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달 초 북한의 7차 당대회 때 평양을 방문한 외신 기자들이 북한 상위 1% 부자들의 모습을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며 평양과 맨해튼을 합친 ‘평해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평양의 부자들은 아침에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을 하고, 유명 SPA 브랜드 옷을 입고,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초호화 레스토랑에서 1등급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먹는다’고 보도했다.

북한 근로자 평균월급이 2000~3000원에 머물러 있는데도 10달러(우리 돈으로 1만원 가량)짜리 커피 한잔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는, 북한에서 1%에 불과한 평양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신흥 돈주’로 불리는 평양의 부자들은 고위간부들에게 줄을 댄 특권층이 대다수이다. 간부들의 친인척이거나 가까운 지인들로 간부들은 이들의 뒤를 봐주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는다. 

한마디로 기존 권력과 끈끈한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이어야만 신흥 돈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신흥 돈주들의 뒤를 봐주는 간부들이 평양에만 약 1000명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장마당을 배급제가 끊기면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시장에서 자본주의를 경험한 ‘장마당 세대’가 북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배급제가 완전히 부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없앨 경우 파장 등을 염려해 일치감치 북한 당국은 시장을 통제하면서 적극 관리해왔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처음에는 시장억제 정책을 쓴 것이 사실이지만 당국이 나서 직접 관리하면서 돈주들과 유착관계가 형성됐고, 신흥 부자들은 현 정권과 체제를 유지시켜야 하는 기득권일 뿐”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기술 있는 몇 사람이 모여 오토바이 수리점을 차렸다. 또 배터리를 구비해 전기를 공급하는 간이식 오락실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내 당국이 개입하기 마련이고 외화벌이 상점이든 시장 매대든 크고 작은 상점들은 당국의 기업소에서 허가를 받아야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특히 돈벌이는 잘되는 업종은 간부들이 자신의 친인척을 내세워 운영하게 하고 이윤을 나눠먹는 식이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북한에서 개인의 돈벌이가 만연해졌고, 달러를 쌓아놓고 사는 부자들도 크게 늘었지만 평양의 부자들은 늘 불안하다.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 혐의를 씌운 것처럼 당국이 특정 간부를 제거하고 싶을 때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바로 ‘부자로 산 죄’이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평양 부자들은 축재한 외화를 어떻게 잘 숨길까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어떤 이는 지붕 서까래 밑에다 숨기고, 비닐로 싼 달러를 철함에 넣어 하수도에 숨겼다는 말도 들었다”며 “한 간부는 무려 70만달러를 아파트 복도에 시멘트로 매장해놨다가 골동품 장사를 한 혐의로 체포되는 바람에 모두 실토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부자들이 자신이 번 돈을 숨겨두는 이유는 그 돈을 언제 압수당할지 모른다는 심리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 들어 평양 부자들은 서로 경쟁하듯 풍족한 소비생활을 과시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한다. 과거처럼 부자들이 먹고 마시는 데에만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명품으로 치장하고 집에 좋은 가전제품을 채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이다.

평양의 부자들은 무리지어 명품 쇼핑을 하러 돌아다니거나 일부 부자들의 경우 자신의 집 방 한칸에 일본제를 비롯한 외제 상품만 가득 쌓아놓고 과시하는 풍조마저 생겨났다고 하니 물 위에서는 우아한 자태로 떠다니기 위해 물 아래에선 끊임없이 발을 놀려야 하는 ‘호수 위의 백조‘가 평양 부자들의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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