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영진약품 등 중소형 제약주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에서는 이들 종목을 커버하지 않아 정확한 주가 전망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영진약품은 전일 대비 가격제한폭까지 내린 1만2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진약품의 주가는 KT&G 자회사인 KT&G생명과학과 합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9900원이었던 주가는 전일 1만7500원까지 치솟으면서 불과 7거래일 만에 76%가 폭등했다.

멜라스증후군 치료제 개발 중인 KT&G생명과학이 영진약품으로 흡수·합병되면 멜라스증후군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여기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하반기 미국 FDA(식품의약국) 임상 승인을 앞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연물 신약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하면서 매수세를 부추겼다. 해당신약은 현재 KT&G에서 산꼬리풀 종자 표준화를 마치고 현재 FDA 임상 2Aa를 진행 중이다.

영진약품 주가가 오르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900배를 넘어서면서 과열 논란이 일었지만 투자자들은 앞으로 주가가 어떨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영진약품을 커버하는 증권사가 없어 12개월 선행 PER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실적 추정치가 없으니 향후 예상되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투자자들은 PER이 높게 치솟았음에도 2015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COPD 신약 등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재료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5월 들어 한미약품과 같은 대형 제약주 주가가 주춤하는 사이 중소형 제약주의 주가가 강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깜깜이 투자’를 한 셈이다. 영진약품의 주가가 치솟아 시가총액이 3조원에 가까워졌지만 증권사 보고서 하나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제약업종에 속하는 64개 기업 중 최근 1년 사이 증권사가 커버하면서 분석 보고서를 내놓는 종목은 16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딸랑 1개 증권사만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종목도 많았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보에 약한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 13일부터 25일까지 80억원 규모의 영진약품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43억원어치를 팔았고 기관도 41억원가량을 순매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권사가 커버하지 않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만큼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가 커버하지 않는 종목은 정보보다는 뉴스나 수급에 의해 주가 변동이 심해진다는 것.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 제약주 등은 실적 등보다는 수급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증권사도 커버리지에 넣기가 어렵고 애널리스트의 분석도 큰 의미가 없다”며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정보가 나오는 신뢰할만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커버하던 종목도 지나치게 주가가 움직이면 애널리스트들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빼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자용 동부증권 연구원도 “중소형 제약사는 뉴스가 나오면 매수세가 쏠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대형제약주의 주가가 그리 좋지 않으면서 중소형 제약주로 매수세가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뉴스에 따라 주가가 반짝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기 때문에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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