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민생외면 정쟁으로 국정발목 잡을 땐 국민 심판 따를 것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역대 최악의 19대 국회가 소위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이란 폭탄을 남기고 퇴장했다. 4년 내내 정쟁과 발목잡기로 국민의 우환덩어리가 되더니 마지막까지 국민에게 빅엿을 선사하고 끝을 냈다. 정책국회를 위한다는 좋은 취지와 다르게 국회법 개정안은 말 그대로 국민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왜 그런가. 기존 국회법에선 상임위 청문회 개최 요건을 '법률안의 심사를 위해서 3분의 1의 요구가 있을 때' 그리고 '중요한 안건의 심사를 위해서 과반수가 요구될 때' 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통과된 개정안은 중요 안건이 아니더라도 '상임위 소관 현안'이기만 하면 과반수 의결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청문회는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지도 않는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야당이 원하는 무엇이든 트집을 잡아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을 오남용하지 않겠다지만 이 당이 그동안 벌여온 일들을 비춰보면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나.

일하는 국회와 상관없는 상시 청문회법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다 상시적인 청문회까지 추가될 경우 앞으로 국회가 벌일 난장판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해진다. 정부 발목을 잡는 수준이 아니라 민생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야당에 미운털 박힌 기업들은 작은 꼬투리라도 잡힐 때마다 청문회장에 서게 될 것이다.

소위 진보좌파 언론이 특정 기업 때려잡자고 분위기를 잡을 것이고 야당과 한 몸뚱이나 다름없는 온갖 단체들이 부채질을 하며 들고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인민재판식 여론이 형성되면 국민을 위한답시고 정치권이 청문회장에 세워 잡는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관련 의원들이 투표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물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이 반드시 해야 할 청문회가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온 것이 상시청문회법이 없어서였나. 국회가 이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청문회하고 관련법도 제정할 수 있었다. 본질은 국회의 직무유기이지
국회법의 문제가 아니다.

민생은 모른 척 하던 야당이 상시 청문회법을 만든다고 갑자기 일 잘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상시 청문회법을 정쟁에 악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는 단순한 선입견 탓만이 아니다. 청문회와 비슷한 개념의 국정조사 과거 사례만 봐도 그렇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국정원 해킹 의혹 국정조사, 세종시 수정안 국정조사, 미국산 쇠고기 국정조사, 4자방 국정조사, 내곡동 사저 국정조사, 용산참사 국정조사, 쌍용차 국정조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정조사, 언론장악 국정조사 등등 야당이 지난 정권부터 지금까지 요구해온 국정조사가 바로 이런 내용들이다.

대부분 야당의 정쟁 소재였고 국민의 원성을 샀던 주요 원인이 됐던 것들이다. 기존에 열렸던 여러 청문회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민생을 위한 청문회가 얼마나 있었나. 이런 정쟁을 더 쉽게 자주하자는 것이 상시 청문회법의 본질이다.

상시 정쟁법으로 역대 최악 예고한 20대 국회

심각한 것은 이런 '상시 정쟁법'을 야당의 요구에 여당이란 작자들이 부화뇌동해 통과시켜줬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 내분이 점입가경이지만 그건 그들의 한심한 작태로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싸움의 영향이 민생과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까지 미쳤다는 것이 심각하다.

더민주당 전 원내대표 이종걸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시청문회법이 통과된 후에 이런 말을 했다. "어제는 다행히 새누리당의 혼란과 분란 속에서 이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새누리당도 동참하는 바람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 법안이 정부여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사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시켜주었다며 비웃은 것이다.

야당이 이 법안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20대 국회는 19대 국회 수준을 넘어서 악몽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제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여당 의원들이란 사람들이 국민은 내팽개치고 여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상시정쟁법, 민생파괴법으로도 불릴만한 상시청문회법이 확정되면 국정이 마비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삼권분립을 깨고 입법부가 행정부에 개입해 깔아뭉개고 다스리겠다는 의도도 분명하다.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은 안건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는데 국회의장이 막판에 자의적으로 법안을 상정한 것도 현 정부를 골탕먹이겠다는 뜻 이외에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국민을 우선시하고 이 법안에 담긴 의도와 민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결과까지 신중히 검토했다면, 과연 이런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었겠나. 안 그래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신당을 차린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런 묘한 시점에서 일을 벌인 국회의장의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상관없이 야당이 주도권을 가진 이상 20대 국회에서 법안은 어떻게든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건 잊지 말아야 한다. 야당이 불임정당 소리까지 들었던 것은 정쟁에만 매달린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현 정부를 잡겠다고 만든 상시 청문회법은 오히려 야당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국민 팔아 다시 정쟁에 나선다면 국민은 언제든 다시 심판하고 탄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 기억해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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