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있습니다. 직원들 근속 연수가 20년 가까이 되고, 국내에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

몇 년 전 영화배우 안성기가 현대중공업을 홍보하는 광고 영상 중 한 대목이다. 하지만 광고와는 달리 경영난에 빠진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1000명 넘게 임직원을 감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사무직 인원의 10%에 육박하는 수치며 내주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직에 대한 감원에도 들어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에 따른 자구책으로 사무직 과장급 이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결과 10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긴축 경영을 선언하며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 1300여명을 감축한 바 있다. 이번에 또다시 대규모 감원으로 전체 사무직 인원은 사실상 핵심 필수 인력만 남게 됐다.

실적 부진이 원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46조2317억원, 영업손실 1조5401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매출 10조2728억원, 영업이익 3252억원을 달성하며 2013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현대중공업 단독 기준으로는 매출 5조5544억원, 영업이익 1013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현대오일뱅크가 2조3657억원의 매출과 17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현대중공업 실적 개선에 착시 현상을 불렀다.

이번 사무직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을 받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힘스, 현대E&T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그룹은 매년 1000여명 가까운 정년 퇴직자들의 뒤를 이을 신입 채용 규모를 크게 줄여 자연적인 인력 감소도 유도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내주부터 2주간 생산직에 대한 희망퇴직에 들어간다. 대상자는 3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500여명 정도가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생산직 희망퇴직은 현대중공업그룹 사상 처음으로 단행되는 것으로 기장(과장급) 이상이 대상이다.

최근 고정급여 폐지 등으로 사실상 임금이 삭감되면서 퇴직금마저 줄어들 상황에 부닥친 일부 기장급 이상 생산직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문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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