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빈곤탈출·더 나은 삶 모색·경제적 적응이 관건
지난달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新냉전과 제20대 총선 이후 한국의 국가미래전략’을 주제로 경기대학교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창립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션1 ‘한반도 新냉전과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에서 발제자 강석승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정치적 이유에서 빈곤 탈출이나 더 나은 삶 모색으로 바뀌는 등 탈북동기의 변화에 따라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양상 역시 변화하고 있다”며 “증가일로의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부적응 실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의 탈북민 지원정책이 변화하면서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탈북민 관련 민간단체의 실제 현황과 추진업무상의 문제점 등을 진단하는 가운데 탈북자 관련단체의 바람직한 역할(과제)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탈북민의 새로운 특성으로 ▲탈북동기의 변화로 경제적 적응이 관건이 됨 ▲인구사회학적 변화의 심화 ▲조선족이나 중국인 배우자의 입국 증가 ▲탈북민 지원정책이 보호중심에서 자립자활중심으로 변화한 점 등이 꼽힌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탈북민 관련단체의 현주소를 개괄해 본다면, 통일부 등록단체 중에서도 다른 지원분야보다 질적 양적으로 빈약한 실정에 있다”며 “비영리민간단체로 활동하는 소규모단체들이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석승 교수는 “정부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민간차원의 탈북자 지원활동에 대한 노력과 결과를 존중하는 입장을 가져야 하며, 역할 분담에 따른 지원과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개별 단체의 전문성 강화, 활동영역별 협의체 제도화, 기금 등 재정지원 절차 투명성 확보 및 지속적인 지원, 탈북민 현황과 정부지원정책에 대한 정보 공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은 강석승 교수의 발제문 ‘탈북민 관련단체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 전문을 탈북민의 새로운 특성과 정착지원의 내용, 탈북민 관련단체 현주소 및 바람직한 역할 등 상·하편으로 나누어 게재한다. 아래 글은 상편이다. [편집자주]


탈북민 관련단체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 [상]

Ⅰ. 서언

대규모 餓死事態가 발생한 ‘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서는 매년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탈북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찾아온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3만명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어,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체제와 이념의 틀’을 넘어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위해 찾아오는 이들 탈북자의 문제는 하나의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즉 과거의 많은 탈북자들이 정치적 이유로 탈북을 감행하였다면, 90대 중반 이후에는 “빈곤 탈출이나 더 나은 삶을 찾아 탈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북동기의 변화는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양상 역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일가의 失政에 따른 체제유지에 근간이 되는 ‘배급제’가 유명무실화됨을 의미하는 동시에 북한정권의 존속여부와도 깊은 含意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에서 근무중이던 북한식당 종업원의 집단탈북과 함께 정찰총국의 ‘대좌’ 등 고위인사의 망명이 잇따르면서 북한정권의 향배가 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탈북민’과 관련된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 많이 일컫는 말이 ’새터민‘과 ‘북한이탈주민'이다. 우선 ’새터민‘이란 용어는 2004년 9월에 통일부에서 전자공청회를 개최하여 북한이탈주민을 일상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용어의 후보로 ’새터민‘, ’이주민‘, ’이향민‘, ’자유민‘, ’하나민‘ 등을 선정하여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선정하여 한때 정부 내부문서, 보도자료 등에 '새터민'으로 명기하기를 권장하기도 하였다.

   
▲ 탈북자들의 탈북동기 및 남한사회 적응 양상은 변화했다. 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일가의 失政에 따른 체제유지에 근간이 되는 '배급제'가 유명무실화됨을 의미한다./자료사진=연합뉴스


이어 ‘북한이탈주민'이란 용어는 북한을 탈출해 현재 남한사회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써 법률적 정의로 표현하면, "북한에 주소·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로서 북한을 탈출한 후,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자"(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1조)이다. 이와 관련하여 탈북자들을 “넓은 의미의 이주난민”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 측에서도 제시되면서 2008년부터 정부내부문서 및 보도자료 등에서 공식 용어로 ‘북한이탈주민'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즉, 기존에 사용되던 귀순자, 귀순북한동포, 탈북난민 등과 비교하면 한결 탈이데올로기적 성격과 민족애적 동포애를 담고 있는 용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남한지역에 들어온 경우는 물론이고 국회에서 체류하고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며, 이 용어는 아직도 대중적인 용어로 자리잡지 못해 언론기관 등에서도 통상 ‘탈북자’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증가일로에 있는 탈북민들의 실상을 보면 여러 요인에서 우리 사회의 부적응 실태를 보이고 있는 바, 이는 우리 정부의 탈북민 지원정책이 과거 보호중심에서 자립자활중심으로의 변화하면서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탈북민을 후원하는 관련단체 역시 우후죽순식으로 급증하고 있어 현 상황에서는 이들 단체의 규모나 후원내용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힘들어1) 懸案으로 대두하고 있는 바, 본 발제에서는 탈북민 관련 민간단체의 실제 현황과 추진업무상의 문제점 등을 진단하는 가운데 탈북자 관련단체의 바람직한 역할(과제)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탈북민의 새로운 특성과 정착지원의 내용

