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퇴직자 전관예우와 안전예산 삭감…여론 아니라 예산과 원칙을 세워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 박원순 시장 책임이 아니다?

"이번 사고는 단지 한 사람의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청년들이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다."

28일 일어났던 서울메트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발언이다. 박원순 시장의 이번 처신을 보면, 서울시장 자격이 없는 인물로 비추어진다. 박원순 시장 임기 중에 네 번째로 사람이 죽어나갔다. 이번에는 서울 내 전철 스크린도어에서다. 코레일이 관리하는 독산역 사망사고 외에 서울메트로 기준으로 세 번째다. 작업 중이던 20세 작업자가 스크린도어와 전철 차량에 끼어 압사 당했다.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일어난 직후, 서울메트로는 20세 사망자 김 씨의 개인과실로 몰아갔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우리 사회 청년들이 내몰리는 현실” 운운하며 장단을 맞췄다. 박원순 시장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하루 뒤인 29일 오후 상암경기장 프로축구 경기에 참석, 시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자 박 시장은 31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을 찾았고, 서울메트로는 31일 부랴부랴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과문을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6월 1일 사고원인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한다.

지금껏 서울메트로에서 죽었던 작업자 3명의 뒤처리 과정에서 사망자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오히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고에 각각 과태료 30만원와 벌금 100만원의 처벌이 있었다. 세 번째 사고는 아직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 서울시 공기업 퇴직자의 전관예우와 안전을 무시하고 1인 1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관리 현실, 사고현장에서의 연락체계 미비로 애꿎은 젊은이가 희생됐다. 재연된 서울메트로 사고는 박원순 시장의 책임이다./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의 촉각은 온통 여론에 가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한 박원순의 대처를 보면, 여론이 계속해서 조용하면 사고를 적극적으로 예방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사고와 동일하게 1인 1조로 작업하다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박 시장이 서울메트로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박원순 시장이 31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에 방문할 당시 일어난 포스트잇 해프닝 또한 마찬가지다.

박원순 시장의 재임기간이 짧은 것도 아니지만 그는 서울메트로의 구조 문제에 대해 외면했다. 작업자 사망사고가 연달아 나는 서울메트로 인사권은 박 시장에게 있다. 그 자리는 서울메트로 전문성과는 무관한 박 시장의 낙하산 인사로 가득 차 있다.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前 전국증권산업노조 위원장), 지용호 서울메트로 감사(前 새정치연합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 오건호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前 정의당 심상정 의원 보좌관), 김종원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前 서울민주청년단체협의회 회장), 이숙현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前 안철수 대선후보캠프 부대변인)이 대표적인 박원순 사람들이다.

박원순 시장의 책임은 다른데 있지 않다. 박 시장은 지하철 안전예산을 2395억 원에서 1476억 원으로 38% 삭감했다. 삭감된 분야는 선로와 전로 노후시설공사, 유지보수용 수선유지비, 시설유지관리 외주위탁비다.

   
▲ 한국청년연대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숨진 김모 씨 사고와 관련,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8일 오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사진=연합뉴스


현재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정비를 맡고 있는 외주업체는 유진메트로컴(스크린도어 제작사)과 은성PSD(서울메트로에서 분사)이며, 이번에 사망사고가 난 은성PSD의 직원 155명 중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인력은 137명, 이들 137명 중 계약직은 131명이다.

문제는 하청업체가 지하철 관련 사업에 입찰하기 위해선 전체 고용 인력의 30%를 서울메트로 전직자로 채워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은 고령에 정비 관련 자격 등이 없어 현장 일을 못해도 하청 외주업체에 채용되었고, 이들은 자체 채용 인력의 2~3배 임금을 받아왔다. 외주업체가 자체 채용한 인력의 월급은 140만 원이었다.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가 박원순 시장의 책임이 아니었다? 서울시 공기업 퇴직자의 전관예우와 안전을 무시하고 1인 1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관리 현실, 사고현장에서의 연락체계 미비로 애꿎은 젊은이가 희생됐다. 서울메트로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예견된 사고였다. 박원순 시장이 이번 서울메트로 사망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안전 확보에 유효한 조치를 시행하기 바란다. 여론에 기댄 정치는 답이 아니길 본인이 깨달았으면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 사건 하루 뒤인 29일 오후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 앞서 시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규태]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