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유가족 만나 책임 통감?…박 시장 적은 관행이 아닌 자기 자신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서울메트로 먹이사슬…박원순이 깰 수 있나

새누리당 이인제 전 의원의 선견지명이다. 지난 28일 일어났던 서울메트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 박원순 시장의 산하기관 인사에 대한 질책이 작년 1월 7일에 있었다. 당시 이인제 전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시 및 산하기관 인사에 관해 당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전 의원(당시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지자체장 인사권이 사적인 목적으로 남용되는 일이 차단되지 않으면 지방자치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나도 지자체장을 해 봤지만 광역자치단체 산하기관은 대부분 정무직이 아니라 전문직"이라며 "서울시를 보면 서울메트로, 도시철도, 시설관리공단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인맥을 무차별적으로 선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권력의 사유화는 용인돼선 안 된다"며 "중앙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자체의 인사권 남용, 권력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1년 5개월 전 여당 최고위원이 이토록 자세히 지적했는데도, 박원순 시장은 그동안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은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압사당해 숨진 김씨의 빈소에 방문한 뒤 남긴 SNS 글에서 "19살 청년의 꿈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드린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다 그래’라는 관행과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19세 청년의 죽음을 야기한 것은 ‘관행’이며 자신이 그에 맞서 싸우겠다는 박원순의 언변이 놀랍다. 그 관행은 지금껏 자신이 서울시장 직을 수행하면서 외면했던 사실이다. 본인의 무능력을 언변으로 가리는 처사다.

   
▲ 박원순 시장이 싸워야 할 건 관행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이후 박원순 시장의 3일간 행적은 아연실색하게 만든다./사진=연합뉴스


지방공기업법 제7조2항에 따르면, 서울시 지방공기업의 관리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으로서 지방직영기업의 경영에 관하여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임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사권자인 박원순은 서울메트로 관리자에 자기 사람들을 심었다. 그리고 박원순 사람들은 기존 ‘관행’이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아무런 해결을 하지 못했다.

외주 업체 사용 유무는 관건이 아니다. 이걸 직영이나 2인 1조로 돌린다고 해서 더 이상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김씨가 월 14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라 죽은 것이 아니다. 안전조치 매뉴얼이 애초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죽음이다. 산업안전기준을 현실적으로 따르지 못하는 행정시스템의 후진성, 불합리한 행정절차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현장에서의 족쇄가 근본원인이다.

벌써 세 번째 죽음이다. 세 번째 사고가 난 후 여론이 심상치 않자 부랴부랴 긴급대책을 세워 고치겠다고 나선 서울메트로다. 박원순 시장은 지금까지 대체 뭘 한건가.

박원순 시장이 싸워야 할 건 관행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이후 박원순 시장의 3일간 행적은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중국 cctv 촬영, 축구 시축 후 관람, 알바 지킴이 발대식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악화된 여론에 구의역에 나타나고 유가족을 만나 책임을 통감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벌였던 자신의 처사를 돌이켜보면 누워서 침뱉기처럼 여겨진다.

아직 늦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먹이사슬을 깨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간의 용역계약이지만, 다른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퇴직 임원들 보장책으로 하청 외주업체에 자리 마련하는 것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망각한 처사다. 시민이 주인이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임원들끼리 ‘형님 아우’ 하면서 실제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그 수익으로 먹고 사는 사람 따로 있다. 주인의식이나 기업가정신이 전무한 공기업 패거리주의다. 박원순은 이러한 부조리를 엄단해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지난 28일 일어났던 서울메트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 박원순 시장의 산하기관 인사에 대한 질책이 작년 1월 7일에 있었다./사진=연합뉴스

[김규태]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