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10주 만에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흥행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출시 이후 5월 20일까지 총 200만6399명이 ISA에 가입했다. 이 기간 누적 가입 금액은 1조6662억원이다. 지난주에 8만4170명이 신규 가입했고 자금은 1304억원 유입됐다.

ISA 시행 이후 지난 20일까지 업권별 가입자 수는 은행이 179만943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증권과 보험은 각각 20만5977명, 991명이다. 가입금액 역시 은행이 1조1314억원으로, 증권(5334억원)과 보험(14억원)을 앞서고 있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현재 약 83만원 수준이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은 약 63만원, 증권은 259만원이다. 유형별로는 현재까지 신탁형에 1조5471억원이 유입됐고, 일임형은 1191원에 그쳤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15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점 영업부를 방문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가입하는 모습./사진=금융위원회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은행권을 통한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금감원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ISA 출시 후 한 달 동안 개설된 은행권에서 계좌 136만2800여개 가운데 74.3%에 해당하는 101만3600여개는 가입액이 1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100원 이하가 들어있는 계좌도 2만8100여개나 됐다. 증권사에서 같은 기간 개설된 ISA 14만2800여개 중 가입액 1만원 이하 계좌는 5만2000여개(36.4%)다.

이처럼 ISA가 예상 밖으로 부진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더민주는 그간 ISA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빈약한 세제혜택에 대해 ISA에 불입한 금액에서 발생하는 모든 금융소득은 금액이나 기간 제한 없이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현행 ISA는 연간 2000만원씩 5년 간 총 1억원을 넣을 수 있는 데 비해 더민주는 연간 1000만원만 납입할 수 있도록 한도를 제한하는 대신, ISA를 무기한으로 운영해 계속 연간 1000만원의 돈을 넣을 수 있게 했다.

또 현행 ISA는 5년 간 넣은 돈에 대한 인출 제한이 있으나, 인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변경하기로 했다

가입 문턱도 낮춘다. 더민주는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 농어민만 가입대상이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제외된 가입자격도 소득제한 없이 은퇴생활자, 전업주부까지 전 국민으로 넓히기로 했다.

이와 함께 더민주는 ISA, IRP(개인형 퇴직연금), 개인연금 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금융 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율을 20%로 인상하거나 종합소득세율 적용해 전체 세수 규모의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복지예산도 부족한 마당에 세제혜택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수익률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일임형 ISA의 가입금액을 불려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신탁형보다 일임형 가입금액을 키우는 것이 ISA 활성화의 관건으로 분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보이면서 성과가 별로 안 좋다는 인식이 퍼져 일임형 ISA의 가입금액이 늘지 않고 있다”며 “수익률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 상반기 도입되는 독립투자자문업(IFA)이 활성화돼 ISA가입자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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