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쟁의행위 안 한다' 약속 어겨…여론 급속 악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뼈 깎는 고통은 남의 일"이라며 '딴지'를 거는 노조의 행태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풍전등화로 몰아가고 있다. 노조가 압도적인 찬성 속에서 파업을 결의하자 정부와 주채권은행은 심기가 편할 리 없다. 한 직원이 약 180억 원을 횡령한 사건과 관련해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되는 수모까지 겹쳐 대우조선에 향한 구원의 손을 거두는게 낳다라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투표 결과 전체 노조원 6980명 가운데 87.8%인 6127명이 참여했고, 이중에서 85%인 5207명이 파업에 찬성해 '가결'로 결론 났다.

노조는 이와 관련 "노조원 입장에서 회사와 채권단이 발표한 자구계획이 오히려 정상화에 독이 되고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 "뼈 깎는 고통은 남의 일"이라며 '딴지'를 거는 노조의 행태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풍전등화로 몰아가고 있다. 노조가 압도적인 찬성 속에서 파업을 결의하자 정부와 주채권은행은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미디어펜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파업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산은 측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 대우조선에 대해 아직 실행되지 않은 지원책이 남아있다"면서 "파업이 실행될 경우 그간 진행해 온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심한 경우 전부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작년 가을 대우조선해양에 4조 2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할 당시 노조로부터 '일체의 쟁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았다. 아직 파업이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압도적 다수의 노조원들이 파업에 동의했다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냉각되기에는 충분하다. 이미 여러 차례 혈세를 투입했던 대우조선해양이건만 고통 분담에 무관심한 노조의 모습을 보면서도 또 링거를 꽂아 회생시킬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지금 당장 파업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산은 등 채권단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융위는 이번 구조조정에 있어 '노사의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강조하면서 노조 측의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구계획 이행과 관련해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정신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파업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스스로 회사를 건실하게 탈바꿈하겠다는 의지 없이 정부나 주채권은행에 손을 내밀겠다는 노조의 행태에 여론 또한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파업결의 소식을 다룬 포털사이트 뉴스에는 대우조선을 성토하는 댓글이 과반수 여론을 장악했다. 주식 포털사이트 팍스넷의 대우조선해양 토론방에서도 "그냥 문 닫아라" "또 파업?" "부도나 나버려라"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게시물을 메웠다.

설상가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차장급 직원이 사무용품 납품 업체로부터 수년간 180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아 온 사실이 적발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상황은 악화 일로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40조에 근거해 대우조선해양 주식매매 거래를 지난 8시 14분부터 정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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