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핵심인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내주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3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7대 1로 줄이는 무상 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다음 달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차등감자의 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율은 5월 말 현재 23.14%이다.

채권단과 사채권자가 보유한 채권의 출자전환과 함께 대주주 차등감자가 확정되면 현 회장 측 지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지고, 현대상선은 지배권이 채권단에 넘어간 상태에서 경영 정상화를 모색하게 된다.

현대그룹 계열에서도 분리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 자구안 발표 이후 자산 매각, 사채권자 채무조정, 용선료 협상 등 계획했던 경영 정상화 안을 차질없이 이행해오고 있다"며 "이번 대주주 감자 역시 경영 정상화 과정의 하나로, 앞으로 있을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주주 감자로 현 회장은 사재 대부분의 손실을 보게 된다"며 "대주주로서 고통을 분담하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감자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개인주주들은 대주주 감자 후 전체 주식 수가 감소함으로써 그만큼 보유 주식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차등감자는 대주주에 경영상 책임을 묻기 위해 자율협약 체결 당시 결정했던 사안"이라며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고 출자전환을 실행할 때 감자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양일간 8042억원 규모의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현대상선은 벌크선사들에 제시한 최종안에 대한 답변을 차례로 받으며 용선료 협상의 막바지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전체 용선료 협상을 좌우할 주요 컨테이너선사 5곳과는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고, 그 외의 벌크선사들에 최종 제안을 제시한 상태다.

적어도 다음 주 중에는 협상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운동맹체 가입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다음 주까지는 용선료 협상이 최종 타결돼야 한다고 보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의 가장 큰 고비로 여겨지던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이라는 큰 산 두 개를 사실상 넘어선 셈이다.

해운동맹 합류를 위한 작업도 시작했다.

해운동맹체 '디 얼라이언스'에서 일단 제외된 현대상선은 9월께 회원사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회원 선사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미 디 얼라이언스 소속 6개 회사 중 4곳이 가입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앞으로 2개 회사(한진해운·K-라인)의 동의만 얻으면 되기 때문에 해운동맹 가입에도 청신호가 켜져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큰 고비를 넘으면서 또 다른 주요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해운도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대주주 차등감자와 출자전환이 이뤄져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부상해 경영권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비용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채권단이 양사의 합병을 재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저가 운임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덩치를 키우며 비용을 줄이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해외 시장 분석가들 역시 한국의 1, 2위 선사가 결국은 합병의 길을 택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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