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가실현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됐다.

LG경제연구원의 강선구 연구위원과 이지선 선임연구원은 14일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높은 편으로 브렉시트가 상당 기간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할 예정이며 현재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강 연구위원은 브렉시트로 올해 3∼4월 국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은 올해 1∼4월 우리나라 주식 42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2조8000억원)의 15% 수준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3∼4월에는 영국의 순매수 금액이 전체 외국인 주식 매입의 3분의 1 수준인 1조8000억원이나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영국이 보유한 우리나라 상장주식은 36조4770억원 어치다.

이는 외국인이 보유한 전체 상장주식에서 미국(172조8200억원)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강 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우리나라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강 연구위원은 "브렉시트 이후 한국과 영국의 무역규모는 중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국의 수요 위축으로 2020년까지 대영 수출이 연간 4억∼7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한국과 영국의 교역은 135억17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우리나라의 대영 무역흑자는 1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더 적용할 수 없으므로 영국과 별도의 FTA 협상이 필요하다.

또 브렉시트로 영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신규 투자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은 우리나라의 유럽 투자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투자 대상국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3월까지 영국에 투자한 금액은 103억 달러(누적 기준)로 독일에 대한 투자액(43억50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다.

다만, 대영 투자 가운데 금융 및 보험업 비중은 8%에 불과해 금융투자에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강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강 연구위원은 브렉시트로 영국과 EU의 투자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소규모 개방 경제인 우리 입장에서는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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