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파리·도쿄·뉴델리 등 도심통행 제한…위반땐 과태료폭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며 지구촌 곳곳에서 미세먼지 급증의 원인으로 꼽히는 경유차(디젤차)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중국을 제외하고도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 도시들은 경유차 도심 통행금지나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놓는가 하면, 아예 경유 차량 판매를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경유차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도시로는 영국 런던이 꼽힌다. 

   
▲ 12일 런던교통공사에 따르면 런던은 2008년부터 공해차량 제한구역을 운영하며 일반 승용차보다 큰 경유차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연합뉴스


12일 런던교통공사에 따르면 런던은 2008년부터 공해차량 제한구역을 운영하며 일반 승용차보다 큰 경유차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제한구역에 시외버스와 대형 화물차, 픽업트럭, 밴 등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경유차가 진입하다 적발되면 최대 1000파운드(172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혼잡통행료를 운영해 차량의 런던 도심 진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또 2020년까지 5개 도시에 '클린 에어존' 제도(일정 구역을 통과하는 낡은 버스나 택시, 트럭 등의 차량에 요금을 부과)를 도입한다. 

패트릭 맥러플린 영국 교통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기 오염을 줄이려고 경유에 대한 세금을 인상할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세계적 관광도시인 프랑스 파리도 경유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환경 개선을 주요 시정 목표로 내세우고 공기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이달고 시장은 지난해 말 2020년까지 모든 경유차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파리시는 봄철에 특히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시 전역에 걸쳐 차량 2부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특히 올들어 지난달부터는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 샹젤리제 거리를 차 없는 보행전용 거리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유명 매장과 식당이 몰려 있는 샹젤리제 거리 2㎞에 걸쳐 차량 출입이 통제된다. 파리에선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보행전용 거리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로 매년 프랑스에서만 4만2천 명이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은 올해 '유로6'(유럽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경유차만 배출가스가 심한 지역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유로6은 경유차가 1km를 달릴 때 질소산화물을 80mg까지 배출하는 것을 허용한다. 

네덜란드는 이들 국가보다 한발 더 나아가 2025년까지 경유는 물론 휘발유로 달리는 모든 차량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전기차를 이용하자는 취지에서다. 

노르웨이에서도 정치권이 202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로 운행하는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키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강력한 규제에 따른'탈 디젤' 바람으로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ACEA) 집계결과 지난해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15개국에서 경유차의 신규 등록 비중(지난해 기준)이 4년째 감소했다. 이들 국가의 신규 등록 승용차 가운데 경유차의 비중은 2011년 56.1%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2년 55.6%, 2013년 53.8%, 2014년 53.6% 등 지속해서 줄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클린 디젤'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경유차의 인기는 점점 식어가고 있다. 휘발유보다 싼 경유 가격 등의 혜택으로 경유차의 비중이 커지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유럽 도시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도 경유차와의 전쟁에서 이겨 잿빛 하늘을 걷어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도쿄는 2003년부터 매연 저감장치를 달지 않은 경유차의 도심 운행을 제한하는 '노(NO) 디젤차'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 초반 대기오염의 주범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려고 경유차의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중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올해 1월1일 차량 홀짝제를 도입했다. 지난달 1일부터는 경유 택시 운행을 완전히 금지했다. 뉴델리는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53㎍/㎥로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였다.

인도 대법원은 뉴델리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배기량 2천cc 이상 경유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신규 등록을 잠정 중단시키고 이를 허용할지를 심리중이다. 앞서 델리 고등법원은 "뉴델리의 대기오염이 극심해 가스실과 마찬가지"라며 정부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미국도 공해물질 저감을 위해 경유차 규제를 점점 강화하는 추세에 동참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08년부터 '디젤 배출가스 저감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노후화한 디젤 엔진을 지속해서 교체할 방침이다. 

올해 들어 특히 심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은 우리나라 역시 최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경유차 저공해차 지정기준을 휘발유·가스차 저공해차 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공해유발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환경지역'(Low Emission Zone·LEZ)을 확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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