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그러나 KT주가는 최근 부진을 씻고 이날 5%에 가까운 반등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황창규 신임 회장의 부임으로 그간의 부실을 털고 도약할 수 있으리란 투자자의 믿음이 투영된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와 주가의 상관관계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대기업과 같이 CEO가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 힘이 막강한 경우에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잇따른 대기업 총수 구속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의 주가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이제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면서 CEO와 주가의 상관관계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 어닝쇼크 KT의 주가 반등은? 황창규 효과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T는 오전 10시41분 현재 전 거래일 보다 5.03%(1,500원) 오른 3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실 이날 보이고 있는 5%대의 상승은 KT와 같은 대형 기업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급등'이다. 

사실 KT의 이날 주가 상승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날 오전 KT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고 당연히 주가는 떨어져야 정상이었다.

KT는 지난 4분기 매출액이 62억1,400만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변동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1,493억6,8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도 3,006억5,2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09년 4분기 이후 두 번째 적자다.

따라서 이날 KT 주가 반등은 전적으로 황창규 효과라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반도체를 세계 정상으로 올려놓은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서대기업 KT의 체질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KT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회장이 바뀌는 리스크를 앉고 있었다"며 "이번 황 회장의 취임으로 기업 체질이 완전히 바뀌어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창규 효과 믿고 KT 투자?...CEO와 주가 상관관계 줄어

그러나 황창규 효과만 믿고 KT에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투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 시장에 CEO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현저히 줄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대기업 회장들은 연달아 물러나거나 구속당했다. SK 최태원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은 법정구속을 당했고 KT 이석채 회장이나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물러났다.

그러나 잇단 'CEO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의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단기적으로 반짝 충격을 줬을지도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기업 내제가치나 수급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일반적인 움직임을 보였을 뿐 총수의 신상과 주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SK와 한화의 주가흐름을 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지난해 1월말 이후 SK의 주가 흐름은 좋지 못했다. 그러나 4월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K텔레콤 등 계열사의 실적 호조 등으로 10월에는 2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직 최 회장의 재판은 '진행중'임을 본다면 주가는 CEO 신변과 관련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한화의 경우 주가는 김승연 회장의 구속 당시와 비교하면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 한화 주가는 6월 말 3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여 10월에는 4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제 시장에서 총수의 신변변화와 기업 주가와의 상관 관계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은 이제 튼튼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총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기업 회장의 신변 변화는 해당 기업의 단기 악재 혹은 호재 정도로 끝날 것이지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 대기업이 이제는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어 리스크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