.

독일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노동복지개혁정책과 강력한 구조조정

1998년 취임한 게르하르트 슈뢰더(Schröder) 독일 총리는 사민당 소속임에도 클레멘트 (Clement) 前 독일 경제노동장관과 함께 노조와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하르츠 개혁’이라고 일컬어지는 ‘어젠다 2010’을 추진했다. 1990년 독일 재통일 이후 폭증하는 국가 채무와 높은 실업률, 산업 경쟁력 악화와 저성장 등으로 독일은 ‘유럽의 병자(病 者)’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어젠다 2010’은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 규제 완화, 복지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이 정책의 채택과 강력한 시행으로 독일은 유럽 경제의 심장으로 재탄생하였다. 

2015. 9. 22. 베를린에서 열린 슈뢰더 전 총리의 전기(傳記) 출판 기념식에 참석한 메르켈(Merkel) 기민당 소속 현총리 조차도 “현재 독일의 성공은 슈뢰더의 헌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비록 정치적 입장은 다르지만, 개혁에 성공한 슈뢰더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노동 개혁으로 10%가 넘던 독일의 실업률은 현재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이 점점 높아만 가는 유럽 다른 나라들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 때문이 아닌, 위와 같은 극심한 구조조정 덕분에 독일 경제가 살아난 것을 개혁의 직접 당사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 박원순 시장의 근로자이사제? 노동과 자본이 조직적인 방법으로 서로 대화하자는 것이지만, 그러한 시스템에서는 공장 폐쇄는 불가능하고, 직원들의 대량해고도 불가능하며, 대신 파업은 줄어들 것이지만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자료사진=연합뉴스


독일에서는 이사회를 ‘감독이사회’(Aufsichtsrat)와 ‘경영이사회’(Vorstand)로 나누고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2원적 이사회를 채택하여 유럽에서 근로자의 경영참가제도가 가장 발달하고 있다. 그 사상적 기초는 노사정(勞使政) 협의를 원칙으로 하는 코포러티즘(corporatism, 사회적 합의주의)이다. 

감독이사회의 개념 자체가 19세기 독일 Preußen은 주 주식법에서 국가가 회사의 설립을 허가하고 그 행위를 감독하던 것을 회사설립 허가주의를 포기하면서 정부 대신 회사 내의 자체 조직인 감독이 사회(Aufsichtsrat)를 설치하여 이것에 기업에 대한 감독기능을 부여하기로 한 것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펠프스(Phelps)는 코포러티즘에 근거한 노사정합의는 경쟁을 저하시키고 혁신을 위축시킨다고 말하였다. 그는 과거 여러 논문과 강연에서 코퍼러티즘을 유럽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그가 쓴 책 “대번영의 조건”(Mass Flourishing)의 핵심 내용은 코퍼러티즘의 파멸이다. 이 시스템은 노동과 자본이 조직적인 방법으로 서로 대화하자는 것이지만, 그러한 시스템에서는 공장 폐쇄는 불가능하고, 직원들의 대량해고도 불가능하며, 대신 파업은 줄어들 것이지만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계량경제학 연구도 부정적

유럽 계량경제학의 연구결과도 근로자이사제도의 효용성에 대하여 의문을 표시한다. 1982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한 28편의 실증연구논문 중에 노동이사의 임명으로 주가나 회사의 성장에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한 경우는 겨우 10편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11건에서는 어떠한 유의한 효과도 발견되지 않았고 일부 부문에서는 긍정적(예컨대 평균임금)이나, 다른 면(예컨대 시장가치)에서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7건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드러났다. 경영참여의 존재와 기업 성과 사이에는 어떠한 명확한 상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근로자이사제가 축소폐지되어 가는 유럽

유럽 14개국(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헝가리,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스웨덴,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은 사기업(민영화된 기업 포함)과 공기업에 모두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고, 4개국(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공기업에만 이를 적용하며, 나머지 12개국은 적용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럽의 노동자의 경영참가는 정치적ㆍ경제적 상황에 따라 점차 변하여 아일랜드, 몰타, 그리스, 스페인,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헝가리에서는 위축되고 있다. 대부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점차 폐지, 축소의 길로 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웨덴에서는 현상을 유지하고 있고, 약간 강화한 나라는 노르웨이, 룩셈부르그, 네델란드, 프랑스, 독일 뿐이다.

   
▲ 노조의 대표로서의 이사회 참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처럼 정관변경으로는 곤란하고, 반드시 상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는 근로자이사제에는 법률 근거가 없다./자료사진=연합뉴스


근로자 경영참가 강제하지 않는 유럽주식회사(Societas Europaea, SE)

유럽주식회사법은 2원적 이사회와 근로자의 경영참가를 강제하지 않는다. 독일의 유수기업 가운데 Allianz, Fresenius, BASF, Structured Financial Services, Porsche Automobile Holdings, DVD Bank와 같은 대기업들도 유럽주식회사(Societas Europaea, SE)로 전환하였다. 예컨대 Allianz SE는 2원적 이사회를 채택하고 있다. 감독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6명은 자본가를, 나머지 6명은 노동자를 대표한다. 다국적 기업이므로 노동자 대표는 독일대표 4명, 이탈리아대표 1명, 프랑스 대표 1명으로 구성하였다. 

독일 공동결정제도에 의하면 감사위원의 숫자가 20명으로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유럽주식회사법은 이러한 제한이 없으므로 이사의 수를 미국의 경우처럼 9~12명으로 축소시킬 수 있고, 그 중에서 노동이사를 임명하면 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인 경우는 대부분 근로자의 경영참여를 회피하기 위하여 유럽주식회사로 전환한다. Surteco AG, Gfk 등도 SE로 전환하였는데, 경영참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업문화가 중요하다

노동이사제도는 주주가치의 제고와 극심한 국제경쟁력이 요구되는 현대 기업 활동, 특히 벤처기업이나 IT기업에서는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채택하기 어려운 제도이다. 전통제조업이 강하며 사회적 시장경제체제하에 은행자본주의인 유럽의 경우에는 맞을 수 있지만, 자유시장경제체제하의 주식시장 자본주의인 영국,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이다. 법률에 근거도 없이 정관 변경으로써 기업의 근본에 해당하는 지배구조를 변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는 근로기준, 측량단위 등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국가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지방자치법 제11조 제5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부장관이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하여야 할 것이다(지방자치법 제169조 제1항).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럽에서 근로자이사제는 축소, 폐지되어 가는 경향을 보이며, 계량경제학에서는 근로자이사제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최준선]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