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하는 이웃 있어 나도 흥한다'는 발전친화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KDI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좌승희회장의 차별화경제 강연 2부-세계 경제위기의 진실, 자본주의의 문제인가? (3)

발전 친화적 시장제도와 이념의 조건
시장의 발전기능이 차별화를 통한 동기부여 기능에서 나온다고 하면 국가가 만들어내는 시장의 경기규칙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발전 친화적이 될 수 있을까? 정부의 경제제도정책방향은 어떠해야 발전친화적일 수 있을 것인가?

시장은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하는 스스로 돕는 자를 항상 우대하려 한다. 만일 정부가 역으로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열심히 노력하여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 비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더 우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정이나 지역사회나 조직이나 국가사회가 구성원들의 성과와 무관하게, 혹은 성과와 반대로 보상체계를 만들어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열심히 안하기 운동이 벌어질게 뻔하지 않은가.

경제 내에 태업(사보타지)이 만연하게 될 것이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들에 대한 사회적 폄하가 일상화될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경제활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기겠는가? 경제적 차별화에 역행하는 경제평등주의가 이념적으로든, 구체적인 경제제도로든 사회에 만연되면 그 사회의 경제적 역동성이 유지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발전친화적인 이념과 경제제도의 조건은 바로 스스로 도와 성공하는 경제주체들에게 적어도 인센티브가 되어야지 불이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 차별화원리를 내재한 이념과 경제제도가 발전 친화적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이 되는 개인재산권제도나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신장하는 경제제도는 바로 경제적 노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차등 결정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발전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경제평등주의, 즉 성과에 관계없이 경제적으로 평등한 결과를 추구하는 이념이나 제도는 발전역행적이다. 이 범주에는 사회주의이념, 사회민주주의이념이 포함될 것이며, 수정자본주의 이념이나 복지국가 이념도 재분배가 광범위하게 일반화되면 발전역행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이념들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차별화에 역행하는 경제제도는 명백히 발전역행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도 그 기본정신이 소득과 부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발전역행적이다. 졸저(2006)는 발전 친화적 이념의 일반적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바 있다. “특정 이념이 발전 친화적인지 여부의 판단은 그 이념이 차별화 원리를 수용할 수 있는 지 여부에 의해 판단할 수 있다. 차별화 원리와 합치(상충)되는 이념은 발전을 촉진(저해)할 수 있다.” 나아가 필자는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는 세계관은 발전 친화적이지만 역으로 ”흥하는 이웃이 있어 내가 망한다“는 세계관은 발전역행적임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제 우리는 이념이 정치를 통해 경제제도와 시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어떻게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의 분석모형을 구축한 셈이다. 필자는 이를 일컬어 실증 정치경제학이라 명명한 바 있다.

   
▲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개발, 공격적 마케팅으로 세계 최고의 전자업체로 부상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글로벌 정상에 올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같은 흥하는 기업이 많아야 나도 흥할 수 있다는 발전친화적 정책이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흥하면 내가 망한다는 발전역행적, 사회민주적 경제민주화정책은 경제의 역동성을 죽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삼성전자와 KT 모델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3로 LTE eMBMS 상용 서비스를 세계처음으로 시연하고 있다.

발전친화적 경제정책과 공적부조 사회정책은 다르다

국가의 공공정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경제발전정책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정책이다. 우선 경제발전정책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부를 창출하여 개인과 사회와 지역, 국가의 경제적 위상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으로서 바로 차별화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경제적으로 스스로 도와 성공하는 주체가 그 만큼 더 우대받도록 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통해 모든 주체들을 일으켜 세워 역동적인 경쟁체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산업화 초기 혹은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 도약(take-off)이나 경제추격(catch-up)은 바로 차별화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발전 정책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후진국이 중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은 적어도 정부의 차별화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정책은 경제적 성과나 노력에 관계없이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지원하는 무차별적 평등주의적 보조 및 지원정책이다. 사회정책의 지원 대상은 전 국민일 수도 있지만 특정 취약계층이나 낙후부문에 한정될 수도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배려하여야 하는 공동체적 요구에 부응한 국가의 불가피한 책무이다. 시장의 경쟁에서 탈락하는 경제주체들이나 아예 일할 능력이 없는 주체들을 보조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경제적 차별화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정책이 발전의 역동성을 가져 오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최소한으로 특정계층의 삶을 보조하는 것으로 그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인센티브가 차별화된 사회정책만이 지속가능하다


국가의 공공정책역할을 논의함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정책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경제(발전)정책이라는 이름하에 사회정책원리를 쓰는 경우나 사회정책을 시행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회정책원리, 즉 평등주의 원칙하에 시행되는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이 경제발전을 촉진시키기는 어려운 것이다.

시장을 경제적 차별화장치로 해석하는 새로운 발전원리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서로 다른 의미와 기능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공공정책 논의의 차원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보편적 무상, 재분배 복지정책을 좌파에서는 발전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우파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며, 끝없는 이념논쟁에 빠져있다.

새로운 발전원리의 입장에서 보면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이러한 정책이 전통적인 평등주의적 재분배정책에 머물러 있어 동기부여에 실패하고 있느냐, 아니면 차별화요소를 담아 일할 동기를 살려내고 있느냐하는데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회 혹은 복지정책의 경우라도 일할 능력이 있는 주체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도와 음지에서 양지로 탈출코자 노력하는 주체들을 더 우대하는 차별화원리가 적용된 정책으로 전환한다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친화적인 사회, 복지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차별화원리가 부재한 평등주의적 사회, 복지정책을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차별화원리에 의해 추진되어야 할 경제발전정책을 포함하여 국가의 공공정책 전반이 사회정책적 평등원리에 의해 압도되게 되면 경제전체의 발전역량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 공공정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정책은 물론 사회정책의 경우도 일할 능력이 있는 주체들의 경우는 스스로 도와 노력하고 정책이 지향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는 주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차등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경제적 차별화가 경제발전정책의 성공은 물론 복지, 재분배 정책 등 모든 사회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