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뒤바뀐 처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와 채무 재조정에 성공하고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 수순으로 가면서 한숨 돌린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답답한 처지에 놓였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과 사채 채무재조정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새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추가 편입 작업에 돌입했다. 대상은 지난달 13일 출범을 발표한 제3 해운동맹 ‘디(THE) 얼라이언스’다. 현대상선의 합류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9월께 회원사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회원 선사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미 디 얼라이언스 소속 6개 회사 중 4곳이 가입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앞으로 2개 회사(한진해운·K-라인)의 동의만 얻으면 되기 때문에 해운동맹 가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17.51%, 606만6273주), 현대글로벌(1.77%, 61만3563주), 현정은 회장(1.65%, 57만1428주) 등 20.93%(725만1264주)를 대상으로 한 7대 1 감자도 결정했다. 대주주 감자가 실시되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3.05%로 하락하게 된다. 현대글로벌, 현정은 회장의 지분율도 각각 0.31%, 0.29%로 떨어진다.

현정은 회장은 대주주로서 고통을 분담하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가슴 아픈 감자를 수용했다.

이에 비해 지난달 중순 한진해운은 새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용선료 협상부터 현대상선보다 두 배 많은 회사채(1조5000억원) 채무 재조정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아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에서 한진해운을 밀어낼 수도 있다.

일단, 한진해운은 이달 17일로 예정된 사사채권자 집회에서 이달 27일 상환일이 돌아오는 1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일을 3개월 늦추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일단 만기를 연장한 뒤 향후 출자전환 등의 구체적인 채무조정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올 초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됐던 현대상선과 처지가 뒤바뀐 셈이다.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진해운 역시 대주주 차등감자와 출자전환이 이뤄져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33.23%)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비용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채권단이 양사의 합병을 재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모두 합쳐 10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주요 자산과 사업을 매각하고 인력 감축, 급여 반납 등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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