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K-POP에 이어 히스토리콘텐츠로 한류 3.0 개척해야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2014년은 한류 11주년이 된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NHK에 첫 방송된 2003년 2월을 실질적 기원으로 봐서다. 갓 11년밖에 안 되지만 한국은 신한류와 디지털한류, K POP, K 컬처 등등 숨 가쁘게 달려왔다. 세계경영이라 부를 정도로 전 지구를 조금씩 달구고 있다. 변방을 우짖던 한국문화가 파리나 뉴욕, 런던, 다보스 앞마당까지 들어서는 대변환이 생기자 대통령도 한류 3.0을 국가전략 차원으로 띄울 정도가 되었다.

초기 드라마, 영화 진출이 한류 1.0이었다면 글로벌 팬덤까지 만든 K POP이 한류 2.0이고 전통문화와 순수예술이 뒤이어 한류 3.0 을 가져온다는 취지다. 정말 그럴싸하다. 당연하기도 하다. 싸이와 빅뱅에 취하고 이민호 김수현에 홀릴수록 오리지널리티(고유성)를 자연스럽게 캐물을 수밖에 없으니까. 더 잘 되면 전통문화, 순수예술까지 뿌리째 원하는 ‘닭한마리 수요’가 대박처럼 터질지 모른다. 뉴욕과 파리 멋쟁이들이 김치 반찬 사들고 온돌 침대 들이는 꿈같은 광경이 벌써 아른거린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한류 11년 동안 한민족은 뭘 느끼게 되었는가? 무엇을 거머쥐었고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었는가? 마침 나온 ‘통일은 대박이다’에 붙여 한류 3.0을 가늠해본다.

 한류 3.0은 통일대박을 끌어올 첨병이 될 수밖에 없다. 첫 근거는 한류 서식지인 세계문화산업 수요자 기호 변화다. 인스턴트 컬처인 팝 음악, 클립 이미지, 초단편 영상 소비 저 너머로 깊고 진한 메인 메뉴를 찾는 움직임이 따라 나온다. 호흡 긴 서사장편 히스토리 콘텐츠가 2014년 미디어시장을 주도할 거라는 트렌드 예측대로다. 워낙 스마트폰 위주로 짧고 변화무쌍한 단발 스토리에 빠져들었던 소비자들이 결국 울림이 있는 유장한 히스토리 콘텐츠로 되돌아온다는 심리변동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스턴트 컬처 또는 스낵 컬처에 맞춰 왔던 K POP, 통속극 미니시리즈물은 변신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드라마 하나가 1~2년 150편도 넘는 중남미 텔레노벨라와 같은 히스토리 서사장편 콘텐츠로 진화해야 오래 갈 수 있다. 1920~30년대 만화부터 시작한 디즈니 공주 캐릭터 영화나 배트맨, 스파이더맨 종류 슈퍼 히어로도 100년 가까이 릴레이로 이어간 히스토리 콘텐츠다. 뿐만 아니다. 007 제임스본드나 셜록 홈즈도 인디아나 존스도 영국과 미국 최근세 역사를 담은 히스토리 콘텐츠로 세계를 정복했다. 한류 텃밭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홍루몽, 삼국지, 서유기, 대장정으로 나라 위하고 심금 울리는 히스토리 콘텐츠 내놓기에 여념이 없다.
 

   
▲ 한류는 기존 드라마와 K-POP에 이어 호흡이 길고 스토리가 있는 히스토리 콘텐츠로 가야 한다. 배용준의 드라마, 싸이와 빅뱅, 지 드래곤의 K-POP만으론 한류를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다. 새로운 한류3.0은 전세계에서 우리만 겪는 분단과 통일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한류3.0은 통일대박의 씨앗이 될 것이다. 싸이의 홀로그램영상.

한국도 만듦새 솜씨와 인터넷 대박에 취했던 한류 1.0, 2.0 시기와 결별하고 큼직하고 깊숙한 히스토리 콘텐츠로 옮아가야 한다. 우리가 직시해야할 히스토리 콘텐츠는 한반도 최근세사에 아로새겨진 분단과 통일이다. 세계시민들은 이미 민감하고도 탄력적으로 반응해오고 있다. 싸이 <강남스타일>이 북한 독재자 이미지와 희한하게 겹치면서 지구촌 시선을 단박에 끌었다는 풍문도 있다. 알다시피 북한은 수시로 CNN 헤드라인에 오르는 노이즈 마케팅 거두가 되어 있다. 사우스 코리아, 노스 코리아로 부르는 이 분단과 통일 이슈가 바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한국을 대하는 최대 차별점이라는 얘기다. 이 지점에서 통일대박 실마리를 찾으면 된다. 분단과 통일을 부드러운 문화의 힘으로 다루고 히스토리 콘텐츠 같은 혁신 문화상품을 만드는 일이 한류 3.0이자 통일대박 개봉작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안중근의사 기념관 개장과 731부대 재조명으로 일본을 견제한 것도 히스토리 콘텐츠 전법이다. 통일독일 대박도 동독 주민 과반 이상이 서독 TV를 보게 되면서부터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 브라운관 통일대박은 정말 중요한 한류 3.0 선례로 삼아야 옳다. <쉰들러 리스트, 1993>가 스크린에서 통일독일 대박을 증폭시킨 것도 연구 대상이다. 희소하고 아프고 고유한 히스토리가 명품 콘텐츠로 형상화되자 사람들은 이내 울고 공감하고 지지자로 돌아섰다. 통일 후 분열을 줄이고 동서독 독일인들이 서로 보듬는 데 영화 한 편이 살갑게 기여한 사례였다.
 

이처럼 통일대박은 문화대박 봄바람으로 불어올 전망이다. 문화대박은 아리랑 하나만으로도 얼싸안고 이산가족 상봉만으로도 감동할 수 있고 전쟁위안부만으로도 공분할 수 있는 히스토리 콘텐츠 제작으로 운을 떼야 한다. 세계가 모일 한국 이야기,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히스토리 콘텐츠 생산과 문화마케팅이 곧 한류 3.0이 갈 길이다. 지난 11년간 외향적 글로벌화만 맹목적으로 쫓아왔던 한류를 승격시켜 한민족 내부에서 끌어안고 매혹하고 춤추게 하는 진짜 뿌리 깊은 한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안중근을 흠모하는 히스토리 콘텐츠 창조 과업에 K POP, K 드라마, 한국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공연들이 발휘했던 한류 노하우를 몽땅 쏟아 붓는다면? 제대로 하면 대박콘텐츠가 나와 문화대박을 이끌고 통일대박을 앞당기는 한류 3.0 선물을 확약할 수 있다. 실제로 정치와 경제로는 껄끄럽게 꼬여버린 현실을 쉽사리 풀기 힘들다. 분단과 냉전을 녹여 훈훈한 온기로 얘기 나누게 하는 도술 같은 힘은 오직 문화콘텐츠에 있다. 이 부드럽고 따뜻한 콘텐츠 매력으로 통일대박을 창조해나가는 한류 3.0을 당당히 제시하고 싶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