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민노총 투쟁돌입·공기업 무사안일·보신주의로 똘똘 뭉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임금피크제 및 성과연봉제의 도입과 관련하여 절차상 정당성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고 진정한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5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임금피크제 도입 및 임금체계 중장기로드맵과 관련 ‘연공서열임금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임금체계 개편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 2층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한노총 민노총 등 노조들 사이에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개혁의지는 설득력이 있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의 도입으로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을 주장하기보다는 절차적 정당성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민노총과 한노총은 공동 투쟁돌입을 선언하며 한국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한다고 밝힌 상태다.

금융노조는 18일 여의도 총궐기 집회를 감행했고, 9월을 시작으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정부와 노조의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아무리 필요한 임금체계라 하더라도 한노총 민노총 등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반대할 경우 도입이 불가능하다./사진=연합뉴스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이와 관련 “정부가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선언한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며 “정부는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해온 4대 개혁 중에서 특히 노동과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하자 강공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정치권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불법은 없었는지 그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지난 4.13 20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노동정국이 또다시 얼어붙은 상태다.

이 교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문제가 자칫 통상임금의 경우처럼 정쟁(政爭)과 소송전으로 번질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임금피크제 및 성과연봉제의 도입 및 취업규칙의 변경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법리적 다툼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현안을 살펴보았다.

이 교수는 “취업규칙은 노동현장의 ‘소법전’이라 할 정도로 고용관계를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많은 기업에서는 취업규칙이 노동관계의 내용을 정하는 거의 유일한 준칙이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 판례는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하더라도 개정된 취업규칙의 내용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점이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결국 어떠한 경우에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로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노동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더라고 법원은 이를 허용한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상의 취업규칙에 관한 규정 및 불이익 변경법리는 일본의 노동기준법 및 판례법리의 영향을 받아 성립되어 내용면에서 유사하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시에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시에는 과반수 노조 또는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소위 집단적 동의절차를 규정하면서 법제와 판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대해서는 집단적 동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을 가지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한다는 취지의 판례법리가 형성되면서, 사법적 해석이 강행법규에 우선하는 법체계상의 모순이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는 결정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이 이처럼 ‘집단적 동의조항’을 두고 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이미 정한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저하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러한 우리나라 법체계는 일견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새로운 고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면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임금피크제 및 성과연봉제의 도입문제를 법리적으로만 따진다면 노동조합의 주장이 맞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불리하다고 하여 동의하지 않으면 이를 도입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부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 및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된다”며 “이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아무리 필요한 임금체계라 하더라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반대할 경우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공기업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개혁의지는 설득력이 있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의 도입으로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을 주장하기보다는 절차적 정당성만을 고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이 교수는 정부가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한 근거에 대해 “이러한 법리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판례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며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더라고 이를 허용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러한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및 성과연봉제의 도입에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임금피크제 및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과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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