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문화계…문성근·명계남·김혜준 맞설 투사 없어
국회가 이상하다. 도서정가제는 흔들림 없이 출판계를 죽이고 있으며, 선심성 예술지원 정책만이 난무한다. 아시아 문화의 전당부터 문화예술계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벌써부터 정쟁뿐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좌파들의 먹잇감이 된지 오래다. 그 나라의 정신을 보여주는 문화가 과연 타협의 대상인지, 처절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권력이나 지키려는 국회에 과연 한국의 문화와 교육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민국문화예술인’(이하 대문예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문화에 대한 개념이 없는 20대 국회에 퇴행하고 있는 절박한 문화계의 외침을 전하고자 ‘대한민국 문화 예술인, 20대 국회에 보내는 경고’ 2차 세미나를 주최했다.

24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열린 대한민국문화예술인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공재 대문예인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에 문화융성은 없다’는 발표를 통해 “20대 국회의 공약을 보면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사무총장은 “386 운동권 주사파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이 바로 한국의 영화계, 문화계의 현주소”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융성 발언은 그 자체가 문화전쟁의 선전포고라고 생각했으나 이는 공염불로 끝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 사무총장은 “20대 국회와 새누리당은 문화를 내팽개쳤다”며 “한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어진 한국 문화계를 정상적으로 세울 시간을 허비했다”고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더민주에는 문성근이 있고, 국민의당에 김혜준이 있다면 당이 어떤 식으로 나뉘어져 있던 문화적 뿌리는 같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한국 문화계를 좌편향으로 만든 주인공 둘이 각기 다른 야당에 포진해 꾸준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숙주역할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사무총장은 “문화융성, 문화전쟁은 정치투쟁”이라며 “한국 문화계의 정상화를 위해선 정치적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최 사무총장은 이를 위해 “새누리당 내부에서 문화융성과 문화 정책, 문화전쟁을 위한 작전과 전략을 짜야하고, 전투에 참가할 용병들을 만들어야 한다”며 문화융성특위를 만들어 그 전초기지로 삼자고 제안했다. 아래 글은 최공재 대문예인 사무총장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공재 대한민국문화예술인 사무총장
새누리당에 ‘문화융성’은 없다

20대 국회에서 ‘문화융성’이 사라졌다

현 정부의 출범 시 내세운 4대 정부기조엔 당당하게 ‘문화융성’이 들어가 있었다. 드디어 좌파에 함몰된 한국의 문화계를 조율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섣부른 생각에 필자를 비롯한 숨어있는 우파 문화인들은 만세를 부르며 감격에 겨워했다. 

하지만, 3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감격은 참담함으로 변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19대 국회에는 그나마 김장실, 박창식 의원이 문화관련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갔다. 김장실 의원은 ‘문화기본법’을 만들기는 했지만 어정쩡한 스탠스로 우파문화인 양성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고, 박창식 의원은 도대체 이 사람이 문화계 인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데 20대 국회는 과연 이 정부가 ‘문화융성’을 외치는 정부인가 싶을 정도로 단 한 사람의 문화관련 의원도 없는 철저히 문화는 외면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더민주당이야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스타일상 경제에 치우쳤다고 하더라도 문화융성을 기조로 내건 새누리당의 문화계 외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국민대 언론학부의 ‘이대현’ 교수는 ‘서울신문’을 통해 새누리당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노골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아무리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었다 하더라도 명색이 집권 여당이고, 지금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삼아 정권의 성패를 걸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는 것인가. 누구보다 필요한 입법과 예산으로 밀어 주고 독려해야 할 당사자들이 “나 몰라라” 한 격이다. -중략- 문화융성, 창의적 문화를 통한 경제 부활이 중요하고 절박하다고 외치는 대통령을 가장 열심히 돕겠다던 ‘진박’들은 무엇을 했나. -중략- 국회가 ‘문화 황무지’여도 좋다고 생각했거나, 문화융성에 관심이 없거나, 문화를 모르는 무식의 소치이거나. 아니 전부 다일지도 모른다.”

비단 학계에서만 이런 걱정들이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하철경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 회장은 뉴스원(news1)을 통해 "대통령께서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삼고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데 여당에서 엇박자를 내서 우려가 된다"라고 밝혔으며, 문정희 한국시인협회 대표는 "비례대표에 여야 모두 문화예술인을 배정하지 않은 것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문화인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타 다른 문화단체들도 우려와 걱정을 표하고 있다.

