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줄세우기 호남대 차별론, 지방대생 취업 어럽게 만들어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삼성이 신입사원 선발을 위해 도입한 대학총장추천제를 결국 백지화했다.
삼성이 고심 끝에 내놓은 추천방식에 대한 합리적 논의와 긍정적인 반응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오로지 국민정서법 펌프질하기, 지역별및 대학별 질투와 불만의 목소리에 삼성의 선의와 합리적 채용 개혁은 물거품이 됐다. 민주당 등 정치권이 앞뒤 재지 않고 이를 쟁점화한 것도 무책임했다. 악화가 양화를 이기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삼성은 지난해처럼 연간 20만명의 대규모 입사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 관리를 해야 한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모든 대졸자나 젊은이들이 삼성에 취업원서를 내려고 난리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전국의 대학가는 ‘묻지마 삼성취업’ 현상이 휩쓸고 있다. 삼성은 너도나도 몰려드는 수험생들을 관리하는 데 연간 수백억원을 쏟았다.
전국의 수험장을 임대하고, 대규모 수험생 관리요원을 투입하고, 시험지 20만장을 인쇄해서 고사장으로 배송하고...
학원가도 삼성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전국의 수십, 수백개의 학원들이 삼성SSAT시험반을 운영하며 젊은이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었다.

삼성이 대학총장 추천제를 도입하려던 취지는 이같은 극심한 사회적 낭비와 삼성쏠림현상을 줄이자는 데서 출발했다.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하는 특출한 인재들까지 찾으려는 의도에서 총장들의 추천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삼성이 대학위에 군림한다’, ‘삼성공화국을 만들려 한다’, ‘대학을 서열화한다’, ‘영남대학에 특혜주고, 호남대학을 차별한다’, ‘여성졸업생을 홀대한다’는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세력에 두손 들었다. 지자체 기관장과 지방대학 총장 등이 이런 볼멘소리를 주도했다. 언론도 20만명의 수험생 문제를 감안하지 않고 분열을 조장하는 보도로 국민여론에 불쏘시개역할을 했다. 이런 식의 악의적 보도와 불만이 쏟아지면 삼성으로선 백약이 무효다. 전국의 인재를 골고루 뽑으려는 취지는 국민적, 사회적 미합의로 인해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과 언론, 대학들의 질투 및 분열 프레임은 사실과 다르다.

먼저 대학을 서열화한다는 주장을 보자. 삼성이 대학별로 추천인원을 배정한 것은 그동안 삼성에 입사한 대학별 인원들을 감안한 것이다. 대학별로도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하지만 삼성이 필요한 특성화 학과가 많은 대학이 상대적으로 추천인원을 많이 받았다. 이는 당연하다. 성균관대가 115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하지만, 성대 이공계의 경우 휴대폰학과, 반도체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등은 삼성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학과이다. 삼성이 애플등 글로벌 경쟁기업과의 싸움에서 선두를 유지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문인력들을 대거 영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앞으로 6만명이상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이들 특성화 학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가면서 졸업 후 채용하고 있다. 삼성과 성대는 산학협동의 모범적 사례다. 삼성이 대학재단인 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를 대거 개설해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생이 성대보다 5명이 적은 것은 서울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연구소나 대학원 석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도 감안하지 않고, 성대에만 특혜를 줬다고 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보지 못한 편향된 주장이다.

   
▲ 삼성이 신입사원 선발과 관련, 대학총장 추천제를 도입하려다 백지화했다. 야당과 지방대, 여대에서 차별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20만명의 대학생이 몰리는 사회적 낭비현상을 없애고, 전국 인재를 골고루 뽑으려던 대학총장 추천제는 시행될 경우 묻지마 삼성응시 현상을 막고, 전국적으로 고른 대학생 선발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질투와 편견으로 무장한 일부가 국민정서법 프레임으로 삼성을 비난하면서 삼성도 혁신적인 총장추천제를 접어야 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1000만대를 돌파한 갤럭시노트를 보여주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것과 같다.

호남대학을 차별한다는 주장도 다분히 억지주장이다. 전남북과 광주지역 대학은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적다. 이들 지역의 이공계 대학과 특성화 학과도 다양하지 못하다. 그래도 전남대 40명, 전북대 30명, 호남대 10명, 목포대 10명 등을 적절히 안배했다.


호남 푸대접론이 현지 대학과 지자체장,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불거지면서 이젠 이들 대학이 삼성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길마저 차단됐다. 삼성이 대학총장 추천제를 없던 걸로 하면서 호남지역 대학생들은 까다로운  바늘구멍같은 SSAT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총장들이 제자들의 삼성취업길을 상당부분 막아버린 우를 범한 것이다. 제자들이 통탄할 일이다. 잘못된 제자사랑이 제자의 앞길을 방해하는 셈이다.

호남지역 대학과 지자체장, 민주당의원들이 섣불리 흥분하면서 정작 호남지역 대학생들이 더 힘든 삼성취업 관문을 거쳐야 된 것이다.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무턱댄 질투와 불만이 더 큰 화를 불러온 것이다.

영남지역의 경우 대학도 많고, 상대적으로 특성화대학과 학과가 많다. 부경대(부산대와 수산대의 합병)는 45명의 추천장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학에는 조선학과 등이 있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취업하는 학생들이 많다. 부산대, 경북대, 영남대의 배정인원도 비교적 많다.
이들은 구미공장 등에 있는 삼성계열사에 대거 입사한다. 지역거점 대학들이 삼성과 산학협동으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를 많이 개설해서 취업과 연계시켜온 것이다.

