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는 기본…성과 중심 임금체계 중장기적 도입 반드시 필요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민노총과 한노총은 공동 투쟁돌입을 선언하며 한국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한다고 밝혔으며 금융노조는 오는 18일 여의도 총궐기를 예고하였고, 9월을 시작으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정부와 노조의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5일 임금체계 개편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문제의식에서 향후 임금피크제 도입 및 임금체계 중장기로드맵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논의했다.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된 ‘연공서열임금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한국의 임금은 주로 근속년수에 따라 결정된다”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임금이 직무와 직능, 성과에 의해 결정되는 시스템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금 교수는 “문제는 임금이 근속년수에 따라 지나치게 빨리 상승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 교수는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근속의 고임금 근로자를 해고하게 된다”며 “이는 한국의 근로자들이 50대 초중반에 직장을 퇴직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언급했다.

금 교수는 “기업에 강력한 노조가 있어 근로자의 해고를 막는다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청년 취업난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금 교수는 “임금피크제의 확산은 기본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연공형 임금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처럼 직무, 직능,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정년이 불필요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아래 글은 금재호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임금피크제, 왜 필요한가?

1. 잘못된 한국의 임금제도

한국의 임금은 주로 근속년수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임금이 직무(하는 일)와 직능(직무 능력), 그리고 성과에 의해 결정되는 시스템과 대비된다. 문제는 임금이 근속년수에 따라 지나치게 빨리 상승한다는 것이다. 

아래의 <표>와 같이 한국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의 임금은 생산직의 경우 1년차 임금이 100.0이라면 20년 이상의 임금은 241.0으로 높아진다. 이에 비해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1년차와 20년 이상의 임금격차가 최대 50.1%에 그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근무할수록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근로자의 기여도, 즉 생산성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 표. 임금의 연공성 국제비교(남성, 제조업)./자료 출처: 이병희 편(2008) 『통계로 본 20년』,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아지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근속의 고임금 근로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 이는 왜 많은 한국의 근로자들이 50대 초중반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가를 설명한다. 만약 기업에 강력한 노조가 있어 근로자의 해고를 막는다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또는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꾀할 것이다. 이는 청년을 중심으로 한 취업난을 악화시킨다. 

2. 60세 정년제도의 효과와 임금피크제
 
□ 60세 정년제의 장점

2016년 1월 1일부터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 등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의 사업장부터 정년 60세가 적용되고, 1년 뒤인 2017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사업장에 정년 60세가 적용된다. 정년연장과 관련된 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며’, ‘사업주가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해도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하고 있다. 이에 정년연장에 따라 여러 가지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정년보장 및 정년연장은 중장년층의 소득증가를 통한 빈곤예방과 경제적 안정, 그리고 소득양극화의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특히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연령(현재 61세)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국민연금 수급시기까지의 소득 공백기를 완화할 수 있다.

둘째, 법적으로 정년을 보장받게 됨에 따라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정년 뒤의 삶과 일에 대한 합리적 설계와 준비가 가능하게 된다. 

셋째, 정년연장은 중장년층의 소득증가로 이들이 노후에 빈곤에 빠질 위험성을 낮출 것이다. 이는 복지수요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재정건전성에 긍정적 효과를 초래한다. 

넷째, 중장년층의 고용 및 소득안정은 내수를 진작시킨다. 그 결과 기업의 매출 및 이윤증대, 투자 및 생산의 증가, 그리고 일자리창출로 연결되는 성장잠재력의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다섯째, 정년연장으로 인한 고용 및 소득안정은 퇴직 후의 자영업 진출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임금근로자로의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생계난 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시작한 사례가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자영업에서의 경쟁완화로 인해 기존 영세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년제도의 법제화 및 정년연장은 작업장혁신을 촉진시키게 된다. 연공중심의 임금시스템 개편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인적자본투자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기업이 장기근속 근로자에 대해 인건비부담을 느낄 경우 근로자의 저항이 높은 임금시스템 개편보다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인건비 부담의 해소를 위한 명예퇴직, 조기퇴직은 기업에게 손쉬운 해결책인 반면,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 빈곤, 재취업 등의 문제를 근로자 개인 및 사회가 짊어지는 문제를 일으킨다. 연공중심의 임금체계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문제를 기업 스스로가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정년제도의 법제화는 임금시스템을 합리화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측면에서 지원할 것이다.

   
▲ 지금은 정년 60세 안착을 위한 임금피크제의 확산이 필요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연공형 임금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즉, 선진 외국처럼 직무, 직능,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정년이 불필요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 60세 정년제도의 위험성

하지만 정년연장에 따른 위험성도 높다. 우선 기업은 근로자를 60세까지 고용하여야 함에 따라 청년 등 새로운 인력을 신규로 채용할 여력이 줄어들 것이다. 이는 청년 취업난을 악화시키게 된다. 두 번째의 위험성은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임금부담 증가로 인해 기업의 해외이전 및 자동화가 더욱 촉진될 가능성이다.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자동화 및 전산화를 확대함에 따라 노동시장의 실업이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불법적, 편법적 해고가 증가할 위험성이 있다. 즉, 조기퇴직이나 명예퇴직뿐만이 아니라 강제해고의 확산을 통해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임금부담이나 인사관리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 임금피크제의 중요성

따라서 60세 정년연장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를 해소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고용이 줄어들 위험성이 있다. 또한 정년연장의 혜택을 받은 근로자들과 그렇지 못한 근로자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이는 소득불평등의 확대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들 스스로가 임금을 양보하여야 할 것이다. 즉, 정년이 늘어나는 대신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의 임금부담 증가를 완화함과 동시에 기업이 신규채용을 계속할 수 있도록 협력하여야 한다.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정부가 강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노사정 대타협이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정부 노동시장구조개혁의 핵심과제인 임금피크제에 대해 노사정 대타협이 이루어졌다고 하여도 이를 개별 기업에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노사정 대타협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기업현장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고 확산되도록 각종 노력을 지속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함과 동시에 임금피크제의 성공사례 개발 및 전파, 그리고 임금피크제로 인해 줄어든 근로자 임금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방법 등을 적극 활용한다. 

   
▲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아지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근속의 고임금 근로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 이는 왜 많은 한국의 근로자들이 50대 초중반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가를 설명한다. 만약 기업에 강력한 노조가 있어 근로자의 해고를 막는다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또는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꾀할 것이다. 이는 청년을 중심으로 한 취업난을 악화시킨다./사진=연합뉴스


3. 임금직무시스템의 혁신과 근로자의 생산성 제고

□ 근로자 생산성의 제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개별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인건비 부담의 증가는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해결하여야 한다. 현재 40,50대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교육훈련은 충분치 않다. 특히,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낮은 중간관리자나 사무직에 대한 교육훈련 투자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도 미흡하다. 

□ 임금직무시스템의 혁신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함에 따라 과거처럼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에 60세까지 기업에 남게 될 근로자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공서열형 기업문화의 개선, 평가 및 보상시스템의 혁신, 교육훈련의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금은 정년 60세 안착을 위한 임금피크제의 확산이 필요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연공형 임금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즉, 선진 외국처럼 직무, 직능,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정년이 불필요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만약 나이와 직급과 상관없이 근로자 모두가 자신의 역량과 기여도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는다면 정년제도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제도가 없다. 그 뒤에는 생산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는 임금직무시스템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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