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Big)3가 ‘눈물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조선 세계 1~3위를 지키던 이들 업체의 위상이 급격히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 6조원 규모의 긴축 경영을 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최근 주채권은행에 제출했다.

대우조선이 2조5000여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 2조여원, 삼성중공업 1조50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이들 업체를 압박한 결과다.

채권단의 4조원대 지원을 받는 대우조선은 이미 지난해 1조8500억원 규모의 1차 자구안을 낸 바 있다. 지난 20일에는 7000여억원 정도 추가된 2차 자구안이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

1차 자구안에는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을 전량 매각해 7500억원을 조달하고 향후 3년간 인적 쇄신, 직접경비 및 자재비 절감, 공정 준수를 통한 지연배상금 축소 등으로 1조1000억원 이상의 손익 개선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연수원과 골프장 용도로 활용하던 비핵심 자회사 에프엘씨(FLC)를 매각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본사 임원을 55명에서 42명으로 30% 줄였으며 임원들 임금에서 기본급의 10∼20%씩을 반납하도록 했다.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등을 통해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 1300명 중 300명을 감축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일 낸 2차 자구안에서는 사무직과 생산직 등 추가 인력 감축, 중국 선박블록 공장 매각, 방산 부분 자회사 전환 후 상장 등을 통해 자구안 규모를 7000여억원 더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측은 "추가 자구안 제출로 기존 시행 중인 자산 매각을 강화하고 일부 매각 또는 사업 재편 대상을 확대해 자구안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 12일 제출한 자구안에서 2조원 규모의 긴축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전 계열사 비상 경영을 선언한 상태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포함한 전 계열사 임원의 급여 반납 등 인건비와 각종 경비 절약, 시설 투자 축소 등을 통해 5000억원 이상을 절감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자체의 절감액만 3500여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 관련 계열사에서는 부서장까지도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최근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생산직까지 확대해 2000여명 이상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핵심 사업인 금융 계열사, 호텔 사업 등도 지분 매각을 통해 정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건장, 로봇 기계 등의 분야를 분사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어 향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는 임원진 및 조직 추가 축소 개편, 희망퇴직을 통한 추가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및 삭감, 순차적 독(선박 건조대)의 잠정 폐쇄, 비핵심자산 매각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최근 두산엔진 지분을 처분하는 등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섰으며 거제삼성호텔을 포함해 각종 설비를 매각할 방침이다.

문제는 수주 가뭄 현상이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할 예정이라 자구안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이미 지난해 채권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1차 자구안을 내놨는데 이번에 정부의 압박 속에 또다시 대규모 추가 자구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선 빅3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제출함에 따라 타당성 검토와 더불어 외부 기관을 통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종합해 내주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대형 3사는 20여 년간 전 세계 조선 시장을 70%가량 점유해오며 막대한 수익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흔들리면서 세계 1위를 독주하던 국내 조선업계의 위상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950년~1990년까지 조선업 세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일본은 불황이 닥치자 시장이 더 확대되지 않을거란 판단에 도크를 폐쇄하고 설계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부상 등 세계 경기가 반등하면서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자 지속적인 설비·인력투자를 해왔던 한국조선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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