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부만 신속히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경제 찬물 끼얹기 안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이어지는 검찰 수사, 혼돈 양상의 롯데 경영권 분쟁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비리와 관련된 악재로 인해 다시 혼돈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한국 롯데그룹 경영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신동빈 회장 등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비자금 조성이나 금품수수라는 비도덕적인 사안이라는 점이 변수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롯데 정책본부 수사에 중점을 두었다. 그 이유는 계열사 간 지분 거래 및 부동산 거래, 일감 몰아주기 추적을 통해 '롯데 오너 일가(一家)의 비리'를 규명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정책본부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그룹 회장의 직접 지시를 받는다.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 없이 오너 비리를 밝혀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와 더불어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으로 불렸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 성사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시 롯데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검찰의 제2롯데월드 로비 의혹의 타깃은 MB정부 인사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롯데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검찰 수사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 시 검찰에 제출한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 전부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소송 과정에서 검찰에 넘겨준 방대한 양의 회계자료에서 검찰이 일정부분 문제의 소지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 롯데에게 있어 이중 가장 뼈아픈 일은 호텔롯데의 상장 연기다. 원래 호텔롯데는 다음 달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5조 원을 넘는 자금을 확보한 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투자에 나설 예정이었다./사진=미디어펜


현재 검찰은 롯데 오너와 계열사들의 횡령·배임액이 3000억 원에 이르며, 비자금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은 평소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준비해 검찰에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투자한 미국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14일 참석한 뒤 일본으로 가 6월 말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준비한다. 주주총회 이후에는 귀국할 예정이다.

사실관계는 추후 검찰조사에서 확인되겠지만, 비자금 조성 및 금품수수와 별개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롯데의 국부유출 논란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에서의 롯데그룹은 경영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의 99%를 국내 사업에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2004년까지 롯데그룹은 일본롯데에 배당을 하지 않았으나 일본 국세청에서 일본롯데가 호텔롯데에 투자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등을 문제 삼은 것을 계기로 2005년부터 배당을 시작했다. 이는 해외 투자금 관련 법을 지키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배당한 것이다.

그리고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적에 따라 계열사 또는 관련 회사는 매점 운영에서 이미 손을 뗀 상황"이라며 "최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투자한 미국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14일 참석한 뒤 일본으로 가 6월 말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준비한다. 주주총회 이후에는 귀국할 예정이다./사진=미디어펜


롯데그룹의 경영공백 가시화, 현안 모두 올 스톱

문제는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해 현재 롯데그룹에 직면해 있는 현안 모두가 올 스톱되었다는 점이다. 그룹 역사상 최초의 대대적인 검찰 수사로 롯데의 '경영 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규모 IPO(기업공개)로 각광받던 호텔롯데 상장은 다음 달 예정되었으나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11월로 예상되는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과 연말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그룹 미래를 좌우할 경영 계획이 무산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Axiall) 인수를 철회하는 등 그룹 차원의 대규모 사업 및 투자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3대 성장엔진인 유통·화학·서비스(호텔·면세점·렌탈)가 한꺼번에 타격을 받게 된 셈이다.

롯데에게 있어 이중 가장 뼈아픈 일은 호텔롯데의 상장 연기다. 원래 호텔롯데는 다음 달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5조 원을 넘는 자금을 확보한 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투자에 나설 예정이었다. 롯데는 공모자금을 국내외 면세점 확장 등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글로벌 입지를 갖춘 아시아 3위 호텔, 글로벌 5위권 테마파크 등을 목표로 도약할 계획이었다. 공모자금으로 대형 M&A를 1~2건만 성사시켜도 1, 2년 사이 2위 DFS를 제치고 1위 듀프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했다는 게 롯데의 비전이었다. 

   
▲ 한국에서의 롯데그룹은 경영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의 99%를 국내 사업에 재투자했다./사진=미디어펜


검찰의 롯데 수사…불법·비리 조사와 경영은 별개로

향후 사실관계 여하에 관한 검찰 조사에 따라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불법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문제는 롯데의 경영 정상화와 언론들의 왜곡된 보도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나 비리 다툼은 각각 주주총회와 법정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불법 비리에 대한 검찰 조사와 롯데그룹의 정상적인 경영은 엄연히 별개로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기업의 속성 상 내부 갈등에 언론이나 외부인이 별의별 관심을 갖는 것은 가십에 불과하다. 기업 제도는 국가가 구축하지만 기업이 그 법제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국가나 제 3자가 상관할 바 아니다. 오너 상속 및 지배구조에 관한 제 3자의 왈가왈부는 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횡령, 배임에 대한 검찰조사는 이제 시작이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실정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옳은 자세이다.

참고로 현재 검찰이 파고들고 있는 롯데의 순환출자 구조, 그 진실은 다음과 같다. 복잡한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는 한국 대기업이면 대부분 해당되는 정상적인 지배형태다. 1972년 8월 박정희 대통령이 사채동결조치와 더불어 기업공개촉진법을 통해 당시 대기업 주식을 일반 국민들에게 팔도록 강제한 이후로, 경제력집중 억제제도를 도입하여 대기업에서의 오너 지분을 낮추는 정책을 공정거래위원회가 1986년부터 펴온 이후로 그룹을 낮은 지분율로 경영해온 것은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기업환경, 기업제도에 내재된 역사성인 것이다. 이를 부정하거나 모르쇠인 채로 재벌 대기업이 왜 그렇냐며 악담을 늘어놓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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