삼성은 어느 그룹보다 지방대생 취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매년 신입 사원 중 지방대생에게 35%를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 대학생에게도 전체의 5%를 개방하고 있다. 전체의 40%를 지방대생과 사회적 약자의 취업과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하겠다. 삼성의 사장단이나 임원중에는 지방대출신들이 많다. 능력과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삼성에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그게 삼성의 장점이다.

여대생 홀대 주장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 삼성은 지방과 서울 및 수도권 신입사원 채용시 전체의 30%를 여대생에게 배정하고 있다. 전체의 30%를 여대생으로 뽑는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다. 다른 그룹들은 여전히 여대생 채용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일찌감치 90년대 신경영선언 때부터 여성인력에 남다른 관심과 의지를 가져왔다. 앞으론 여성 특유의 섬세한 소프트경쟁력이 제품개발이나 디자인 등에서 기업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같은 이회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여대생 채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화여대 30명, 숙명여대 20명, 성신여대 15명, 서울여대 15명 동덕여대 13명 덕성여대 10명 등을 배려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 이것도 불투명해졌다. 총장추천제가 백지화하면서 기존에 서류전형 면제가 보장됐던 추천장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학간부들의 지각없는 불평이 오히려 여학생들의 삼성취업을 더욱 어렵게 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삼성의 대학총장추천제 도입논란을 보면서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적, 정치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투명한 공개 채용을 통해 서울 및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생간에 공정한 기회를 주려던 취지가 정치권과 지방정부, 언론의 색안경끼고 보는 시각에 의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생생한 사례가 되고 있다.

삼성은 사실 서류전형을 통해 인재를 수시로 뽑으면 된다. 지금처럼 수십만명이 몰려오는 공개채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애플 구글 IBM등은 공채를 하지 않는다. 필요한 인력은 수시로 다양한 경로의 추천을 받아 서류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삼성이란 민간대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을 하는 것을 두고 온나라가 들썩이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인재를 뽑는 것에 대해 모두가 훈수두고, 비난하고,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삼성은 책임있는 국민기업으로서 전국의 대학생들을 학력차별, 대학차별 없이 골고루 선발하려 했다. 이것마저 특혜설과 편중설, 대학줄세우기, 삼성공화국 운운하면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성과 담론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 가 하는 슬픈 생각을 갖게 한다.

이같은 비난과 매도는 삼성으로 하여금 공개채용 방식을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골치아픈 방식을 계속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선의를 악의로 갚는 세력들이 삼성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결국은 전국의 지방대생과 사회적 약자, 여대생들에게 피해를 보게 된다. 

진보학자를 자처해온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삼성의 대학총장 추천제에 대해 ‘오만방자, 방약무인,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일’등의 극단적 언어를 써가며 맹비난한 것은 어이가 없다.
조교수가 삼성의 채용개혁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봤는지 묻고 싶다. 대학총장 추천제야 말로 조국이 강조해온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전국대학생들을 골고루 선발하려는 선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조국은 지나치게 흥분만 했지, 학생들의 취업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가 이처럼 흥분하면, 삼성 등 대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은 외고를 나온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 학생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이것은 조국이 강조하는 교육 평등과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삼성은 조국보다 더욱더 전국적 인재를 뽑으려는 구상을 했기 때문이다. 조국은 유교적 봉건적 사농공상 신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대기업 장사꾼이 어디 감히 대학별 총창추천제를 실시하느냐는 오만함이 묻어난다. 조국이야말로 오만방자하고 방약무인한 백면서생이다. 그가 지방학생들광 여대생들의 심각한 취업 고민을 한번이라도 해봤는지...

삼성의 채용방식 개선노력이 좌절된 것은 한국사회 모진 평등주의 사조와 무관치 않다. 모든 대학에 똑같은 인원을 할당해야 한다는 기계적 평등논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율적인 채용을 인정하지 않고, 엄연히 존재하는 대학별 차별화와 차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순된 행태가 너무나 만연돼 있다. 삼성이 서류전형을 없애주는 5000명의 대학총장 추천인원을 전국 대학별로 n분의 1로 나눠야 직성이 풀릴 것인지 답답하다.

대학이나 지방정부나  흥분할 게 아니라 차제에 이공계 학과를 더욱 늘리고,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들이 원하는 특성화학과를 많이 설립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삼성이 한해 90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 이중 80%가 이공계인력이다. 삼성은 올해부터 성대의 인문계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학과를 부전공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인문학적 소양과 이공계 전공의 융합을 통해 소프트적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대학들은 대기업들이 원하는 학과과 특성화학과를 만드는 데 고민해야 한다. 변화와 개혁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우리 학교는 배정을 적게 했느냐고 불평하는 것은 제자들의 취업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무책임한 것이다. 지자체도 대학들이 기업의 수요에 맞는 학과를 개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게 진짜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지방대에 인재가 몰려오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민주적 경제평등주의에 이어 획일적인 교육평등주의도 교육경쟁력을 갉아먹는다. 발전역행적이다.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과 특성화된 학업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에게 더 많은 취업기회를 주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이를 부정하고 기계적인 평등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교육을 죽이고, 기업의 채용자율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책략에 불과하다.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창출을 저해하고, 발전친화적인 경제의 역동성을 죽이고 있듯이 교육의 평등주의도 대학의 경쟁력을 죽이고, 기업의 자율적인 인재선발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 증오와 편견으로 무장된 마르크스의 제자들이 너무나 많다.[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