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3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해당 카드사는 고객 달래기에 여념이 없고 정부 당국과 대통령도 책임자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물론 이런다고 악화될대로 악화된 여론이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24일 :"'책임자 징계'가 이번 사태의 본질적 해결법이 아니라고 본다. 결국 이번 사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의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개인정보 노출에 무관심했던 개인과 이를 수집하는데 아무 꺼리김없던 업계 모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 정보가 얼마나 중요하고도 무서운 것인가 깨달은 만큼 이런 일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데 방점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스팸메일 안받아 본 사람 있나"...개인정보 유출은 이미 벌어진 일

업계에서는 슬며시 카드3사가 안쓰럽다는 시선도 있다. '시범쪼'로 찍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확인이 되지 않았을 뿐 이미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의 개인정보는 불법으로 시중에 돌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자는 22일 이번 카드 사태와 관련된 여의도의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고객들이 길게 늘어서 카드 재발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번호표를 뽑아봤지만 족히 2시간은 넘게 걸릴 것이란 안내직원의 답변을 들었다.

은행 직원에게 개인정보 유출이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사실 자기 자신이 알지 못해서 그렇지 개인정보가 시중에 돌아다닌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개그프로그램에 소재로 사용되고 유행어가 될 정도면 이미 불법 개인 정보 유통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스팸문자, 스미싱 전화 한번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개인정보를 통한 사기 수법인 스미싱을 보자.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접수된 스미싱 피해는 2만8,469건, 피해액은 54억5,300만원이다. 접수되지 않은 피해 사례까지 합하면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범죄에 사용되는 개인정보가 어디서 나왔겠는가.

스팸 메일에서 보이스 피싱, 스미싱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는 범죄는 모두 불법 유통되고 있는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은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 '책임자 처벌'은 능사 아냐...근본적 재발 방치 대책 '절실'

카드3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우리사회에 만연돼 있는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도박 사이트와 연결 되거나 신호 위반했다면서 유도하는 스미싱 등 개인 정보는 이미 어느 정도 시장에 흘러들어갔다"며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피해를 줄이고 재발을 방지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앞으로 정부 당국이 할 일은 책임자 처벌에서 그치지 말고 또 다시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금융당국과 관계부처도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개인정보 불법정보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11시에 금융위원장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회의가 있을 것"이라며 "불법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는 방안을 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불법정보 유통 차단을 위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검찰·경찰 등 관계부처·기관이 참여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불법개인정보 신고센터를 만들어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개인정보의 관리 상황을 신고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불법개인정보 유통 혐의가 있는 거래에 대해 금감원에 통보할 것을 요청하는 방안도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 정보는 다른 금융권보다 신용정보가 많이 들어가 있고 식별정보도 많이 들어 있다"며 "이 같은 정보는 불법복제 보다는 대출 모집이나 마케팅에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법 마케팅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