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STX조선해양이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조만간 STX조선의 회생 가능성을 따져 법정관리에 들어갈지, 아니면 청산 절차를 밟을지 결정할 예정이다.

법정관리 개시가 허락되면 법원은 채무조정을 통해 STX조선이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낮춰주고 회생 계획안을 이행하는지 감시하며 경영을 관리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지금과 같은 수주 절벽 상황에선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25일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며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이 공개한 재실사 결과에 따르면 유동성 부족이 심화된 STX조선은 이달 말 돌아오는 결제 자금을 갚을 수 없어 부도 발생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STX조선해양은 2001년 강덕수 전 회장이 이끌던 STX그룹이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을 인수하며 이름을 바꾼 회사다.

출범 5년차 때만 해도 건조량과 매출액이 각각 5배 늘면서 단숨에 세계 5위의 조선소로 도약했고, 2008년에는 수주 잔량으로 세계 4위, 연간 수주실적으론 세계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업황은 장기 부진에 빠졌고,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서다 재무 여건이 악화해 2013년 4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이후 채권단이 3년간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지원을 했는데도 STX조선해양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작년엔 1820억원의 손실을 냈다 .

그간 채권단이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것은 이미 들어간 돈이 너무 많았던데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RG는 조선사의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기면 발주처로부터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계약이다.

선주들이 선박 주문을 취소하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2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RG를 돌려줘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STX조선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5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RG를 포함해 3조 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은행이 1조32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2200억 원 순이다.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의 실업도 우려된다.

STX조선 임직원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100명이다. 50여곳의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5천~6천명 이상이 직업을 잃을 수 있다.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4대 중소 조선사로 불리는 성동·대선·SPP조선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조선사는 2010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적자를 면한 회사는 SPP조선(영업이익 575억원) 한 곳뿐이다.

그런 SPP조선도 지난 26일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채권단 내부에서 법정관리 신청이냐, 재매각 추진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