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신뢰에 기생하는 암 같은 존재…정체된 국내법률시장에서 일어나는 시장실패
법조계의 고질적 폐단인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터졌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도박 사건의 수사·재판 관련, 두 거물급 전관 변호사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로비를 벌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관예우 논란이 확산되자 법조윤리협의회는 퇴직 후 2년이 안된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내역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그 동안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우리사회 논의는 뜨거웠다. 2011년 국회는 판검사가 퇴직 직전 근무지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변호사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솜방망이식 과태료 처분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의 형사 사건 성공보수 약정에 대한 무효 판결이 나오자 전관예우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이 또한 수임료 인상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실시한 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부 재판부 재배당 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전국 법원으로의 확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직 판검사는 전관의 청탁을 거절 못하고, 전문 법조브로커들은 점점 활개를 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8일 바른사회 회의실에서 ‘사법신뢰 추락시키는 전관예우,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토론회를 갖고, 우리사회 전관예우를 척결할 근본 해결책 및 법조계 자정과 신뢰 확보를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패널로 나선 최순웅 조선비즈 법조팀장은 “시장 실패 관점에서 전관예우를 바라봤다”며 “전관예우는 사법 신뢰에 기생하는 암 같은 존재이고, 수십 년 동안 암 조직은 변형돼 사법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최근의 전관예우 논란은 전관 변호사들이 다른 변호사들보다 쉽게 사건을 수임하고 고액 수임료를 받는 세태에 대한 불만이라는 진단”이라며 “정체된 국내 법률 시장에서 청년 변호사는 한 달에 사건 한 건 수임도 어려운데 전관 변호사들이 수천만원, 수억원 수임료를 받는 현상이 전관예우 비판으로 비화됐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법조 시장의 시장실패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명확한 기준 마련이 숙제라고 설명했다. 아래 글은 최순웅 조선비즈 법조팀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사법신뢰 추락시키는 전관예우,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조선비즈는 조선일보 자회사로 경제 전문 미디어이다. 조선일보 주말 섹션 위클리비즈를 통해 세계 경제는 물론 모바일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경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자회사로는 주간 경제전문지 이코노미 조선, IT 전문 매체 IT조선 등이 있다. 대법원·대검찰청 등 법원과 검찰, 변호사 업계 등에 대해 4명의 기자가 매일 법조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 조선비즈 법조팀은 [전관예우 백약무효]라는 이름의 기획기사를 32회 보도했다. 경제지가 전관예우에 대해 32회에 걸쳐 연속 보도하는 이유를 의아해 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조선비즈는 전관예우를 ‘시장’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법조 시장의 전관예우는 값비싼 상품이었다. 구속 위기에 놓인 기업인의 구속영장청구를 막고 무혐의까지 받아준다면 그 변론은 기업인에게 얼마의 경제적 가치로 느껴질까? 시장 논리에 맡긴다면 전관 변호사 든 아니든 고객이 느끼는 만족감만큼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조선비즈는 ‘시장 실패’ 관점에서 전관예우를 바라봤다. 

전관예우는 사법 신뢰에 기생하는 암 같은 존재이다. 수십 년 동안 암 조직은 변형돼 사법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 

1. 전관예우 4.0 시대

   
▲ 법조인 수의 변동. /자료 출처=김용담 한국법학원 원장


지난달 20일 예비 법조인과 현직 법조인의 윤리 교육 강좌를 하고 있는 한국법학원 김용담 원장과 인터뷰를 했다. 김 원장은 가장 오래 판사 생활을 한 법관이다. 사법연수원 1기생으로 판사로 37년을 일했다. 전관예우의 변천사에 대해 물었다.  

1970년대에도 전관예우라는 비난이 있었다고 한다. 1970년 사법시험 합격자는 33명. 판사가 455명, 검사 300명, 변호사 1755명이던 때였다. 변호사가 대부분 전관이었던 시절이라고 한다.

당시 전관예우는 “전관 변호사가 개업 초기 사건을 맡으면 판사가 양형을 가볍게 해준다는 의혹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당시 양형이 들쑥날쑥해 불만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1980년 사시 합격자가 120명으로 늘면서 판·검사 경력 없이 바로 변호사가 되는 법조인이 늘었다. 당시만 해도 형사 사건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가 대부분 맡아 새로 개업한 변호사들이 민사 소송에서 두각을 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민사 재판에서 판사들이 전관 변호사 편의는 봐주고 전관 출신 아닌 변호사에겐 불친절 하다는 불만이 전관예우 의혹으로 번졌다”며 “법원이 모든 것을 재판 과정에서 이야기 할 수 있게 하면서 불만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법원이 공판에서 양측 설명을 충분히 듣도록 독려했다. 민사 재판이 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나오자 전관 예우 논란은 1994년 도입된 심리불속행 제도를 타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고 말했다.

