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줄고 대출 늘어…신용보증기금 출연 등 대책 강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좋아질 일보다는 나빠질 일이 앞으로 더 많지 않겠어요. 이미 대세는 꺾였다는 느낌입니다.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거고요."

조선‧해운업계 부진으로 경남지역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은행권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거제‧울산 지역 은행 지점들은 예금은 줄고 대출은 느는데 상환 가능성은 점점 떨어지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출연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위기탈출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 거제 지역 은행 한 담당자는 "조선업체 구조조정 이슈가 터지기 전 영업시간에는 많으면 40~50명까지 대기 인원이 생기곤 했지만 최근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해운업의 거점 지역으로 손꼽히는 울산광역시와 경남 거제시의 은행 예금과 대출 잔액 변동이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본사가 있는 경남 거제시의 경우 은행 원화 예금 잔액이 작년 말부터 계속 감소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말 1조 7269억 원을 기록했던 거제시 원화 예금은 4개월 연속 감소해 올해 2월 1조 6250억 원, 3월엔 1조 6184억 원을 기록했다. 인구 26만 명의 소도시 거제에서만 한 달 사이에 66억 원이 증발한 것이다. 경제규모가 큰 울산광역시의 경우 지난 2월 15조 6004억 원이던 원화예금 잔액은 3월엔 15조 4188억 원으로 한 달 새 1816억 원이나 줄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거제시 예금은행 대출금은 작년 11월말 3조 5443억 원에서 올 3월말 3조5906억 원으로 463억 원 늘었다. 울산시의 경우 원화 대출금 잔액이 지난 2월 24조 1019억 원에서 3월 24조 3207억 원으로 한 달 만에 2188억 원이나 증가했다.

실업률도 경남지역 전반에 걸쳐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달 경남지역 실업률이 3.7%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2%p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승폭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는 향후 약 2년에 걸쳐 인력을 30%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라 실업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민들은 나빠진 상황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현대백화점이 있는 동구 쪽은 대표적인 번화가의 하나지만 최근 식당에 사람이 줄고 부동산 거래도 뜸해진 상태"라면서 "주말 저녁은 그나마 낫지만 평일 저녁엔 번화가에도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울산‧거제 지역 은행 지점들은 일련의 상황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A은행 울산지점 한 관계자는 "최근 퇴직연금 지급건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며 나빠진 분위기를 전했다. "해운‧조선사들과 거래하는 업체들의 경우 폐업이 잇따르고 있어 급여와 생활비는 줄어드는 가운데 신용대출이 자연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 이 관계자는 "하반기 전망은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울산지점 관계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생활자금 용도의 대출상담이 상당히 증가했다"면서 "최근 거론되고 있는 대기업 뿐 아니라 거래업체 관계자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먼저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객과의 금융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대응 방안을 밝혔다.

C은행 거제지점 관계자는 "조선업체 구조조정 이슈가 터지기 전 영업시간에는 많으면 40~50명까지 대기 인원이 생기곤 했지만 최근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대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얘기했다. 

"거제시 차원에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한 이 담당자는 "신용보증기금 출연을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보다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안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현 시점에서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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