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으로 촉발된 신흥국 위기가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 초반부터 지수는 급락해 장중 한때 1,900선이 붕괴되기도 하는 등 위기는 현실화 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다 1997년 외환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 증시가 신흥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흥국 위기는 주변부로 확산되지 않으며 미국 양적완화 추가 축소 움직임도 한국 증시에는 부정적인 측면 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며 일시적으로 1,850선이 붕괴될 위험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어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코스피 장중 1,900선 붕괴...전문가 "악재 해소 과정"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오전 10시40분 현재 전 거래일 보다 1.65%(32.03포인트) 내린 1,908.58에 거래되고 있다. 장 시작과 동시에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으나 점차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1,900선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코스피 급락의 이유는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과 미국 양적완화 추가 축소 우려 등 대외 변수가 강력히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흥국의 금융불안으로 제2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대두되며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날 한국 증시의 급락이 외부 악재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가운데 불안감에 의해 투심이 일시적으로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곧 회복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다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킬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러한 변동성 확대 국면은 악재를 소화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확산 가능성' 낮아..."당분간 변동성 장세 대비해야"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 체력이 예전과 달리 튼튼하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쏟아진 외부 악재들이 코스피를 현 수준에서 크게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며 한국은 취약한 신흥국들과 차별화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주변 국가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그간의 경험으로 봐도 선진국의 위기는 전 세계로 빠르게 전이되지만 주변부의 위기는 국지적 악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고 수출이 견조한 신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다른 신흥국 위기의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제기됐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은 경제 펀더멘탈이 안정적이어서 안전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29일에는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어 신흥국 금융불안을 촉발시킨 요인이 완화될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달러화 유출국과 달리 한국이 다시 중위험ㆍ중수익의 투자 대안으로 부각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마냥 낙관만 하기에는 당장 불거진 상황이 심상치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낙관하더라고 당분간은 변동성 장세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수가 일시적으로 1,850선을 밑돌 경우까지 대비해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SK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이머징 경제권의 펀더멘탈보다는 정책변화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이머징경제권의 회복과 태퍼링의 속도에 대한 논란은 상반기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어 변동성장세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