1. 탈북민의 새로운 특성

최근 우리나라에 입국하고 있는 탈북민의 특성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동시에 그들이 정착하여 살아가게 될 우리 정부의 지원과 사회의 특성이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바, 그 주요 특성을 살펴보면 첫째 탈북동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즉 과거의 많은 탈북민들이 정치적 이유로 탈북을 감행하였다면 최근에는 빈곤탈출이나 더 나은 삶을 찾아 탈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탈북동기의 변화는 탈북민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양상 역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탈북민들의 적응문제는 정치․사상적인 면보다 경제적 적응이 그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둘째, 탈북민들의 인구사회학적 변화의 심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 가족동반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탈북을 둘러싼 문제들 중 가장 예민한 것은 김정은정권의 출범 이후에는 한동안 주춤하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탈북민들의 숫자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여성 입국 비율이 증가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동유럽사회주의 붕괴와 김일성 사망 및 1990년대 후반의 연속된 재해로 인한 식량난 등 북한의 체제유지에 근간이 되는 배급제가 유명무실화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이 대량으로 증가하였으며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을 거쳐 남한에 대량 입국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경제활동이 가능한 청장년 연령대가 증가하면서, 과거 단독세대중심에서 가족단위의 입국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의 증가는 노인층과 여성, 청소년, 유아 등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증가를 의미하고 있다.

   
▲ 북한의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이 또다시 발생한 것으로 지난 23일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의 북한식당 여종업원 3명이 집단탈북해 동남아 제3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4월 초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해 입북하는 모습./탈북민 사진=통일부 제공


셋째, 조선족이나 중국인 배우자의 입국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탈북을 하여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자신과 함께 사실혼의 관계를 유지했던 배우자의 입국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대다수는 배우자의 지원으로 입국을 하게 되었거나 이미 시댁식구들이 입국하여 생활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입국한 배우자들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못하면서 탈북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도 되고 있다. 이는 탈북자가족의 특징이 다문화적인 요인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넷째, 우리 정부의 탈북민 지원정책의 변화가 보호중심에서 자립자활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지원액의 규모가 감소하고 있으며, 지원 정책면에서 과거에는 일괄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했으나 2007년 이후 정착 지원과 직업교육 등의 인센티브제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정착금 지원의 기간이나 대상의 면에서도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정착 지원금의 축소와 인센티브제의 확대라는 정책방향의 변화는 탈북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적응하는 것 자체가 탈북민들에게는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선행연구들을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적응을 논의할 때 자주 거론되는 문제는 이들의 사회, 심리적 적응, 그리고 이에 따른 실업과 저소득 등의 경제적 적응에 대한 문제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2)

2. 탈북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정책

탈북민들의 종합적인 관리 및 지원은 5단계로 나누어지며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에 의거하여 통일부가 주관을 하고, 7개 부처 기관 등에서 분담 지원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인 시설보호단계는 정부합동신문소(대성공사)에서 수행하고, 두번째 교육단계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이하 ‘하나원’)에서 사회제도와 기본질서에 대한 이해 증진, 정서안정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세번째 단계인 정착지원 단계는 사회편입을 준비하는 단계로 하나원과 대한주택공사에서 국민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부여하고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표1. 탈북민 정착지원 체계도./자료: 김승희, 강원도 새터민 생활실태분석, 강원발전연구원, 2009, p. 27에서 재인용.


네번째 단계는 거주지 보호단계는 지정된 보호담당관과 사회복지공무원 등이 사회적응 지원, 생계급여, 의료급여 등 사회안전망 편입, 민․관 협력체계 구축 등을 통한 취업지원, 교육지원 등을 지원하는 시기로 지방자치단체(시, 군, 구), 고용종합지원센터, 경찰서 등에서 담당한다. 다섯 번째 단계는 민간지원 및 사후관리 단계로 후원회와 민간단체, 적십자, 각 보호담당관 등이 조기 정착을 잘 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표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한편 탈북민들에 대한 정착지원을 기관별 업무를 보면 <표 2>에서 보듯이 지원분야가 광범위한 만큼, 외교부(국내입국), 행안부(주민등록․거주지보호), 노동부(취업보호), 국정원(신원확인), 복지부(생계․의료), 경찰청(신변보호) 등 유관부처와 긴밀한 협조체제 유지하고 있다. /강석승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 표2. 탈북민 정착지원의 기관별 업무현황./자료: (재)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2008. 경기도 탈북자 정착지원방안 연구.



1) 선행연구에 의하면 현재 2만 여개에 달하는 국내 민간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중 통일부에 등록 민간단체는 때 2016년 3월 현재 200여개에 이르고 있고, 이 중 민간단체 연대기구에 가입된 단체가 6여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탈북자들의 경제적 적응은 그 영향이 경제문제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 적응수준은 이들의 사회, 심리적 적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미령, 2005, 김연희, 2006, 박윤숙, 윤인진, 2007). 기존의 북한 이탈주민의 경제적 적응 문제는 일반적 적응에 대한 실태조사의 한 부분으로 취업률, 소 득, 경제활동의 형태 등을 다루었거나(전우택, 홍창형, 엄진섭, 2003), 북한이탈주민의 경 제적응의 차이를 결정하는 영향요인을 발견하려는 연구들이 있다(이기영, 2006, 윤덕룡, 2007, 윤인진, 2007). 이들 선행연구들은 북한이탈주민의 취업률, 소득수준, 직업 유형, 경 제적 자립에 장애가 되는 개인적 특성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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