대법관 출신이 아닌 변호사가 상고 사건을 맡으면 사건을 보지도 않고 심리불속행하고, 대법관을 선임해야 대법관이 사건 내용이라도 봐준다는 심리가 생겼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형사 사건 불만이 1.0이었다면 민사 사건 불만은 2.0, 심리불속행을 둘러싼 불만은 전관 예우 비판의 3.0 버전인 셈이다.

최근의 전관예우 논란은 전관 변호사들이 다른 변호사들보다 쉽게 사건을 수임하고 고액 수임료를 받는 세태에 대한 불만이라고 김 원장은 진단했다. 

국내 법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청년 변호사는 한 달에 사건 한 건 수임도 어려운데 전관 변호사들은 수천만원, 수억원의 수임료를 받는 현상이 전관예우 비판으로 비화됐다는 분석이다.

   
▲ 법조 시장의 전관예우는 값비싼 상품이었다. 구속 위기에 놓인 기업인의 구속영장청구를 막고 무혐의까지 받아준다면 그 변론은 기업인에게 얼마의 경제적 가치로 느껴질까?/사진=연합뉴스


2. 현장에서 본 전관예우

사례1. 검찰 전관 변호사 몸값

“일년 연봉이 한 달에 들어오더라. 사건이 많아 되는 사건만 한다.” (올해 개인사무실을 낸 전관 변호사)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착수금는 5000만원이라고 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의뢰인 사정이 어려워 3000만원을 받았다가 검사장 모임에서 항의를 받았다고 전하기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뿐 아니라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도 ‘저가 수임’한다는 비난을 받았다고도 했다. 

사례2. 지검장, 차장, 부장검사 인사하는 것이 관행

최근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현직 검사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서울중앙지검장, 차장검사를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전관 변호사가 중앙지검장을 만나려 하는 것은 전 관 변호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시도다. 만났다고 해서 사건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례3. 전관예우가 사라지길 바라지 않는 현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장검사, 부장판사 등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경제력이었다. 20년 가까이 현직에 있으면서 자녀들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은행 대출이 한도까지 이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개업을 생각하게 되면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 먼저 나간 전관 변호사의 근황이다. 잘 되는지 등을 묻는다. 그 다음으로 신경쓰이는 것이 본인에 대한 외부 평가이다. 

동부지검에서 부장검사까지 지내고 최근 개업한 한 변호사는 “저는 부장검사를 끝으로 2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변호사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제 동기들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비롯하여 대부분 부장으로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라는 문자를 주변에 보내 전관 마케팅 논란이 일었다. 

사례4. 대형로펌의 전관 마케팅

최근 회사 대표가 검찰에 구속 기소된 기업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조선비즈는 해당 기업의 비리수사와 전관 변호사를 대거 선임한 것 등을 보도했다. 해당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인터뷰에 앞서 조선비즈의 전관 변호사 선임 보도에 대한 서운함을 보였다. 

전관변호사 대거 선임한 것은 본인들 뜻이 아니라 대형 로펌에서 찾아와 시킨 대로 했다는 것이다. 구속 기사가 나가자 대형로펌 변호사들이 사무실로 찾아왔고 각 로펌마다 “검사와 동기인 변호사가 있다”는 식의 마케팅을 했다고 한다. 구속기소되자 “고법 출신 전관 변호사가 사건을 맡으면 유리하다”고 홍보까지 했다고 한다. 

   
▲ 100억원대 해외 원전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0)가 작년 12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3. 반대 의견과 대안

장기적인 대안으로 평생법관제, 평생검사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수임료 제한은 이들 제도로 가는 과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수임료 제한에 대해 반대 의견을 살펴보겠다. 수임료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다. 사적자치영역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모두 말씀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상황이 시장실패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할 때이다. 법조 시장의 시장실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더 많은 제재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이 숙제이다. 사법시험 존치를 놓고 법조계에서 생각이 다른 법조인들 이 공방을 벌이는 과정을 보고 국민들은 많은 실망을 했다. 갈등과 양측의 비방이 난무 했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모든 법조인이 승복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다시 한 번 법조인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최순웅 조선비즈 법조팀장
[최순웅]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