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TX·동양사태 등의 여파로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위축됐다.

우량 기업의 채권 발행은 여전히 활기를 띄었으나 최근 업황이 부진한 건설, 조선, 해운 등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채권 발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과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실적은 121조4,97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7.3%인 9조5,594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급감한 것이 눈에 띄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조달 금액은 116조2,95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12조3,977억원(9.6%) 줄었다.

회사채 만기도래금액을 제외한 순발행 규모는 21조1,84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무려 37.3%(12조5,914억원)이나 감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용등급 우량기업과 부진 기업간 양극화도 특징이었다.

대기업 발행규모는 41조5,309억원(99.9%)에 달한 반면 중소기업 발행규모는 242억원(0.1%)에 그쳐 여전히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드러냈다.

A등급 비율이 17.9%로 2012년(33.5%)에 비해 크게 줄었고, AA등급 이상 비율은 76.3%에 달해 2012년(59.2%)에 비해 크게 늘었다. 동양사태로 촉발된 비우량 회사채 발행 부진이 A등급 회사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채 발행 규모는 28조2,744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2조593억원(7.9%) 증가했다. 할부금융채(14조7,000억원), 카드채(11조1,000억원), 증권채(1조8,000억원) 모두 고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발행 규모는 2조508억원 증가(11.1%)한 20조4,974억원이었다. 자동차 할부·리스 관련 ABS발행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은행채 발행 규모는 25조9,681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8,939억원(3.3%) 줄었다.

한편,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5조2,02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2조8,383억원(120.1%) 증가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2012년 주식발행 실적(2조4000억원)의 기저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3년 주식발행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감원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건설, 조선, 해운 등 경기민감업종 기업과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동양사태 이후 A등급 이하 회사채의 발행이 감소하고 AA등급 이상 우량채에 대한 선호도가 강화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