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추상같은 민심의 심판이 있었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최악의 국회로 오명을 덮어 쓴 19대 국회가 원 구성을 놓고 자리다툼을 벌이다 한 달이나 지각개원을 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낀 19대 국회는 그야말로 대충대충에다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잡혀 식물 국회, 뇌사국회로 전락했다.

19대 국회의 무능에 전저리가 난 국민들은 4·13총선에서 회초리를 들었다. 여소야대 정국을 선택했고 황금분활로 일컬어지는 3당체제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라는 준엄한 심판을 했다. 20대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민심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실감했다며 새정치를 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떠벌였다. 

국회의장단 선출 법정시한인 7일 여야의 공언은 결국 공염불로 끝났다. '통 큰 양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도 결국은 제 버릇 못 고쳤다. 20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코 앞에 닥친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 입법도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 '일자리 창출'을 목 놓아 부르짖으며 온통 나라 걱정이라던 그들의 걱정은 결국 자리다툼이었다.

정부에서 입이 아프도록 고용보험법과 파견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처리를 노래했지만 마이동풍이다. 예상을 안 한 바는 아니다. 개원도 하기 전 야당은 민생은 제쳐 놓은 채 '세월호법 개정', '백남기 사건 조사' 등 청문회를 공언했다. 숫자로 밀어 붙이겠다는 엄포를 했다. 개원을 해도 뻔할 뻔자였다. 그래도 혹시나 했지만 20대 국회는 역시나로 답했다.

   
▲ 국회의장단 선출 법정시한인 7일 여야의 공언은 결국 공염불로 끝났다. 법정 개원일을 넘기면서 발등의 불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입법도 제동이 걸리면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안하무인에 후안무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회 개원을 제 때 하지 못하면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세비 반납에 발끈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각 개원한다고 놀고 먹는 건 아니라고 항변했던 우 원내대표의 선경지명이다.

국회의 몽니에 국가 정책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발등의 불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이때다 싶어 노조들도 줄줄이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자구안 가닥이 잡혀가고 있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노조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노동자협의회를 중심으로 이미 지난 3일부터 고용보장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7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측의 자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사장과 회장 등기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이날 파업대오를 갖추기 위해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8일에는 서울 상경 노숙투쟁을 벌이고 13일부터 자구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선제적 구조조정에 실패한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결국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로 번진다. 대기업 노조의 반발은 결국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국회의 몽니가 국가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다. 협치를 말하기에 앞선 입법기관으로서 법부터 지켜야 한다. 출발부터 위법으로 시작한 20대 국회가 법을 말할 자격은 없다.

범법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국민의 눈높이 정치는 국회의장이 누가 되는냐가 아니다. 당리당략이 아닌 민생을 챙기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20대 국회는 더 이상 국민을 인내심의 시험에 들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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