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들이 인수했던 기업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PEF는 답답한 처지에 놓였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남에너지 2대 주주인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최근 경남에너지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앵커파트너스는 2014년 3월 경남에너지에 7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매각자 측은 지분 100% 기준으로 약 4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년 전 앵커파트너스가 투자할 당시 평가된 경남에너지의 기업가치(2700억원)에 비해 약 50%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M&A 시장에 PEF의 매물이 넘치면서 원활한 매각 작업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 들어 글로벌 PEF 칼라일(Carlyle)이 약진통상을,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 아시아(PEA)가 로젠택배를 차례로 매물로 내놓았다.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는 작년 말 인수한 홈플러스의 5개 매장을 활용한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ING생명 매각 작업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선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인수후보가 나타나더라도 매각자 측과의 제시 가격 차가 커서 원활한 엑시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칼라일이 매물로 내놓은 의류업체 약진통상의 매각 작업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칼라일과 JP모간은 기업인수를 위헤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약진홀딩스와 약진통상을 합병한 후 상장(IPO)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3년 약진통상 지분 100%를 2048억원에 인수해 기업가치를 키워온 칼라일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 4위 택배업체로 M&A 시장에 나온 로젠택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 아시아(PEA)와 매각 주관사 JP모간은 지난 3월 글로벌 물류업체인 DHL, UPS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본입찰 일정을 잡지 못하다가 DHL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UPS와 단독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양측은 적정가에 대한 눈높이를 좀처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매출 3513억원, 영업이익 258억원의 실적을 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33.3%, 24.4% 증가한 수준이다.

베어링PEA는 매각 대상인 로젠택배 지분 100%의 가격으로 최소 4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UPS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어링 PEA는 2013년 미래에셋PE로부터 1580억원에 로젠택배를 인수했다.

이처럼 M&A 시장에 PEF들의 매물이 넘치는 가운데 매수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 이어진 여파로 올해 최대어급 매물로 거론된 MBK파트너스의 코웨이와 딜라이브(옛 씨앤앰) 매각 작업은 아직 시동도 걸지 못한 상태다.

코웨이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CJ그룹은 '총수 부재' 상황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정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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