20대 국회의 공약을 보더라도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물론 몇몇 후보들의 공약에는 문화관련 공약들이 있었지만 대개는 한류와 예술인복지법 개정 등 표로 갈 것들만 다루고 있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 문화융성은 여당의 무개념 속에서 대통령 혼자 다 짊어지고 가야할 판이다. 그런 상태인데도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계파싸움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함을 떠나 한심하기 그지없고 그저 대통령이 불쌍할 따름이다.

   
▲ 20대 국회가 코 앞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문화융성과 문화 정책, 문화전쟁을 위한 작전과 전략을 짜야하고, 전투에 참가할 용병들을 만들어야 한다./자료사진=미디어펜


싸워보지도 않고 패배를 향해 가는 문화전쟁

대통령의 ‘문화융성’ 기조발표 이후 필자는 문화전쟁을 예견했었다. 이문열 작가는 한국의 문화계 98%가 좌파 문화권력이 장악하고 있다고 했고, 필자는 경험을 통해 한국의 영화계는 99%가 장악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탈북자 출신의 조감독 앞에서 남한을 저주하며 북한을 찬양하는 386 운동권 주사파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이 바로 한국의 영화계, 문화계의 현주소다.

이런 곳에서 우파 대통령의 문화융성 발언은 그 자체가 문화전쟁의 선전포고라고 생각했었다. 아쉬운 것은 ‘문화융성’이란 단어는 정체성을 확인하기에 애매한 단어였다. 조우석 평론가는 그래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문화선진화’란 단어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필자는 문화산업 융성’ 시대를 주장했었다. 하지만, 20대 국회와 새누리당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문화를 내팽개쳤다. 말로는 대통령을 잘 보좌한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 기조를 이어받을 생각은 없다.

진정 문화융성은 대통령의 공염불로 끝나게 될 것인가? 그렇게 되면 한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어진 한국의 문화계를 정상적으로 세울 시간을 우파는 MB정권부터 10년, 그 전 정권까지 합치면 20년 이상을 허비한 것이다. 차라리 ‘잃어버린 10년’은 버틸 만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혹자는 더민주건, 국민의당이건 새누리당과 같이 문화계를 배제했으니 어쨌든 공평한 것이 아니냐고 세상에서 제일 바보도 안 할 말로 뻔뻔하게 되묻는다.

야당은 지난 18년간 자신들의 문화계 정악을 마무리한 상태다. 98%다. 그러니 이제는 정치 쪽에서 관심을 좀 덜 가져도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형태다. 그 자체가 야당의 텃밭을 일구는 정치판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지금껏 아무 것도 안한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상태다. 벌써부터 영화계는 내년 대선을 타겟으로 하는 대선용 기획 영화들이 즐비하게 준비되고 있고, 문학계 역시 한강의 맨부커상을 계기로 518 장사를 시작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얻어터지고 대중선동에 놀아나야 정신을 차릴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이 얼마나 문화에 한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는 안일한 그들의 대처방식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화정책이라곤 정의당과 녹색당에서만 있다고 말하는 그들은 생각이 있는 걸까? 굳이 비례나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더민주당에는 문성근이 정치적 활동을 펼치며 버티고 있고, 명계남은 영화학교까지 만들어 대중선동 작업에 꾸준히 앞장서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로 ‘국민의당’에 있다. 겉으로는 문화정책에 관심 없는 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더민주와 달리 국민의당은 상상하기 힘든 숨은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당의 문화정책을 담당한 인물이 ‘김혜준’이라는 것이다. 김혜준은 DJ시절 영화진흥공사를 영화진흥위원회로 바꾸는 작업에서 앞장 서 있던 문성근, 명계남과 함께 영화진흥위회 사무총장을 하며 영화계의 좌성향 만들기에 실질적 업무를 담당했던 자다.

