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법정관리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상선이 발행한 회사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만기가 얼마 안 남은 회사채는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피할 경우 액면가액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일부 투자자에는 ‘로또’로 불리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현대상선이 발행한 상장채권 ‘현대상선177-2’는 오는 7월 7일 만기가 돌아온다. 이날 현대상선177-2는 5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현재 채권가격이 액면가(1만원)의 절반 수준인 5000원대를 오가고 있는 만큼 만기가 오면 불과 한 달여 만에 두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법정관리에 가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로 간다면 채권회수율이 20%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용선료 협상에서 해외 선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2000원 아래에서 사야 겨우 본전을 맞출 수 있다는 말이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성공해서 법정관리를 피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피하고 현대증권과 부산신항만터미널 매각자금이 들어온다면 회사채 상환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가는 1조2500억원,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가는 8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3800억원가량을 상환하고 남은 돈을 회사채 상환에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피하더라도 당장 회사채 상환에 자금을 쓰지는 않을 것으로 밝히고 있어 투자자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이미 4월 7일 만기였던 1200억원 규모의 ‘현대상선176-2’를 상환하지 못해 연체 상태에 빠져있다.

현대상선177-2는 2400억원 규모로 상환 부담이 더욱 크다. 현대상선은 이달 31일 채무재조정을 위한 현대상선177-2의 사채권자 집회를 가진다. 사채 절반인 50%를 신주와 바꾸는 출자전환이 주요 안건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출자전환을 하거나 이에 실패하면 연체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현대증권, 부산신항만터미널 매각 자금 등은 모두 회사채 상환이 아닌 현대상선 운영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회사채 상환 압박을 이기지 못한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회사채 원금 회수율이 액면가 대비 60%에 달한 바 있어 투자자에 대한 유혹은 계속되고 있다. 원금 회수율이 60%면 액면가 1만원짜리 채권에 5000원을 투자하면 2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6000원 이하에서만 채권을 구입하면 무조건 이익을 본다는 얘기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과거 동부건설 사례나 원금을 100% 회수한 동양 사례 등의 학습효과로 회사가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채권은 휴지조각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에 현대상선 회사채에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일반인이 아닌 전문 채권자 투자자가 투자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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