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소식통 “8월 최고인민회의...김일성 때 최용건 중앙인민위원장었다 국가부주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9일 36년만에 7차 노동당 대회를 열고 ‘노동당 위원장’에 올랐다. 

노동당이 위원회가 아닌데도 ‘노동당 위원장’으로 발표되면서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도 열지 못했던 당대회를 연 목적은 자신의 최고 지위를 굳히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도 스스로 비상식적인 직함을 부여한 것이 의아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29일 김정은이 오는 8월에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중앙인민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일성 때 국가주석 아래 중앙인민위원회가 설치됐지만 김일성 사망 이후 사실상 기능이 마비됐다. 당시 최용건이 중앙인민위원장이었다. 이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들어져 김영남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사실상 국가수반의 역할을 해왔다.  

김정은이 이번에 당대회를 기해 국가조직을 대폭 개편한 것은 스스로 최고 수반에 오를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방위원회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첫 번째 정리 대상일 수 있다. 자신이 더 이상 위로 오를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김정은은 이번에 9명의 당 비서를 두는 비서국을 없앴다. 대신 당 정무국을 신설하고 9명의 부위원장을 임명했다. 비서국의 최고 수위는 이미 사망한 김정일이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됐으므로 김정은이 총비서가 될 수는 없다.

김정일은 또 사망 이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된 만큼 김정은은 국방위원회를 비상설 기구로 만들어갈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대표 군부 인사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리용무, 오극렬이 모두 이번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탈락한 사실이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된다. 

소식통은 “그동안 김정은이 권력을 계승한 이후 아버지보다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하기에 치중하면서 당 중심을 내세웠다”며 “김정은 시대에 국방위원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구가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 북한 노동당대회에서 당 위원장에 취임한 김정은이 9일 대회 출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일성이 사망 이후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된 만큼 김정은이 중앙인민위원장에 오른다면 과거 최용건처럼 부주석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4대세습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욕심 내볼 지위일 것이다. 

김정은이 중앙인민위원장에 오르려면 북한에서 또 한 번 헌법 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7차 당대회에 이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후속 조치가 될 것이다.  

북한에서 사회주의 헌법이 탄생한 것은 1972년 10월28일이다. 이후 북한 헌법은 12차례 개정을 거쳤고 조금씩 바뀐 통치체제를 반영시켜왔다.

1972년 헌법은 김정일이 후계자로 결정되면서 나온 것으로 이때 기존 내각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로 나뉘었던 권력이 주석제로 통합됐다. 강력한 권력통제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이때 주체사상이 통치 지침이 됐다.  

이후 북한은 1998년 9월 전년도에 사망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직에 올리기 위해 또 한 번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때 김정일은 노동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을 겸하고, 대외관계 업무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 일임시켰다.

김정일이 사망하자 북한은 2012년 12월 헌법을 개정하고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표기했다. 김정은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됐다.

이런 추세로 볼 때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에 없던 ‘중앙인민위원장’을 만들고 그 자리에 올라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3대세습을 이어가고 있고, 사실 노동당 규약보다도 통제력이 약한 북한 헌법은 김 씨 가문의 권력승계를 위해 개정을 거듭해왔다. 

북한의 3대세습과 관련해서는 최근 김정은이 8살 때부터 권력을 승계할 조짐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받았다. 미국으로 망명해 20년째 살고 있는 김정은의 이모 고용숙과 이모부 리강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84년생으로 8살 생일잔치 때 계급장이 달린 장군 제복을 선물로 받았고, 군 장성들이 그때부터 어린 김정은에게 경례하는 등 진짜로 경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정은이 그의 친형인 김정철과 함께 스위스 베른에 거주할 때인 1996년부터 약 2년간 김 위원장의 생활을 보살폈던 인물이다.

지난 7차 당대회에서 나타난 조직 개편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외교엘리트의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당대회 이후 지난 20일 사망한 강석주 전 당 국제비서대신 주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를 지냈던 리수용 전 외무상이 정치국 위원에 선출돼 국제 담당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또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온 리용호 신임 외무상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정일 시대부터 대외관계 업무를 도맡아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고령인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든 외교무대에 데뷔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의 정상외교를 수행할 인물이 이번에 ‘제1 대리인’에 오른 최룡해 정무국 부위원장, 리수용·리용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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