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인하 협상·사채권자 집회 마무리 수순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이어 사채권자 집회를 시작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8부 능선을 넘었다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글로벌 해운동맹 잔류 등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 현대상선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채무 재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2400억원 규모의 채무조정안을 가결했다. /사진=현대상선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채무 재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2400억원 규모의 채무조정안을 100% 동의로 가결했다.

사채권자 집회는 다음달 1일까지 이틀간 5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사채가 대상이다. 현대상선은 이날 오후 2시와 오후 5시 잇달아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각각 600억원, 33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을 추가로 시도한다.

현대상선은 공모사채 채권자들에게 50% 이상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한다는 채무재조정안을 제시했다.

사채권자 집회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것은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큰 진전을 보이는 등 채권자들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했기 때문이라 풀이된다.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승인을 거쳐 다음 주 중으로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용선료 인하)협상을 마무리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얼마 전보다 협상이 크게 진전이 있는 상황임이 틀림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과 채무재조정에 성공해도 ‘글로벌 해운동맹 잔류’가 시급하다.해운업황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글로벌 해운동맹체의 협력 없이 독자적인 운영만으로 생존하기는 불가능하다.

현대상선이 몸담은 G6 해운동맹은 내년 3월까지 유지되다 이후에는 디 얼라이언스로 개편된다. 디 얼라이언스에는 한국의 한진해운,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MOL·K-LINE, 대만의 양밍 등이 포함됐다.

현대상선은 올해 하반기 회원사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구안을 마무리 짓고 채권단의 지원을 받는다면 해운동맹 합류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지난 24일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가결시킨 바 있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와 채무조정이 마무리되면 출자전환을 통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을 200%대 수준까지 줄일 계획이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줄어들면 정부가 지난해 민관합동으로 조성한 12억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지원받을 수 있다. 현대상선이 선박펀드를 통해 컨테이너선을 지원받으면 용선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국제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현대상선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이후부터가 다시 위기이자 시작”이라며 “올해 해상운임이 사상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채권단과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한숨 돌릴 틈 없이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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