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의료, 관광, 공공부문 기득권세력의 발목잡기 혁파해야

   
▲ 박종운 시민정책연구회 연구위원
<뒤쳐지기 시작하는 대한민국>

퀴즈: 다음은 어떤 나라를 가리킬까?
“〇〇〇〇는 국토가 좁고 부존자원이 거의 전무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대외 개방형 경제를 추구함으로써 세계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1970년대에 외자를 이용한 수출 주도형 공업화를 추진하여 높은 성장을 이룩하였으나 1980년대에 들어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전자·기계·제약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과 금융, 물류, 통신 등 제반 서비스가 통합된 국제적 비즈니스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공동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답은 어느 나라일까?
〇〇〇〇이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것일까?
꼭 틀린 대답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정답은 이 글의 출전을 밝히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글의 출전은 [네이버 지식백과] 싱가포르의 경제 발전 전략 (싱가포르 개황, 2010.6, 외교부)이다. 정답은 싱가포르다.

필자가 이 글을 원문 그대로 인용한 것은 2006년 1월 초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의 충격 때문이었다. 그때 필자는 일행들과 함께 싱가포르 경제발전청(EDB, Economic Development Bureau)도 방문했었는데, 1965년 독립한 싱가포르의 경제발전과정이 1960년대 이후의 대한민국 경제발전과정과 쌍둥이와 같다는데 놀랐다. 더 놀란 것은 싱가포르가 이제 한국을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싱가포르는 주력산업이 매 10년마다 섬유산업에서 기계산업으로, 다시 전자산업으로, 다시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 변화해왔다. 누가 누구를 본떴는지와는 상관없이,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싱가포르는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순서로 주력산업의 변신을 이루었다.

혹자는 싱가포르의 유리한 입지 여건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무역항 외의 부분의 발전 변신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임금의 상승압력과 후발 주자들의 성장에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앞의 인용문 뒤에 이어지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식 기반 위주의 경제 구조 전환을 추진하여 미래 산업 개척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연구 개발, 교육, 의료 분야에서의 허브를 추진하고 있고 복합 리조트 건설을 통한 관광 산업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싱가포르의 경제 발전 전략 (싱가포르 개황, 2010.6, 외교부)

대한민국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싱가포르에 뒤처지고 있다. 민간에서는 비슷하게 가려고 하고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각종 규제의 벽에 막혀서, 수구적 요소들의 반발에 막혀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들>

대한민국의 발전 비결을 배우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교육열을 느끼기 위해서, 중국 학생들을 위시한 외국의 학생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기존 대학교의 정원 외 입학 내지 국제대학원 방식의 수용일 뿐이다. 이러한 때에 세계 유수의 대학교를 유치하면 세계의 학생들에게 더 확실한 교육서비스의 매력을 제공할 수 있는데도, 등록금 차이로 인한 위화감, 투자 수익의 송금 등등의 문제를 들어 문을 아직 활짝 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을 보기 위해서 외국인들이 관광을 오고 있지만, 숙박시설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이를 위해 레지던스 방식의 업태가 생겼지만, 호텔 대 레지던스의 몇 년간의 법률 분쟁 속에 레지던스 측이 진 후, 국회의 문제 제기로 시행령을 바꾸었지만, 이제는 도시계획, 학교위생정화구역 등 다른 규제에 걸려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경기도에서 화성에 세우고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도 국가의 소극적인 태도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카지노도 내국인 출입허용 문제로 벽에 부딪쳐있다. 복합리조트 건설로 볼거리 즐길거리를 확충하려는 대대적 노력이 부족한 상태다.

   
▲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4만불의 선진부국으로 가는 길에서 방황하며 터덕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 의료, 관광과 공공부문의 기득권세력이 개혁과 혁신을 거부한채 한국판 러다이트운동을 벌이고 있다. 의사협회가 최근 병원의 영리자회사및 원격진료허용에 불만을 품고 총파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계는 그간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고 실력도 높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이러한 때에 영리 자회사의 설립, 원격의료의 제도적 보장 등으로 규제를 혁파하려고 하고 있으나, 벌써 몇 년째 의료계판 러다이트 운동에 의해 의료개혁의 발목이 잡히고 있다. 추세에 부응하여 변신을 이룰 생각을 하기보다는 기존 상태에 안주하여 제도개혁은 반대하고 그저 의료보험 수가인상에만 주력하고 있다.

섬유산업의 영원무역 세아상역 등이 방글라데시, 과테말라 등지에서 생산하고 있고, 기계금속 산업의 현대자동차 등이 북경, 미국, 폴란드 등지에서 생산을 하고 있고, 전자 산업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이 중국 등지에서 생산을 하고 있는 등 과거에서 현재에 걸친 산업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생산기지를 옮긴 것일 뿐, 연구개발 기획의 기지는 한국에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 기획 등을 위한 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수도권정비법 등이 이를 막고 있다.

돈먹는 하마인 공기업에 대해서도 자립을 하도록 하여 국가가 재정부담을 덜고 신산업 육성에 힘을 쏟도록 해야 하는데, 또 해당 기업의 대 시민 봉사경쟁 및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도 민영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철도파업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독점세력이 독점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 민영화 언저리에도 가보지도 못하고 한 개의 독점기업을 두 개의 독점기업으로 바꾸는 수준에 머물렀다.


<선진국으로 거듭나기를 위한 새로운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세계 무역 10위권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수구적 기득권적 요소들의 발목잡기 자체를 혁파해야 한다. 지난 경제개발 과정에서 기존 산업에만 안주하고 있었으면 우리는 그 시대에 이미 세계시장에서 외면받았을 것이다. 변신을 이루었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우리 수준에 걸맞는 봉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정받았고 살아남았고 배움의 대상이 되었다. 과거에 우리를 먹여 살렸던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고용없는 성장이 이루어지는 이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새로운 변신을 게을리한다면 이는 고사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새로운 변신을 가로막는 요소들도 하나 하나 극복해나가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총체적으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를 위한 새로운 국민적 각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때에 민영화 괴담이 횡행하는 것은 학생들 80%가 대학교 가는 나라의 지식 수준에 맞지 않는 부끄러운 일이다. 영국에서 철도가 처음 생겼을 때 마차보다 빨리 가는 것은 사람에게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속도를 규제하게 했다던 영국 의료계만큼이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영국민들은 주기적으로 잘못된 생각들을 극복했다. 대처 수상 때도 ‘영국에 투자한 기업은 영국기업’이라는 말로 외국인 배타 내지 국부유출론 등을 잠재우고 영국병을 치유했다. 이제 한국에서도 새로운 각성이 일어나야 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민영화괴담 등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고, 고통스럽지만 미래 희망이 있는 변신을 택해야 한다. 안주하면 점점 더 어려워질 뿐이고, 그 끝은 ‘한국병’이 되어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뿐이다. 어느 기업인이 20여년 전에 한 말이 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꿔라!” 그리고 그 기업은 혼연일체가 되어 20년 사이에 기업 규모를 20배 키웠다.

이제는 싱가포르의 발전전략에서 배워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다시금 변신하고, 선진국으로 거듭나기를 이뤄내야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소득 4만불의 미래가 있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