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상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문제다. 이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차 테이퍼링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연준의 이번 정책 결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전망하려면 이번 테이퍼링을 어떤 관점을 가지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다행히 시장의 해석은 긍정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2차 테이퍼링의 본질을 '미국경제 회복'의 관점에서 바라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증시는 단기 조정을 거치겠지만 신흥국과 같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시각이 우세하다. 

◇ 달러자산 안전자산으로 회귀...신흥국 '금융불안' 노출

테이퍼링이 두려운 이유는 미국이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고 돈줄을 죄었을 때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단기간에 엑소더스할지 모른다는 점에 있다. 지금 신흥국이 겪는 위기의 본질도 바로 급격한 달러 유출로 인한 금융불안이다. 

실제로 우리 증시가 휴장이었던 지난 설 연휴에 신흥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급등했다.

지난달 29일 연준의 발표 이후 이틀 사이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와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통화 가치는 급락했고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사실, 달러 자금 이탈은 지난 1차 테이퍼링때 부터 진행돼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달러 자금은 신흥국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펀드 집계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연준이 테이퍼링에 들어간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 현재 총 168억달러가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갔다.

한국시장은 무풍지대였을까. 그렇지는 않다. 최근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아 테이퍼링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월28일까지 외국인은 총 1조6,717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매도다. 외국인 매물 부담 때문에 코스피 지수도 올들어 4.69% 하락했다.

◇ 테이퍼링의 본질은 '미국경제 회복'...전문가 "한국은 다르다"

그렇다면 한국 증시도 신흥국의 전철을 밟을까 .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테이퍼링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IT·자동차를 수출해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충분히 호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Fed는 양적완화 축소의 명분이 현재 경기 호조세에 기인함을 분명히 했다"며 "테이퍼링 규모도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규모여서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가 과거와는 달리 튼튼한 펀더멘탈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이 달러 자산에 휘둘리는 경제 구조를 가졌지만 우리 경제는 단기적으로 달러가 회수되도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가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12년말 3,270억달러에서 지난해말 3,465억달러로 늘면서 사상 최고 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동시에 총외채중 단기외채 비중은 31.1%에서 27.1%로 줄면서 등 외채 구조의 건전성까지 개선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따라서 미국 테이퍼링으로 인한 신흥국 우려로 코스피가 단기 조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 사이클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 우려보다는 미국 경제 회복으로 인한 우리 경제 수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상반기에 미국의 테이퍼링과 중국의 전인대의 정책 불확실성에다 펀더멘털 약화까지 반영되면 하반기에 투자 사이클이 재개되면서 코스피가 추세적 상승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