미디어센터를 만들어 그 안에서 학생들에게까지 마르크시즘을 가르치게 했던 인물이며, ‘퍼블릭 액서스(public access, 대안언론)’를 통해 민중미디어투쟁운동을 주도하며 전국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대중 세뇌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MB 정부 때 미디어센터에서 물러난 그는 난데없이 부천문화재단으로 들어가 오히려 승진하는 모양새를 꾸리며 살아남았다가, 난데없이 국민의당으로 간 것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의해 문화도시로 형성된 광주와 나주의 문화혁신도시를 장악하려는 그의 움직임이 국민의당으로 움직이게 한 것이다. 더민주에는 문성근이 있고, 국민의당에 김혜준이 있다면 당이 어떤 식으로 나뉘어져 있던 문화적 뿌리는 같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 문화계를 좌편향으로 만든 주인공 둘이 각기 다른 야당에 포진해 꾸준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숙주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문화를 통한 체제번복, 즉 혁명을 꿈꾸고 있다. 그 혁명의 꿈이 사라지는 태동이 바로 ‘문화융성’이라 생각했는데 새누리당은 여전히 문화 자체에 대한 개념이 없다.

   
▲ 한국 문화계의 정상화를 위해선 정치적 대립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슬프게도 20대 국회에서 문화전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자료사진=연합뉴스


문화융성, 문화전쟁은 정치투쟁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법사위원장을 잡기 위해 외교안보통일 쪽도 야당에 넘길 수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우파의 기본 가치도 버리는 그들에게 문화융성은 이제 바랄 수도 없겠지만, 이런 이념이나 가치기준도 없는 정당이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전쟁을 해야 할 시간에 지들 밥그릇 싸움만 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지지하고 따를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조우석 문화평론가는 ‘용어전쟁’이란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파는 문화를 정치-경제-사회영역의 옆 부문의 하나로 보는 산술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탈코트 파슨즈 식의 구조기능주의적 접근은 시효만기가 된 지 오래다. 문화야말로 사회 모든 부문을 감싸 안는 전략적 요충지로 등장했는데, 이런 변화 기미를 선점해온 게 좌파다. 문화권력-지식권력을 구축한 것도 저들이다. 즉 문화의 옷을 걸친 정치투쟁이다.”

문화는 정치와 무관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계는 386 운동권들의 투쟁도구로서 80년대부터 사용되어 오면서 정치화가 되어 버렸다. 좌파적 발언은 개념인으로, 우파적 발언은 수구적 발언으로 매도되었고, 모든 학교에는 이승만과 박정희보다 김구와 김일성의 책으로 더 많이 채워져 있다. 왜 새누리당이, 우파라 자칭하는 정치인들이 문화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다.

문화융성이건 뭐건 한국 문화계의 정상화를 위해선 정치적 대립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슬프게도 20대 국회에서 문화전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대 식물국회보다 더한 ‘무생물국회’가 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기대할 곳은, 국회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인 ‘문화융성’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역할을 할 만한 곳은 슬프게도 새누리당 밖에는 없다. 국회를 떠나 새누리당이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문화융성과 문화 정책, 문화전쟁을 위한 작전과 전략을 짜야하고, 전투에 참가할 용병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저 TV에 좀 나왔다고 연예인이랍시고 비례대표 한자리 차지하려고 만들어진 새누리당 연예인 홍보단 ‘누리스타’같은 한심한 것 말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뭘 하는지도 모르는 ‘문화융성위원회’ 말고 파이팅 넘치는 투사들이 필요하다.

투사는 커녕 여기저기 눈치만 보다 한자리 잡으려는 올드한 이미지의 연예인들 말고, 현장의 젊은 문화인들을 모아 탄약과 무기를 주고 싸우게 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니, 늦었지만 아직은 해볼 만하다. 그러니 당 내부에 ‘문화융성특위’를 만들어 문화전쟁을 치르는 전초기지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할 수 없는 이 일의 적임자는 새누리당 밖에는 없다. 이념 전쟁, 문화전쟁의 선두에 설 지휘자의 역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건 바람일 뿐, 새누리당은 그럴 능력도 의식도 상실된 상태다. 다음 당대표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발 이런 이념들을 제대로 탑재한 문화전쟁의 선두에서 나설 인물이기를 바란다. 당연한데도 현실적으론 참 슬픈 바람이다. /최공재 대한민국문화예술인 사무총장

   
▲ 정부는 할 수 없는 이 일의 적임자는 새누리당 밖에는 없다. 이념 전쟁, 문화전쟁의 선두에 설 지휘자의 역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자료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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