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01.19 09:08 목
> 칼럼
'위로' 받지 못한 영화 '곡성'…"부엌 식칼을 치웠다"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승인 2016-05-23 18:00:00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 우태영 언론인
영화 '곡성'을 관람한 몇몇 사람들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걍 괜찮다고 한다. 뭐가 좋더냐 하고 물으니 대체로 영화가 관객을 긴장시켜서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사실 거대하고 시커먼 영화 스크린에서 조그마한 해골 모양으로 시든 꽃을 주목하게 만든다든지, 혼란스런 현장에서 돼지 한 마리나, 사진 한 컷을 주목하게 만드는 영상 기법을 일단 주목할만하다. 천우희가 곽도원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면도 상당한 공이 들어갔을 것이다.

모난 돌이 스크린을 가로질러 정확히 곽도원 발치까지 땍떼굴 굴러가는 장면을 촬영하려면 한 차례 던지는 장면마다 최소한 1천 번은 반복해서 촬영하지 않았을까 한다. 기괴한 장면이나 피칠겁한 잔혹한 신이 이어지는 것도 관객들의 마음을 욱죄는 하나의 트릭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관람한 한 주부는 필자에게 "영화를 본 다음 집에 와서 부엌에 있던 식칼을 안 보이게 치웠다"고 말했다. 그는 매스컴에 보도된 전문가들의 영화평이 하도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그런데 영화 중 곽도원 부부가 승용차 뒷좌석에서 백주 대낮에 정사를 벌이는 장면, 그리고 나서 휴지로 아랫도리를 닦다가 창문 밖에서 들여다보는 초등학교 다니는 딸아이에게 들켜서 기겁하는 장면, 그리고 앓아서 자리에 누운 딸아이가 아버지인 곽도원에게 "…씨발놈아"하고 욕설을 퍼붓는 장면, 그리고 급기야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도 할 수 있을 대목인 딸아이가 어머니를 식칼로 살해하는 것 등에 충격받았다. 영화에 대한 실망을 넘어 영화를 보고난 후 두려움과 불쾌함 때문에 가슴이 멈추지 않고 쿵쾅거리더라는 것. 그래서 집에 와서 우선 화급하게 부엌에 있던 식칼을 보이지 않게 치웠다는 설명이었다.

   
▲ 영화 '곡성' 스틸 컷.

필자도 매스컴에 기라성같은 전문가들의 영화평이 워낙 대단해서 이 영화를 보았다. 필자의 소감은 두려움이나 불쾌감까지는 아니지만, 영화의 플롯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홍진 감독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감독이 제작비 1백억원을 들여서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를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도 만인이 만 가지로 영화를 해석하는 듯 했다. 박수무당 황정민이 일본이 쿠니무라 준과 한패인 친일파이고, 곽도원 딸은 종군위안부를 상징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감독의 메시지가 워낙 알쏭달쏭하므로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된 후 나홍진 감독이 여러 매체와 행한 인터뷰 기사를 보았는데, 종군위안부를 다룬 영화라는 내용은 없었다. 그러면 그렇게 해석한 관객은 영화를 잘못 본 것일까? 나홍진 감독의 메시지를 잘못 해석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아니면 영화를 보고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북돋우는 한편 애국심을 다지게 되었으므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어찌됐든 순기능을 행한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가 뇌리에서 사라져가던 차에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이 영화 '곡성'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영화라고 설명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솔직히 매우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고 '위로'는커녕 사람들을 가혹하게 '응징'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독버섯을 먹은 마을 사람들이 일으키는 사건의 연속이다.(그런데 독버섯 때문인지도 불분명하다.) 사람들은 살인사건의 원인을 독버섯을 먹어서 발생한 환각현상 때문이 아닌 악귀가 횡행한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 일본인 쿠니무라 준에게 혐의가 씌워지고, 이를 해치우기 위해 박수무당 황정민이 초빙되어 굿으로 대결한다.

그런데 나중에는 둘이 한 패인 것으로 드러나 천우희에게 호되게 당한다. 급기야 쿠니무라 준은 천우희에게 죽음을 당하고 부활한다. 그런데 그의 손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생긴 못자국이 나타난다. 그리고 곽도원은 천우희의 가지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집으로 간다. 결국 천우희의 경고대로 딸이 가족들을 몰살한다.

   
▲ 영화 '곡성' 스틸 컷.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이 어머니와 할머니를 몰살하는 결말이 '위로'일까? 보통사람들이라면 이런 엽기적 살인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불쾌하게 '응징'을 당했다고 할 것이다. 나홍진 감독이 어리버리한 경찰관 곽도원 가족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응징을 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은 천우희의 입을 통해 '믿음 부족'을 탓한다. 그런데 무엇을 믿으라는 말인지….

영화 막바지에 쿠니무라 준은 뿔달린 악마로 환생하는 데 손에는 예수님을 상징하는 못자국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나홍진 감독은 예수가 악마라는 말을 하려는 것일까? 반대로 쿠니무라 준의 대사대로 신부후보생의 의심 속에서 악마가 나타난 것이라면…. 감독은 예수를 철저히 믿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일까?

만약 이 모든 살육극이 독버섯 때문이라면 곽도원 일가 등 마을 사람들이 과학과 유물주의를 믿지 않고 샤마니즘 등 어떤 종교적인 의심에 빠진 것이 잘못이다. 과학을 신뢰하지 않고 무당을 불러들이고 외지인 탓을 한 데 대한 '응징'으로 감독은 그 많은 등장인물들을 죽이고 어린 딸에게 어머니를 죽이게 만든 것일까? 감독은 과학만을 믿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감독의 메시지가 잘 파악되지 않는 원인은 주요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인 쿠니무라 준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홍진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네팔의 무속신앙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왜 일본인 배우를 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황정민이 박수무당인 것은 알겠는데…. 갑자기 바지를 갈아 입는데 훈도시가 드러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천우희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지…. 영화 속에 나홍진 감독이 뒤죽박죽으로 숨겨논 암시나 상징이 워낙 많은 것 같고, 그것들을 다 찾고 해석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나홍진 감독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에서 인간의 영혼이나 신(神)에 관한 문제를 다루었다고 말한 것을 읽었다. 필자를 이를 보고 감독이 대하소설로 겨우 다룰 소재를 단편소설로 쓰는 과잉의욕을 부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영화를 보고난 직후에는 실제 일어난 것은 독버섯 중독으로 인한 연속 살인 사건, 나머지는 모두 곽도원의 꿈 속에서 일어난 일(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처럼) 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영화에서 감독이 설명한 인간에 대한 '위로'를 찾기는 어려웠다. /우태영 언론인

( 이 글은 조선 pub 홈페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곡성' 스틸 컷.
[우태영]


[미디어펜=정재영 기자]배우 장소연이 뛰어난 언어실력을 공개했다. 장소연은 지난 18일 방송된...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미씽나인’에서 이선빈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고 있다.18일 첫 방송된...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신인배우 이도겸이 소방관으로 깜짝 변신했다.19일 소속사 인연 엔터테...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84 , 603(운니동, 가든타워)  |  회사직통번호 : 02)6241-7700  |  팩스 : 02)6241-7708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0574 | 등록일.발행일 2008.5.8   |  발행인 : 이의춘 | 편집인 : 민병오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사성
Copyright © 2013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