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규제로 인해 기업 하향 평준화·양극화 형성…자유경쟁 시장진입 저해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대기업집단 지정제…폐지되어야 할 이유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와 관련, 기업 자산규모에 따른 해당 기준을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렸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공시의무 등 각종 규제를 받았다. 

이번 기준 상향 조치로 65개였던 대기업집단은 28개로 줄어들게 됐다. 공공기관운영법 등에 의해 공정거래법 수준의 규제를 받는 점이 고려된 공기업집단들도 일괄적으로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 다만 지정 기준 완화로 대기업집단 명단에서 빠졌더라도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및 공시의무는 유지된다.

문제는 이러한 대기업집단 지정제 기준 조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는 소위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생긴 규제다. 규모의 경제를 부정하는 규제다. 기존 대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저해할뿐더러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성장동기, 기업가정신까지 억제한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 외에도 중소기업·조세·금융 등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원용한 38개 법령의 규제 대상이 된다. 기업 성장에 주력하여 어느 샌가 커져서 재계의 리딩컴퍼니로 올라서면 회초리를 맞는 격이다. 더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지는 못할 망정 온갖 정부 규제라는 족쇄를 채우기 바쁘다. 이 때문에 많은 중견기업들이 기업을 분할하거나 자산을 일정액수 이상으로 키우지 않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대기업집단 지정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로 인해 경제성장은 멈추고 기업의 하향 평준화와 양극화가 역으로 형성됐다. 그 동안의 대기업 규제는 대기업들간의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진입을 막았다. 이로 인해 각 대기업의 해당분야 독점력이 커졌다./사진=미디어펜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경제력집중이 심화되어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을 문제 삼는다. 사실과 다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우리나라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수와 GDP 비중, 자산 및 매출 비중이 과도하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이 왜 문제인지 의아하다. 기업 관련 지수가 과도하다는 기준도 상대적일뿐더러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 자체를 문제시 삼는 것은 자기보다 큰 것에 대한 질투심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시장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거래에 따라 서로가 수혜를 입는 윈윈게임이다. 중소기업이 응당 받아야 할 몫을 대기업이 착취해서 커진 게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잘 나갈수록 그들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의 형편이 피었고 고용인원이 늘어났다. 이러한 낙수효과는 복합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장 조선업과 철강산업의 몰락으로 포항과 울산 경기가 어떻게 추락하고 있는지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제로섬게임이 아니라는 점과 낙수효과를 반증한다.

지금은 2016년이다. 사농공상 이씨 조선 시대도 아니다. 이런 제도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성장해서 커진 기업을 수십 개 규제로 옭아매겠다고 하면 어떤 중견기업이 애써서 커지려고 할까.

   
▲ 해외매출 비중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90%, 현대기아차는 70%를 올리고 있다. 국내기업이 아니라 글로벌기업이다./사진=연합뉴스


현실을 직시하자. 국내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와 격리된 시장은 없다. 외국 어떤 제품, 별의별 브랜드가 들어와 우리 시장을 점유한다. 역으로 해외매출 비중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90%, 현대기아차는 70%를 올리고 있다. 국내기업이 아니라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이나 GE 등 굴지의 글로벌기업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없다. 모두 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때문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로 인해 경제성장은 멈추고 기업의 하향 평준화와 양극화가 역으로 형성됐다. 그 동안의 대기업 규제는 대기업들간의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진입을 막았다. 이로 인해 각 대기업의 해당분야 독점력이 커졌다. 특정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우려해 세워진 대기업집단 지정제가 오히려 이들 사이의 살벌한 경쟁과 새로운 대기업의 등장을 막아온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정성은 게임의 룰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엄정히 적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담합 방지만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으로 족하다. 기업에게 자유를 허할수록 더욱 경쟁하기 마련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는 시험을 잘 봐서 반에서 5등 안에 든 학생들에게 공부시간을 하루 5시간으로 제한하고 사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자기 몸을 묶는 미친 짓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시장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거래에 따라 서로가 수혜를 입는 윈윈게임이다. 중소기업이 응당 받아야 할 몫을 대기업이 착취해서 커진 게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잘 나갈수록 그들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의 형편이 피었고 고용인원이 늘어났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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