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다음은?…불붙은 유치 경쟁, 공급자 아니라 소비자에 초점 맞춰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동남권 신공항, 가덕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동남권 신공항 결정을 둘러싸고 후보지인 가덕도와 밀양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는 김무성, 문재인 등 정치권까지 나섰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관용 경북지사가 “정치권은 손을 떼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필자가 이번 동남권 신공항 논란을 접하고 맨 처음 들었던 의아한 생각은 ‘왜 기술적인 면에서 공항 수요자들을 생각지 않고 공급자 관점에서 단순비교를 통한 소모전만 계속되는 걸까’라는 의문이었다.

건설비의 단순 비교나 환경훼손 정도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항공운송 수요는 공항을 놓는다고 해서 예상대로 늘지 않는다. 가판대에 물건을 내놓는다고 해서 물건이 금새 다 팔릴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소비자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8개 국제공항과 7개 국내공항이 있다. 총 15개 공항 중 흑자를 내는 공항은 5개 공항에 불과하다. 영남권 5개 공항 중에는 김해공항만 흑자다(2015년 기준 이용객 1238만 명, 당기순이익 1051억 원). 

지난 2015년 울산은 115억 원, 포항은 79억, 사천은 44억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이용객 203만 명을 기록한 대구공항은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6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인 무비자 환승 허용으로 국제선 취항이 늘어, 국제선 승객이 전년도에 비해 38% 증가한데 힘입은 선전이었다.

참고로 2015년 이용객 제로였던 포항공항의 경우, 지난 5월 3일부터 23일까지 재운항한 항공기 좌석의 탑승률이 39%에 불과했다. 이는 2년 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루 8회 왕복을 할 당시 평균 탑승률 45%보다도 낮았다. 포항시가 최근 재운항한 대한항공에 적자를 보전해주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 우리나라에는 8개 국제공항과 7개 국내공항이 있다. 총 15개 공항 중 흑자를 내는 공항은 5개 공항에 불과하다. 영남권 5개 공항 중에는 김해공항만 흑자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각각 가덕도와 밀양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사안이다./사진=김해공항 홈페이지


왜 김해공항만 흑자고 나머지 영남권 4개 공항은 적자일까. 공항 이용객들이 김해공항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2015년 김해공항 이용객은 1238만 명이었다. 영남권 4개 공항 이용객은 272만 명이었다. 김해공항 이용객의 22%다.

여기서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수도권이나 해외 각지에서 누군가가 영남권으로 가고자 할 때 공항만을 보고 선택할까라는 의문이다.

김해공항의 경쟁자는 영남권 4개 공항이 아니다. 김해공항과 맞서고 있는 경쟁자는 경부고속도로와 KTX다. 이는 영남권 4개 공항을 포함, 밀양이든 가덕도든 새로이 지어질 동남권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수도권에서 부산이나 대구, 울산으로 가려고 할 경우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자가용, 고속버스, KTX, 항공기다. 집근처가 김포공항이며 목적지가 김해인 사람은 손쉽게 항공기를 타서 김해공항을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집이 서울역이나 광명역 근처인 사람은 KTX를 탈 것이다. 양재나 판교, 용인에 사는 사람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확률이 높다. 수도권 거주자라면 시간 대비 비용, 본인의 수고로움과 목적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매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밀양에 동남권 신공항이 생긴다고 가정해 보자. 부산 해운대에 놀러가려는 서울시민 김 모씨가 40분 이상 소요되는 김포공항까지 이동, 밀양공항에 간다. 그 다음 거기서 버스를 타고 해운대까지 갈까. 아니다. 기존 김포공항-김해공항 라인을 이용해 부산지하철로 환승 도착하거나,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해운대 버스터미널까지 한 번에 가려고 할 것이다. 공항을 이용하려는 사람 입장에서 시간과 번거로움은 가장 큰 선택 사유다. 가격은 그 다음 고려사항이다.

   
▲ 왜 김해공항만 흑자고 나머지 영남권 4개 공항은 적자일까. 공항 이용객들이 김해공항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2015년 김해공항 이용객은 1238만 명이었다. 영남권 4개 공항 이용객은 272만 명이었다. 김해공항 이용객의 22%다./사진=김해공항 홈페이지


이번 동남권 신공항 신설 논란이 촉발된 가장 큰 이유는 김해공항의 포화 상태였다. 이용객 수요가 공급 가능한 여건을 넘기자 더 큰 공항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김포공항이 이용객들의 증가로 협소해진 이후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가덕도와 밀양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비용이 얼마나 들고 환경훼손이 되더라도 그것이 해당 광역단체-지자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정도가 아니라면, 해외 및 수도권 이용객 수요자가 더 몰릴 만한 곳으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공항과 도로가 전국 곳곳에 왜 만들어졌을까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지역감정을 이용, 내 고장 인근에 번듯한 SOC 하나 놓자며 발 벗고 나서는 자들은 남의 돈으로 생색내려는 사람들이다. 짓고 나서 생기게 될 적자는 누가 책임지나. 울산, 포항, 사천공항의 폐해를 돌이켜보자. 국제선 취항의 증가로 올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게 될 대구공항이 반면교사다. 공급자 위주가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서 가덕도와 밀양? 선택하나마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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